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쩌다 얻어걸린 쇠기오름

2020. 11. 26. 10:20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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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겨울,

그리고 동백꽃.

 

오랜만에 동백꽃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그런 숨겨진 장소로...

 

폭풍 검색을 해서 

찾아낸 곳이 수망리였다.

 

그곳에 동백숲길이 있다 해서

의심되는 근방에 차를 대고,

주변을 찾아 돌아다녔다.

 

수망리 근처를 뒤지다 

동백꽃이 보여서 가 봤는데,

여긴 아마도 누군가

동백꽃을 키워서 팔기 위한

농장 같은 느낌.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었는데...

 

동백나무를 키우기 위한 농원인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돌아다니다,

이번에도 동백꽃 명소를 못찾나보다 하고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기로 하고,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맵을 살펴보니,

오름이 하나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쇄개오름.

 

"그래, 동백꽃은 못 찾았어도,

새로운 오름이나 하나 올라가보자"

 

"쇄개오름?"

 

오름이 있다는 위치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

지도상엔 가까이 온 거 같은데도

오름이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오름의 이름이 특이해서 

집에 와서 찾아보니,

쇠기 오름, 웅악 또는 숫오름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 오름이었다.

 

그중 이름이 납득이 될 만한 것이

쇠기오름이었다.

 

쇠기오름은 제주어로 송아지를 뜻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오름에 다가가니, 

정말 작고 앙증맞은 봉우리가 하나 보여

귀여운 송아지 같기도 했다.

 

길 끝에 보일랑 말랑 하는 봉우리가 쇠기오름이에요

 

오름 밑에 도착해서 보니,

설마 이것도 오름인가 싶었다. 

 

올라갈 때만 해도 사전에 오름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올라가면 또 언덕이나,

분화구가 있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름인지

탐방로도 정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올라가니,

이게 웬걸....

 

오름 정상의 억새 뒤로 

저 멀리 반짝거리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낮아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울 것 같은

오름 높이가 178m 밖에 안되고, 

실제 올라가는 거리는 30m 남짓 된다고 한다.

 

얼마나 낮고 귀여운 오름인지 짐작이 되겠죠?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억새 뒤로 반짝이는 바다가 서서히 드러났다

 

정말 잠깐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놀라운 한라산뷰가 펼쳐졌다.

 

세상에 30m 정도 오르고,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다 감상할 수 있다니...

 

정말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1시간 넘게 헤매긴 했지만, 

여기 잠깐 사이에 달라진 풍경에

지친 마음이 한 번에 날아갔다.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날씨와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이 보다 좋을 수가 없다.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왔다

 

오름 정상에서 한라산을 맞이하고 있다

 

오르고 보니, 

진짜 정상에는 분화구도 없었다.

 

얼마 되지 않는 봉긋한 정상에는

억새만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역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분화구가 없이 그냥 봉우리만 있는 오름을

 일반적으로 숫오름 또는 웅악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어쨌든, 오름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어쨌거나, 

새로운 오름 하나 격파!

 

동백꽃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오늘 오름에서의 감동을 안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멋진 길이 눈에 들어온 것...

 

커다란 동백나무들 사이로

작은 길이 보인 것이다.

 

아쉽게도 동백꽃은 피어 있지 않았지만,

왠지 이 길이 숨겨진 명소일 거 같은...

 

멋지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한 달 정도 있다가 아가들하고 

한번 와 봐야겠다.

 

그럼 그때 여기가 내가 원하는 길이 될지

알게 될 테니까...

 

또 다른 설렘을 안고 

오늘 어쩌다 얻어걸린 오름 탐험은 

마무우리!

 

P.S. 나중에 다시 이 곳에 관련된 글 올릴게요.

To be continued...

 

그나마 피어있던 동백꽃과 귤밭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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