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더 신비로운 물영아리오름

2020. 10. 28. 11:14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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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중에 산정호수가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가 물영아리오름이다. 

 

물영아리오름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어 

다양한 생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영아리오름은 4계절 내내

좋은 풍경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봄이면, 특히 5~6월에 보라색 산수국이

탐방로 곳곳에 피어

화려하지 않지만,

다소곳한 산수국과 함께

조용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수국과 삼나무 사이로 물영아리오름을 올라가지 않더라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한여름이 되어도,

삼나무숲 사이로 더위를 피해

오름을 올라갈 수 있다. 

 

가을에는 산정상에 있는

습지 주변의 단풍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도 삼나무숲 사이로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눈내린 아주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난 이 곳을 지난 겨울 눈 내린 날

처음 갔었다.

아이 하나와 와이프와

함께였는데,

아내는 신발을 너무 대충 신고 와서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포기하고

나와 아이만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 계단을 보자 신나서 달리는 아이 

 

파란하늘을 캔버스 삼아 나뭇가지들이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풍경도 나는 좋다

 

물영아리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오름 탐방로에 들어서는 순간

확 트인 초원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 초원이 주는 상쾌함은

많은 탐방객들을 

처음 순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오름을 즐기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초지에 풀들이 초록색으로

생명력 가득한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이할 때의

감동은 더욱 크다.

 

이렇게 멋진 감동을 주는 공간이 있는 이 곳은

영화 늑대소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있었을까? 

영화나 방송을 하는 분들이

장소를 섭외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제주의 오름 시그니처 풍경. 초록색 들판과 파란 하늘~

 

초지를 둘러서 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성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바로 하는 순간 같다.

 

조용히 초지를 둘러

삼나무 숲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키 큰 삼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조금 걸으면

본격적으로 물영아리오름 정상을

향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간 사람들은 끝없이

보이는 계단을 보는 순간

헉하고 당황할 수 있다.

 

나의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로

난 이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금방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한 15분에서 20분 정도만 고생하면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계단길은 비가 올 때 가도 너무 좋다.

숲 어딘가에서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과

빗방울이 나뭇잎에 닿는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해 준다.

 

특히 연무가 끼는 날이면,

분위기가 정말 너무 좋다.

 

혼자 간다면,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름인 덕분에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사람 없는 곳만 찾아다니는 나는

 자연이 주는 모든 선물을

오롯이 혼자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삼나무와 안개비가 주는 환상의 콜라보

 

정상에 올라가 분화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습지가 있다.

 

여름에는 분화구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여름에는 맹꽁이들이 우렁차게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진심으로 우렁차다.

얼마나 많은 맹꽁이들이 함께 울어대는지...

하지만, 듣기 좋은 소리들이다.

 

역시 람사르습지로 지정될 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맹꽁이 우는 소리를

요즘 아이들은 들을 기회가 있을까?

비단, 맹꽁이뿐만 아니라, 

자연이 다양한 소리를 못 듣거나,

들어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너무 각박한 요즘을 사는 우리들이다.

 

맹꽁이 소리가 정말 우렁차다

 

분화구에 가면

자주 만나는 친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고라니. 습지 사이를 다니며,

뭔가를 열심히 먹는다.

 

고라니 바로 옆으로 다가가도 

별로 도망갈 생각이 없이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있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정상 습지에서 얌전히 풀을 뜯고 있는 친구, 고라니

 

고요한 이곳에 앉아 잠시 멈춰보면,

왠지 몸 안에 기운이 샘솟는 듯하다.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 해서인가? 

 

기회가 되면 밤에도

여기에 와 보고 싶다.

별사진도 찍어보고 싶고,

밤엔 어떤 소리들을 들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근데, 너무 무서울 것 같기도...

 

몸의 기우을 충전하고 오름을 내려가 본다.

 

내려갈 때는 다른 길로 내려가도 좋다.

 능선길은 올라올 때보다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고,

계단도 많지 않다.

 

그래서 나처럼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오름 정면의 계단길 말고

다른 쪽 길로 가시면 좋을 것 같다.

 

물영아리오름을 기준으로

3시방향으로 난 이길은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인

물바라길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시간은 30~40분 정도

더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무릎에 큰 무리가 없으신 분들은

오름 정면으로 난 

삼나무숲 사이로 난 계단길로 올라가서

정상의 습지를 즐기시고, 

오름 3시방향으로 내려와 

시계방향으로 물바라길을 걷기를 추천한다.

 

시계반대방향으로 가는 길보다

거리가 좀 더 가깝고,

더 다양한 풍경을 경험하실 수 있다.

 

시계방향은 2km가 조금 안 되고,

시계반대방향은 2.5km가 조금 넘는다.

 

5~6월에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산수국을 감상할 수 있고, 

오래된 잣성을 옆에 두고 걸을 수도 있다.

 

잣성과 기이하게 자라는 나무들

 

모처럼 제주에 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실망스러울 때,

그리고 조용히 오름을 가고 싶다면

물영아리오름을 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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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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