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막걸리 만들기

2020. 10. 26. 11:30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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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인데,

육지에서 광고 쪽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소주 반 병이 주량인데...

한병, 두병, 술이 점점 늘었다.

 

제주에 와서는 술을 안 마실 줄 알았는데,

제주의 맑은 공기 때문인지,

더 마시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술이 잘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일어날 때도

내가 왜 이렇게 멀쩡하지?

하며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3개월 지나니까,

전처럼 숙취에 힘들어지는지긴 했지만...

 

어쨌든 맑은 공기 덕분인지 몰라도,

육지에서 오는 친구들도 술이 덜 취한다고들 한다.

 

혼자 지낼 때는

소주보다는 든든한 맥주를 저녁 대신에 많이 마시기도 했는데,

그 덕분인지,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맥주 대신 막걸리를 주로 마시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만들어 먹게 되었다.

 

건강한 바른 먹거리를 위해서~

 

시판하는 막걸리에 단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사용하는데,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들이 많아서,

굳이 유해성이 의심되는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막걸리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술은 마시지만, 

본인의 건강을 위해 아스파탐이 유해하니 하며,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좀 우습긴 하지만...

 

물론 요즘은 시판되는 막걸리에도,

아스파탐이 들어있지 않은 막걸리가 있긴 하지만,

내가 만들어 먹으면 왠지 더 건강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막걸리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검색만 하면 막걸리 만드는 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찹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먹는데,

찹쌀로 하면 쌀로 만든 막걸리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고 한다.

 

전에 막걸리를 해 먹고 남았던 묵은 찹쌀을 끄집어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쌀벌레들이... ㅜㅜ

 

할 수 없이 찹쌀을 죄다 부어서 벌레 잡기부터 시작...

 

찹쌀과 막걸리를 담을 제주 옹기

 

묵은 찹쌀을 끄내 깨끗이 쌀벌레를 퇴치하고...

 

 

벌레를 잡고, 

찹쌀을 잘 씻어야 한다.

 

찹쌀에서 쌀뜨물이 안 나올 때까지 

10회 정도 잘 씻어주고,

물기를 잘 빼준다.

 

내가 한 찹쌀의 양은 10kg 정도였는데,

양이 많다 보니 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찹쌀 상태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이 탈탈 털어 할 수밖에...

 

그리고 찹쌀에 수분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불려준다.

나는 반나절 불려줬다.

 

물기가 잘 빠졌다면, 고두밥을 만들면 되는데,

찹쌀을 쪄서 익혀주면 된다.

 

찹쌀 이어서 그런지, 

떡처럼 눌어붙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분 정도 지나면 주걱으로 한번 뒤 섞어 주면

골고루 고슬고슬하게 잘 찔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다 찐 찹쌀을 골고루 펴서 살짝 식혀준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찹쌀을 식혀줄 때, 이왕이면 그늘 쪽에서 식혀주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식혀주는 것도 좋지 않다.

 

왜냐하면 찹쌀이 딱딱하게 마르기 때문이다.

그늘에서 식히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나의 찹쌀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오랫동안 방치했더니,

윗부분은 딱딱하게 말라버렸다.

 

생각보다 금방 식고, 

딱딱하게 마르니, 관심을 갖고

자주 살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쪽은 좀 덜익은 느낌이지만, 그런대로 잘 쪄진것 같다

 

찹쌀을 식혀주는데, 그늘에 식혀 주는 것이 좋다

 

 

찹쌀을 식히면서 누룩을 빻아 준다.

누룩을 잘게 빻아서 1시간 전에 물에 불려준다.

 

그리고, 쌀과 함께 섞어 주고,

물만 부어주면 끝.

 

찹쌀과 누룩과 물의 비율은

10: 2: 20이다.

 

난 찹쌀을 10kg 쪘기 때문에, 

누룩 2kg과 물 20L를 부어줬다.

 

찹쌀을 식히면서 누룩을 곱게 빻아 준다

 

내가 사용한 누룩은 앉은뱅이 누룩인데,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5일장에 가면 제주 누룩도 보이던데,

담엔 제주 누룩으로 한번 해 볼까 한다.

 

이제 찹쌀과 누룩 불린 물, 그리고 물을 적당히 섞어주면 되는데,

이때 아이들과 함께 했다. 

