요트 조정 면허 취득 후 제주에서 첫 세일링

2023. 9. 10. 23:02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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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조정 면허를 따고 두 달이 지나서야 제주에서 첫 세일링을 했다. 사실 제주에 돌아오면 요트 동호회에 가입해서 세일링에 대한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산에서 교육받을 때 보니까 부산은 그래도 마리나 시설도 잘 되어있고 동호회도 활성화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래도 간간히 세일링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제주는 안 그런가 봅니다. 어쨌든 그래도 제주에서 요트를 접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 운 좋게도 연이 다아 요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실 제가 검색을 해서 어떤 한 곳에 무작정 연락드리고 요트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요트 책임자분께서 기회되면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요트를 타실 때마다 제게 연락을 주시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실제로 요트를 탈 수 있는 기회까지 주시니 그분께는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솔직히 그전에도 몇 번 연락을 주셨었기에 좀 더 빨리 요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태풍의 영향과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제야 첫 세일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며칠 전에 그 분께서 제게 카톡으로 세일링을 하려고 하는데, 참여하실 수 있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실 그날은 제가 벼르고 별러 저희 집 창틀 누수 공사를 하는 날이어서 가기가 좀 부담되는 날이긴 했는데, 계속 초대해 주시는데 자꾸 안 나가는 것도 예의는 아닌 듯해서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선 첫 세일링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5시였는데, 생각보다 창틀 누수 방수 공사가 늦나 공사 마무리 되는 상황을 보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요트 세일링가기 전에 저를 초대해 주신 책임자분께서 요트 관련된 용어를 설명해 주는 동영상까지 챙겨 보내주시고 시간 되면 보고 오라고 세심하게 챙겨주셨습니다. 동영상을 보니 전에 배웠던 용어들이 생소하게 들려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말 그 영상도 안 보고 갔으면 정말 창피했을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약속된 시간 보다 좀 일찍 항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래 내려보니, 요트 조정 면허를 딸 때 탔던 실습선보다 좀 더 커 보였습니다. 실습선은 20피트 정도였고, 오늘 타게 될 요트는 30피트 정도 되어 보였는데, 다음에 세일링 하게 되면 다시 여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부산 조정 면허 시험장 요트는 바다로 가려면 다리 밑을 지나가야하다보니, 메인 세일(Mainsail: 요트의 마스트에 연결되는 가장 큰 돛)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스트(MAST: 돛대)가 1/3 정도는 짤려 있었는데, 이번에 타게 된 요트는 온전한 마스트가 달려있는 진짜 요트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요트는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러더(Rudder)를 움직이는 방식이 실습선에서 배웠던 틸러(Tiller: 러더를 움직이는 막대기) 타입이 아니라 휠(wheel: 러더를 움직이는 운전대)로 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틸러타입과 휠타입의 차이는 틸러는 러더에 바로 연결되어 있어 반응이 비교적 빠르고 원하는 방향으로 좀 더 정확하게 조정가능하지만, 틸러의 방향과 러더의 방향이 반대여서 처음 요트의 방향을 조정하는데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휠타입의 경우는 휠을 돌려 러더를 조정하고 방향을 잡는데 약간의 시간차가 있지만 자동차 핸들과 비슷한 조작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방향을 잡는데 좀 더 유리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통화와 톡으로만 만나 뵈었던 책임자분을 드디어 처음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하시는 일행분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배에 올랐습니다. 이 얼마 만에 요트에 오른단 말입니까? 제주에서는 요트를 접하지 못하나 했는데, 얼마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달아본 메인 세일, 그리고 출항!

함께 오신 분도 다행히 저같이 거의 초보에 가까운 분이어서 우선 책임자 분과 저포함 셋이 배 출항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책임자분께서 요트를 출항하기 전에 간단하게 요트의 명칭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출항을 하기 위해 사전 준비해야 하는 것들과 출항하는 과정에 주의해야 할 부분, 그리고 출항을 해서 해야 하는 일 등에 대해서 먼저 브리핑을 해 주셨습니다. 

먼저 출항을 하기 위해서 배를 안전하게 정박하기 위해 묶었던 로프를 풀어야 하는데, 이때 로프를 풀때는 힘이 덜 받는 부분부터 풀어서 배가 원치 않는 이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출항을 하는 과정에서는 요트의 엔진을 가동하는 기주로 항을 벗어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주변에 있는 이물질들이 프로펠러에 말려들지 않게 잘 살피도록 주의를 주셨습니다. 

