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직접 그린 마을 벽화

2020. 12. 4. 18:30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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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이었다.

오후에 청년회장님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예요?”

“집이요~”

“뭐해요?”

“그냥 있어요~”

“애들은요?”

“같이 있죠”

“그럼 애들 데리고 리사무소 근처에

와서 벽화 같이 그려요~”

 

항상 전화 줄 때마다 같은 순서로

애들까지 안부를 묻고

그 뒤에 한마디 용건만 전달해 주시는 쿨한 청년회장님.

 

육지 것인 나를 수산리민으로 있을 수 있게
항상 챙겨주시는 분, 그리고 참 고마운 분~

 

어쨌든 자세히 묻기도 전에 끊긴 전화에 대고

혼자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일단 아내에게 전한다.

 

"청년 회장님이 벽화 그리로 오라는데?

아이들하고 같이~"

"무슨 벽화, 어디에서 하는데요?"

"몰라, 그냥 리사무소 근처로 오래"

 

대화를 하고 아이들에게 '벽화 그리러 갈래?"

하고 물으니  좋다 한다.

 

그래서 게으름 피우고 있다

대충 씻고 대충 입고 리사무소로 갔다.

 

리사무소에 도착해서 청년회장님께 전화드리니

리사무소 옆에 길로 오라고 한다.

 

머리 질끈 동여메고 그림그리러 출동 중인 우리들

 

그래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벌써 화가 선생님과 동네 친구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청년회장님께 연유를 물으니,

우리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고 하신다.

 

여기도 그리는데, 

이 곳은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싶어서 

이렇게 도움 요청을 하셨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 벽화라니~ 

너무 좋은 뉴스였다.

아직은 다 그리지 않았지만, 

조만간 다 그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마을 벽화가 다 그려지면, 

아이들과 벽화 순례를 하면서 산책을 해야겠다.

 

벌써부터 아이들과 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생각 하니, 너무 좋다.

 

아이들에게 화가 선생님은 물감을 부어주고,

원하는 색으로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에

색칠을 해 달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과 붓을 하나씩 들고

담벼락에 달라붙어 색칠을 하기 시작한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 선생님이 그린 그림에 색칠만 하는 것이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알록달록 이쁜 벽화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 가족 모두 처음으로 벽화를 그려 본 특별한 날이었다

 

시작하자마자 화가손이 되 버린 아이들

 

하지만 가만히 말을 들을 애들이 아니다.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곳에 색칠도 하면서

그림에 자신의 그림도 살짝 그려 넣기도 한다.

그것이 말똥 같은 거여서 좀 그렇긴 했지만...

 

왜 그렇게 똥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많은 응아 그림을 그대로 둘 수 없어,

꽃으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이 집주인이신 형님께서는 

일을 하시고 오셔서 아이들이 열심히 

칠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하게 웃어 주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뭘 먹고 싶냐 물으시며,

대번에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오셔서 나눠주신다.

 

청년회장님도, 담주인이신 형님도 

아이들의 모습에 기뻐해 주시는 모습이 

내 눈엔 너무 정감 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본인 담에 똥을 그리고 있는데도, 

웃어주시다니...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동네 강쥐들도 와서 함께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더욱 평화로운 수산 마을의 풍경 같았다.

 

담이 길어 생각보다 색칠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담벼락이 거칠다 보니

한번 칠하고 조금 지나면, 

색 칠한 곳이 빈틈이 자꾸 드러나곤 해서,

반복적으로 칠해 줘야 해서 더 오래 걸렸다.

 

흐믓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청년회장님과 동네 강쥐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담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도록 해 주었다.

 

아니 귀한 남의 담에 아이들의 이름까지 

남기게 하다니... 

 

아이들은 사양하지 않고 멋지게 

자신의 이름들을 남긴다. ^^; 

 

아이들의 사인도 담에 써 넣었다

 

다 색칠하고 보니 너무 뿌듯하고 이쁘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기념 촬영 

 

이렇게 오늘도 알차고 즐겁게 보냈다.

 

우리 마을 수산리에 와서 정말 좋은 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마을로 오게 되었는지

참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어쨌든 우리 가족들은 청년회장님의 부름 덕분에

심심한 주말 좋은 추억으로 하나 더 채우게 되었다.

 

“고맙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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