 

"막걸리를 만들 때, 누룩이 찹쌀을 발효하는데,

이 때 너희들이 맛있게 발효돼라 하면 

더 맛난 술이 될 거야~"

하고 이야기해 주니까

 

아이들이 "맛있는 술이 돼라" 하고 

열심히 주물럭 거린다. 

 

맛있는 술이 되라~

 

너무 열심히 주물럭거려준 덕분에 약간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니 적당히 섞어 준다는 느낌으로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아예 찹쌀을 으깨질 정도로 아주~ 열심히 주물럭 거렸더니,

술에 티눈 같은 것이 많이 떠서 

미관상 좋지 않았다.

 

이제 술이 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발효는 23도에서 28도 사이가 좋고,

25도가 가장 좋은 온도라고 한다.

 

술 담근 날의 막걸리 모습. 벌써 맛있어 보인다 

 

 

 

이렇게 하루 정도 지나면, 

알코올은 거의 없고,

단맛이 나는 상태가 되는데,

제주에서는 쉰다리라고 불리는 천연 발효 요구르트가 된다.

 

예부터 제주에서는 밥이 쉬거나 하면

누룩에 섞어 발효시켜서 드셨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 쉰다리 맛이 너무 좋다.

 

시큼하면서 약간 단 맛이 나는 아주 건강한 맛.

 

이제 하루 이틀 지나면서 발효가 진행되는 상황을 살펴주면 된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두 번 정도 잘 섞어 준다.

 

3일째가 될 때까지는 특별히 발효가 되는지 느낌이 잘 오지 않았다.

 

3일째 되는 날 발효 상태

 

 

그리고,

4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발효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5일째가 되니 위에 가득했던 쌀들이 없어지고,

이 날부터 조금씩 떠서 맛을 본다.

 

알코올 도수가 꽤 되는지, 톡 쏜다.

제법 술맛이 난다.

 

발효는 일주일 정도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맛을 보고 본인이 괜찮다 생각할 때,

술을 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0일째 되는 날 막걸리.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온다

 

 

난 15일 정도 뒀다 술을 내렸는데,

너무 오래 둬서 그런지 신맛이 강했다.

 

난 오래둬서 막걸리 맛이 신 줄 알았는데,

물을 많이 넣어주면 발효는 잘 되지만 신 맛이 강하고, 

적게 넣어주면 발효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단 맛이 강하다고 하니,

다음번엔 물 양을 좀 줄여야겠다. 

 

그래도 내 입맛에는 괜찮았다.

술을 내리면서 일부는 오리지널 그대로 담아두고,

나머지는 댕유자 청과 섞어서 잠시 뒀다 내렸다.

 

댕유자청과 섞어서 내린 막걸리는 항상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도 댕유자 막걸리 맛이 너무 좋았다.

 

예전에 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먹었던 유자 막걸리보다 

내가 만든 막걸리 맛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만든 막걸리는 2리터 생수병에 담았는데,

10병도 넘게 나왔다.

 

이렇게 집에서 만든 막걸리는 도수가 높아서 

물 하고 섞어서 먹는다는데,

나는 그냥 그래도 내려서 생수병에 담았다.

 

이렇게 직접 담은 막걸리는 도수가 높아

그냥 둬도 쉽게 쉬거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는 100일이 지난 후에 먹으면,

환상적인 막걸리 맛이 난다고 하는데,

그 100일을 못 참고 다 먹는다고 한다.

 

나는 워낙 많이 담아서 100일이 지나고도 먹고 있고,

막걸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선물도 드리고 있다. 

 

나와 아이들이 만든 막걸리는

막걸리라기보다,

와인 맛이 난다.

 

이번 막걸리는 아이들의 마법의 주문으로 

열심히 주물럭거려준 덕분에 더 맛있는 것 같다.

 

솔직히 아직 막걸리를 만들 때마다,

맛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특별한 맛이 나서 항상 새롭다.

 

마치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어떤 색감으로 사진이 현상이 될지 설레는 마음과

그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색감으로 내게 와준

나의 결과물에 놀라고 만족해하는 때와 같은 느낌이다.

 

조만간 와인 같은 막걸리 한잔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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