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연생태공원에서 만난 특별한 친구들

2020. 11. 17. 10:05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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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자연생태공원이 생겼다.

 

https://place.map.kakao.com/2045023186

 

제주자연생태공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금백조로 446 (성산읍 수산리 4711-1)

place.map.kakao.com

 

아니 생겼었는데, 

이제야 알았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곳이 있었다니...

그걸 우리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친구한테 듣고 알았다.

 

제주에 와서 초창기에는

차를 타고 가다가, 

왠지 이쁠거 같으면, 

비포장도로로 막 들어가서

헤매던 때가 있었다.

 

그냥 개발되지 않고, 

순수하게 보존되어 있는

원시 제주가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오늘 이야기 하는 제주자연생태공원도

전에 그런 식으로 그냥 들어가 봤던 

시골길에 생긴 것이다.

 

물론 지금은 입구까지 

아주 잘 닦여진 아스팔트 도로로 

안내해 준다. 

 

정말 신기할 따름...

 

바로 코앞에 생태공원이 부지불식 간에

생긴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빨리 제주가 바뀌고 있다니...

 

2~3년 전인가 여기 이곳을 탐험하다

비포장 도로에 차 하부가 무지하게

돌에 채였던 곳인데...

 

어쨌든, 말끔한 길을 따라 

도착한 제주자연생태공원.

 

제주자연생태공원 입구

 

생각보다 주차장이나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온실 투어나 만들기체험,

그리고 해설 프로그램은 

경험할 수 없고,

 

맹금류 사육장 관찰과 노루 먹이주기,

그리고 궁대오름 탐방만 

가능하다고 했다. 

 

아쉽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순 없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노루 먹이주기랑

맹금류 사육장 관찰은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사전에 자연생태공원에 가면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동물 친구들은 

일반적인 아이들과 달리 

특별한 친구들이라는 것.

 

제주자연생태공원에서는

 제주 어딘가에서 

사고를 당해 다친 아이들을 데려와

치료하고, 돌봐주고, 

다 낫게 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것.

 

제주자연생태공원 입구에 있는 귀여운 작품. 노루 같죠?

 

처음에 들어가니, 

이 시설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분(?)의 

안내 시간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해설사분께서 시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신다

 

아픈 친구들이 와서 있다는 것과

곤충관이나, 나비가 있는 나비관 등 

실내 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아이들은 실망했으나, 

선생님께서 바로 노루가 좋아하는 사철나무를

나눠주며, 노루에게 먹이로 주라는 말씀에

아이들은 금세 기분 업.

 

그러는 동안 궁대오름에 사는

야생 노루가 옆에까지

내려와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연생태공원이 있는 궁대오름 주변에는 

야생 노루가 150마리 정도가 있고,

여기서 치료하고 있는 노루는 30마리 정도에서

현재 열몇 마리 정도 남았다고...

 

선생님의 설명이 다 끝나고

아이들과 우리는 손에 사철나무 하나씩 들고

먼저 맹금류 사육장을 둘러봤다.

 

역시나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대로

제주에서 다친 아이들이 

맹금류 사육장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풍력발전소 날개에 부딪혀서,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서,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날개가 부러져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매, 수리부엉이, 독수리, 황조롱이 등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는 

독수리도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친구와 제주에 

독수리가 있냐 없냐로 내기를 했었는데...

 

그때 독수리에 관한 이야기를 

검색했는데, 못 찾아서 없다고 한

친구가 이긴 것으로 결론이 났었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제주 독수리를 보게 되다니...

 

이 친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날개가 

절단된 채로 발견된 아이였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해 보이긴 했지만,

왠지 우울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쳐서 온 아이들의 사연이 우리 밖에 걸려 있다

 

독수리의 모습. 옆에서 본 이 아이는 꽤 등치가 컸다

 

맹금류 우리를 살펴보고 있는 아가들

 

아이들과 나는

어서 빨리 나아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노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오기도 전부터

노루들은 아이들의 손에 들린 사철나무를

바라보며, 따라 움직인다.

 

역시나 우리에 넣자마자

열심히 달려와 사철나무 잎을 뜯어먹는다.

 

사철나무를 약하게 잡고 있으면,

노루가 잡아당기는 힘이 쎄서 

그냥 뺏겨 버리니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다리가 하나 절단된 노루도 있었다. 다행이 건강히 사철나무 잎을 뜯었다

 

1인 1노루... 노루와 면담시간

 

노루들은 대부분 아주 건강해 보였다.

