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모두 작가랍니다 _ 아이들과 책만들기

2020. 11. 13. 10:04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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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와서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아이들과 다양한 수업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큰아이의 경우는

유치원부터 엄청 가기 싫어하고

맨날 엄마한테 혼나면서

거의 끌려갔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가서는 

엄마와의 그런 대립이

더욱 강해져서 아이도 힘들어하고

엄마도 힘들어 지쳐했다.

 

나는 나대로 제주에 1년 먼저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 보겠다고 바둥거리느라

아이들과 아내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떨어져서 지내고,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힘든 것들을 감내하고

서로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다

처음 부부싸움이라는 것도 하게 됐다.

 

그렇게 1년 동안 각자 생고생하고,

14개월 후에 가족들 모두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얻어걸린 

이곳 수산리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산초등학교와

수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수산리에 자리 잡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수산초등학교가 아담하고 이쁘기도 하지만,

학교의 교육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수산초등학교는 제주형 자율학교로

다혼디배움학교이다.

 

다혼디배움학교란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교직원이

다 함께 협력하고 존중하는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배려와 협력 중심의 교육 공동체로 

공교육 혁신 학교이다. 

 

그래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모든 과목을 연결해서 통합적으로

수업을 하고,

 

모둠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함께 모여 모둠북이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특별한 수업도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학년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매우 잘 어울려서 놀아주고

친동생처럼 돌봐주기도 한다. 

 

유치원생까지 포함한 전교생이

80명이 안 돼서 그런지

더욱 가족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학교 보내는 부모로서 

얼마나 안심되는지 모른다.

 

이런 학교에 아이가 전학 오고서는

너무 잘 적응하고 지금까지도

행복해하며,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 

 

명절 때, 서울 가면,

빨리 제주 가자고 성화이고,

학교 수업에 빠지고 놀러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한다.

 

"제주 오길 잘했지?" 물어보면, 

아이들은 너무도 확실하게 "응"이라고

대답해 준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학교

 

학교 안에 이렇게 멋진 퐁낭(팽나무)가 있어요

 

학교 외에도 복지회관의 지원을 받아

어울렁 더울렁이라는 학부모 모임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목공수업이나, 책 만들기, 요리하기, 팔찌 만들기,

바다청소, 봉사 등

학부모들이 1년의 계획을 짜서 제안을 하면

그의 맞는 지원금을 받아 계획대로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 

 

그중에 가장 특별했던 활동 중에 하나가

책 만들기였다.

 

동화 작가님의 지도 아래 진행되었던

이 수업은, 각자의 책을 만들어 보는 

그런 것이었다.

 

물론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시해주는

질문에 답하고, 그에 대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했지만,

 

어른들은 각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책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제주에 오게 된 이야기와 

제주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포토북 형태로 책을 만들기로 했고,

 

아내는 지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라고 하고,

그에 대한 답변과 질문자의 얼굴을 

직접 그려서 책을 만들기로 했다.

 

책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먼저 간단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에 따라 더미 형태로 책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본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냥 종이를 책처럼 붙여서,

그 위에 넣을 글과 그림, 또는 사진을

프린트해서 붙여보는 것이다.

이름하여 수제 책.

 

우리 가족의 수제책. 실제로 나온 책보다 이 수제책이 더 마음에 든다

 

책으로 만들어서 보면,

책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될지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수제책을 만들어보고

그 내용이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더 구체화해서 책 만들 수 있는

사이트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면 된다.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물론 스캔을 해서

파일 작업을 해야겠고,

나 같이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은

사진 파일로 그냥 사용하면 된다.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이고, 어렵지 않다.

 

사실, 그 전에 어떤 내용으로 쓸지,

처음 책을 구상할 때가 막막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하다보니 생각보다

비교적 쉽게 풀려나간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작업과 기다림 끝에 

책들이 우리 가족에 전해졌다.

 

 

제주에 와서 지내면서,

막연하게 책을 한번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이렇게 좋은 기회로

나의 책이 나오다니...

 

우리들의 책이 손에 쥐어 주는 순간,

각자가 특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 만들기에 참석했던 모든 가족들은

책이 나온 이후에,

조촐한 출판기념회도 함께 하면서,

사인회도 하고, 낭독회도 했다.

 

모든 분들이 만든 책을 전시하고, 독자들은 그에 대한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도

함께 먹었다

(코로나 전에 책 만들기를 했습니다). 

 

완벽하게 책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경험을

우리끼리 한 셈이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꼭 함께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책을 수제로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어렵지, 만들다 보면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책이 제대로 나온 것보다

수제책(더미)가 더 마음에 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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