요트가 항을 벗어나면 풍축(방향이 불어오는 방향)과 맞춘 뒤에 범장을 하기로 사전에 말씀 주셨습니다. 요트 조정 면허 연수를 받을 때는 사실 메인 세일이 달려 있던 실습선이어서 실제로 메인세일을 마스트에 체결하는 과정은 경험하지 못했는데, 이 날은 기주로 항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 메인세일을 메인헬리어드(Main Halyard: 돛을 끌어올리거나 내리는데 쓰는 로프)에 체결해서 범장하는 모든 과정을 해 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렇게 풍축과 요트를 일치해서 범장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바람때문에 세일(sail:돛)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말씀 주신대로 저희는 준비를 했고, 책임자 분께서 당연히 스키퍼(Skipper: 요트의 최고 책임자, 선장)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요트 엔진에 시동을 거셨습니다. 기주(배의 엔진을 이용해 운항)로 조심스럽게 항을 벗어났고, 요트를 풍축에 맞추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전에 선실 안에 보관하고 있던 메인세일을 꺼내 메인 헬리어드에 체결하고 범장(범장은 마스트에 세일을 연결해서 돛을 올리는 것)을 완료했습니다. 범장을 하고 나니 요트의 마스트 높이와 세일의 크키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범장을 하고 나서 엔진을 정지하고 바람의 힘으로만 범주(돛을 펼치고 바람의 힘으로만 항해하는 것)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주를 하게 되면 메인세일과 함께 집세일(Jip Sail: 마스트 앞쪽으로 다는 돛)도 함께 펼쳐서 항해를 하는데, 이날은 기본적인 항해와 바람 방향에 따른 돛의 운영에 대해서 경험하는데 초점을 맞춘 항해였기 때문에 집세일은 펼치지 않았습니다.

요트 조정 면허 실습 때 강사분께서 요트 세일링 중 가장 기분 좋을 때는 바닷물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갈때라고 말씀하셨었는데, 그 기분이 살짝 이해가 됐습니다. 약한 바람 속에서도 바람을 이용해서 잔잔한 바다 위를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는 요트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기분 좋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제주, 요트, 선상, 일몰
배 위에서 바라본 일몰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시 되 짚어 본 태깅(Tacking)과 자이빙(Gybing) 

이렇게 해서 스키퍼분께서 범장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고 나서 범주에 대해서 더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요트는 범주를 하게 되면 크게 풍상(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보고 배를 항해하는 것)풍하(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서 항해하는 것)로 항해하는 방법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좌측이나 우측방향 직각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풍상 방향으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를 목적지를 향해 바로 갈 수는 없고, 배의 방향을 지그재그로 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풍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요트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태킹(Tacking)이라고 합니다.  
 
만약 요트가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면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배가 바람을 마주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구간을 노 고 존(No Go Zone)이라고 하는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0도라고 하면, 플러스 마이너서 45도, 구간 즉 방향이 불어오는 곳을 12시 방향이라고 하면, 10시 반일 때의 시침과 1시 반 일 때의 시침 사이의 각도로 요트가 방향을 잡는다고 하면 요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바람을 등지고 풍하 방향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요트를 지그재그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렇게 뒷바람을 맞으며 요트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방향전환을 하는 것을 자이빙(Gubing)이라고 합니다.

스키퍼분께서는 자이빙과 태킹 시에 돛을 운영하는 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스키퍼 분은 휠을 잡고 방향을 전환해 주셨고, 저와 다른 분은 메인시트(Main Sheet: 메인 세일을 조정하기 위한 로프)를 이용해서 메인세일을 조정해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풍상으로 나아갈 때는 메인시트를 팽팽하게 감아주고, 풍하로 나아갈 때는 메인시트를 풀어 줍니다. 이때 감을 때는 윈치(Winch: 시트를 감기위한 도구)를 이용해서 팽팽하게 감아주고 돛이 팽팽하게 펼쳐지면 메인시트를 윈치에 있는 클리트(Cleat: 시트나 헬리어드가 풀어지지 않게 팽팽하게 잡아줘서 고정시켜 주는 도구)에 걸어줍니다. 

이렇게 태깅과 자이빙을 할 때는 스키퍼와 크루들 간에 호흡이 중요한데, 이 호흡이 맞지 않게 되면 제대로 바람을 맞지 못하고 배의 추진력을 잃게 되면 요트의 속도가 줄게 되고 다시 그 속도를 회복하다 보면 다른 요트와 속도의 차이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태깅을 연습할 때 바람이 불어오는 좌우 45도 이내로 바람을 마주하는 구간인 노 고 존으로 요트의 방향을 잡아 점점 배가 멈추는 것도 보여주셨습니다. 

풍상 방향으로 최대한 향해서 나아가는 것(바람 방향으로 약 45도 정도)을 클로스 홀드(Close hauled)라고 하며, 정측면과 정후면의 뒷바람을 받으며 풍하 방향(바람 방향의 120도 정도)으로 항해하는 것은 브로드 리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좌우 90도로 바람을 받으며 나아가는 것을 빔 리치(Beam reach)라고 합니다.   

이렇게 2시간 30분 정도 요트를 타면서 배웠습니다. 마무리하며 항에 들어올 때는 이미 사방이 컴컴해졌습니다. 조심해서 해장(돛을 내리는 것)을 하고 메인 세일을 마스트에서 완전히 분리해 선실 안으로 넣고 정박했습니다. 마무리까지 3시간여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제주에서 첫 세일링은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날 아침에 부산을 출발한 요트가 한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도 언젠간 좀 더 먼거리로 요트를 타고 항해할 날이 오겠지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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