개중에 한 마리는 다리가 하나 절단된 아이도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사철나무를 들고 다가가니

열심히 잎을 뜯어먹었다. 

 

아주 건강한 것으로....

하지만 이 아이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노루들은 순식간에 사철나무를 뜯어 먹었다.

너무 빨리 먹어 아이들도 너무 아쉬워한다.

 

담에 올 땐, 사철나무를 미리 좀 준비해와야 하나?

 

노루에게 먹이를 준 뒤,

궁대오름을 올라가기로 했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아이들은 아빠의 꾐에 넘어가서 

걷게 되었다. 

 

다름 아닌, 그곳에 반달곰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 곰이 있는가 보다 하고 약간의 거짓말을 해서

곰 보러 가는 것으로....

 

그렇게 걷게 된 아빠와 아이들.

 

궁대오름 전에서 하마트면 되 돌아 갈 뻔 했다

 

제주자연생태공원엔 세 코스가 있다. 우리는 자연생태공원 탐방로를 걷는 것으로...

 

자연생태공원엔 세 코스가 있다.

분화구 정망대 탐방로 1.2km,

자연생태공원 탐방로 2.0km,

궁대오름 둘레길 2.5km.

 

우리가 택한 길은 자연생태공원 탐방로.

 

아이들은 걸으면서 계속

곰을 찾았지만...

나도 곰이 있으면 보여주고 싶다. 아가들아...

 

거짓말해서 미안해.

 

막상 아이들은 투덜대면서도 

걷기 시작하면 

뛰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뛰어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든 나무들이 있었다. 

 

많지 않은 단풍이지만,

제주에서 가장 많은 단풍을 

본 날 같다.

 

사실 제주에 살면서 

단풍이나 노란 은행잎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제주판 단풍놀이~

 

걷는 아빠, 뛰는 아이들. 부럽다 아가들아~

 

자연생태공원 탐방로를 

조금 오르니, 억새밭이 보인다.

 

억새는 이제 철이 지나서인지

억새밭을 많이 정리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라진 억새를 주워

마법의 빗자루 인양 타고 날라도 본다.

 

마법 억새 날아라~!

 

한창일 때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궁대오름 정상으로 향한다.

 

궁대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는 

편백나무 숲으로 되어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급하게 

바뀌는 듯한 느낌.

 

그래도 눈으로 들어오는 

초록빛 잎과 붉게 보이는 길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편백숲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나?

어느새 정상 전망대에 이르렀다.

 

전망대에 오르니, 

우리 동네에 있는 대수산봉과 대왕산,

말미오름, 알오름,

그리고 그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만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한편으로는, 제주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밭은 벌써부터 진한 초록색을 담고 있다. 

 

제주 동부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잠깐의 감상을 마치고, 

출구 쪽으로 향한다. 

 

아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계단일 수 있지만,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조금 땀이 날 수도...

 

무릎이 안 좋은 나는

자연히 아이들의 뒷모습을 쫓게된다.

 

위험해 보이는데, 

잘도 내려간다.

 

그래도 혼자 쳐진 아빠가 걱정되는 듯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천천히 같이 가준다.

 

편백숲 사이로 난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하지만 길지는 않아 다행~

 

내려올 때는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다 내려와서, 약간의 둘레길을 걷고

다시 노루들을 만나게 되었다.

 

노루 우리 주변에는 

간단하게 놀 거리들이 있었는데, 

투호, 윷놀이 그리고, 땅따먹기 등을 

할 수 있었다. 

 

의외로 여기서 아이들끼리 

재미나게 논다.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돌아가면서 충분히 즐기는 아이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투호를 즐기는 아이

 

어느새 돌들을 주워와 땅따먹기 하는 아가들

 

점심을 먹고 갔지만, 

문 닫을 때가 되어서 즐기던 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나오기 직전까지 

뱀, 도마뱀, 나비, 그리고 메뚜기 등

다양한 객체들을 만나보며

알차게 보내고 나왔다.

 

이곳 제주자연생태공원은 

일반 동물원을 생각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픈 동물들을 보고

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하기에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체험과 해설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즐기러 다시 와 볼 것이다.

 

아니 그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와 볼 생각이다. 

 

우리가 일요일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 두 가족밖에 못 봤을 정도로

매우 한산한 곳이다. 

 

아이들과 조용하게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니,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한번 오셔서 이 곳을 걸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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