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따라 걷는 남원 큰엉 해안경승지

2020. 11. 6. 11:30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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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에,

금호 리조트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돌도 안된 쌍둥이와 5살인 큰애,

그리고, 만삭인 아내와 함께,

제주로 여행을 왔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차를 끌고 와서

배에 차를 싣고 제주에 입도했다.

물론 갈 때도 같은 루트로...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렇게 왔는지...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여행에서의 여유보다는,

애들 돌보는고, 밥 먹인 기억만 남는다.

 

하나로 마트에서 회 떠다 숙소에서 먹고,

흑돼지 사다가 역시 숙소에서 꿔 먹고...

 

우리 가족들의 제주 여행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렇게 우리가 며칠을 묵었던 이 곳 바로 옆에,

남원 큰엉 해안 경승지가 있었을 줄이야...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았다.

이렇게 멋진 곳에 우리가 묵었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긴 한데...

아쉽긴 하네..

 

그때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남은 사진도 없다.

 

어쨌든, 큰엉으로 가면 공영주차장이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둘러볼 수 있다. 

 

금호 리조트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금호리조트 안에는 이렇게 야자수로 조경이 잘 되어 있다. 

약간 동남아 리조트에 온 느낌이~

 

주차할 곳이 없으면,

금호리조트에도 가끔 했는데, 

괜찮았다.

 

 

리조트 입구에 야자수들이 동남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내가 남원 큰엉 해안 경 승지에 간 날

낮에 비가 오락가락 오고 난 후인지

하늘은 기분 좋게 개어가고 있다.

 

큰엉은 올레길 5코스에 위치하고 있다.

엉은 제주말로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을 뜻한다고 한다.

큰엉이라는 제주어가 이야기해 주듯이,

올레 5코스는 해안 절벽을 옆으로 멋지게 펼쳐진다.

 

 

 

큰엉은 올레5코스에 포함되어 있고, 이 길은 절벽 위로 나 있다

 

 

 

주차장에서 해안 쪽으로 나오자마자

절벽 밑으로 시원하게 파도가 절벽에 부서지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너무 멋지다.

오랜 세월 풍파가 만들어낸 기암절벽의 모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예술 작품 같았다.

 

파도 부서지는 거만 보면

기분이 왜 이렇게 멜랑꼴리 해 지는지 모르겠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내 고민도 없어지면 좋겠다.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나를 기분 좋게 해 준다

 

 

2km 정도 되는 코스 내내 절벽들은 여러 면들을 보여준다.

나는 큰엉에서 시작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천천히 걸었는데도 1시간이 안 걸렸다. 

 

코스 중간에 본 절벽의 모양 중에

호두암과 유두암이라는 바위도 있었다.

 

당연히

호랑이의 머리와 유두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자세히 보면 비슷해 보인다. 

 

 

앞에 보이는 바위가 호두암이고, 호두암 옆에 작은 유두암이 있다

 

 

 

나같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

 

 

 

 

더 걷다 보면,

수직으로 난 큰 굴도 보인다.

이 굴은 쇠떨어지는 고망(우렁굴)이라는 곳이었다.

 

방목하던 소들이 더울 때 그늘을 찾아 헤매다

이 구멍으로 뚝 떨어져 죽었다고 하는,

안타깝고 무서운 굴이었다. 

 

둘레에 울타리가 있긴 하지만,

깊이와 크기가 충분히 무겁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깊은 굴이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맑게 개고 있는 하늘과 밀려나는 구름이 펼치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지만,

사진으로는 그 멋진 풍경이 담기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사진으로는 부족한 그 때의 풍경...

 

 

 

 

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봐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큰엉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길.

 

걷다가 보면 눈 앞에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이

바로 한반도 지형과 딱 맞아떨어진다. 

 

물론 위치를 잘 잡아야 제대로 된 한반도를 볼 수 있다.

친절하게 위치를 표시해 주었다.

누가 이런 발견을 했는지,

참으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보이도록 가지치기도 해 주겠지만,

처음에 어떻게 이런 특별한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한반도가 딱 눈에 들어온다

 

 

 

 

앵글을 잘 맞추면 바다의 수평선이 38도선이 된다고 하는데..

전 실패!

 

 

중간중간 바닷가 절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도 있다.

그냥 편하게 걷는 코스와 함께 바닷가 코스가 있는데,

자연 바위 위를 걸어야 하기에, 

약간 걷기 불편하실 수 있으나, 경치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정말 운이 좋으면,

바로 절벽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는 돌고래 가족을 볼 수도 있다.

 

나도 한 번만 봤는데,

야생 돌고래 가족들이 해안 바로 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다니,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쉽게도, 

너무 기뻐 일행들에게 알려주는 사이에 사라져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지만,

야생 돌고래 가족들의 실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다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흥분됐다.

 

그때의 감동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던 것 같다.

 

 

 

 

바닷가 코스에 물이 고여 비치는 구름이 멋지다

 

 

 

 

비가 온 후라 땅이 젖어 좀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큰엉이 포함된 올레 5코스는 절벽 위로 길이 나 있지만,

대부분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지나게 되어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동굴들이 중간중간 많이 있다

 

 

 

내가 간 날이 화요일 늦은 오후였고,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사람이 많진 않았다.

 

중간중간 약간 으쓱한 곳에 벤치들이 있어서,

연인들이 바다 보며 데이트 하기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로 추천한다.

 

 

https://place.map.kakao.com/11294440

 

큰엉해안경승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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