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음악에 취하다 _ 빛의 벙커: 반 고흐전

2020. 11. 7. 10:48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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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면서 실망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문화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술관이 있긴 하지만, 

주로 내가 사는 곳에서 정반대 쪽인 

서쪽이나 제주시 쪽에 있어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은 현대미술관에 아이들과 함께

큰 맘먹고 갔는데,

쉬는 날이어서 그 먼길을

헛걸음한 적도 있었다. ㅜㅜ

 

물론 박물관도 엄청 많다.

진짜 벼래별 박물관들이 있는데,

가보면 너무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제주도정이

제주의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 줬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한심한 박물관들이 많이 생기겠나...

 

너무 엉망인 박물관들은 

당연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결국 문 닫은 곳들이 많이 생겼다.

 

아마 여행 중에 많이 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방치된 박물관들은

더욱 흉물스럽다.

 

차라리 제주의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해주지 하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어쨌든 그런 우리들에게 2년 전,

희소식이 들렸다.

그것이 바로 빛의 벙커가

오픈한다는 소식이었다.

 

이 벙커는 대수산봉이라는

오름 중턱에 있는데, 

모대통령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피하기 위해 만든

벙커라는 이야기도 있고,

전에 통신사 기지국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가끔 여름에 벼룩시장을 개최하는데,

사용되었던 건 알고 있는데...

 

찾아보니, 예전 옛 국가 통신시설로

사용되던 비밀 벙커였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빛의 벙커에서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도 되었지만, 걱정도 되었다.

또 쓰레기 박물관이면 어쩌나...

 

다행히도

다녀온 사람들의 평은 매우 좋았다. 

 

빛의 벙커에서는 일정 기간 전시가 끝나면,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미디어 아트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맨 처음에 전시된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전이었다.

 

클림트전은 너무 좋아서

두 번이나 가서 봤었다.

 

 

두번이나 가서 봤던 클림트전

 

 

 

 

일단 벙커 안으로 들어가면 

음악 소리를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시관 안에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벙커 안은

작가의 작품들이

모든 벽면과 바닥에 쏟아져 내린다.

 

영상으로 벙커 안을 화려하게 치장을 했다.

단순히 사진이나 작가의 작품을 

정적으로 쏘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만들어

작품들이 살아 숨 쉬게 했다.   

 

 

창을 통해서 보여지는 영상에 영상이 겹쳐지는 모습도 정말 멋지다

 

 

 

 

벙커의 공간이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인

900평 정도라고 하는데,

이 거대한 공간의

바닥과 벽면, 기둥에서 

빠짐없이 작품들이

살아 움직인다니...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

 

실제로 웅장하게 울리는 음악과

거대한 벽면에 보여지는

작품들을 보면

내가 작품 속에 거니는 듯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두 작가씩 전시를 하는데,

이번 두 번째 전시의 주인공은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이다. 

 

반 고흐의 등장

 

 

 

사실, 미술 작품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이런 작품들을 보러 가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막상 가면 미디어 아트를 

넋을 놓고 보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들이

차례로 흘러나올 때,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면 돼서

너무 좋다.

 

작품을 열심히 이해하려 하거나

해석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과

작품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폴 고갱의 미디어 아트에서는 숲을 거닐다 비가 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

스포가 될 수 있어 최대한 자제하겠다.

 

영상을 하나 올리긴 했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감동의 크기가 아주 틀릴 것이다.

 

영상과 음악 속에서,

벙커 안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으니,

한번 가 보시기를 추천한다.

 

이번 반 고흐 전은

2021년 2월 28일까지라고 한다.

 

반 고흐를 사랑하시는 분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비가 오면 뭐하지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줄 거라 

믿는 공간이다.

 

 

빛의 벙커를 방문했던, 그리고 방문할 거장들

 

 

 

 

아, 마지막으로 시간이 되신다면,

빛의 벙커가 있는

대수산봉 정상에서

성산일출봉과 멋진 바다를

눈으로 담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린다.  

 

 

빛의 벙커가 있는 대수산봉 정상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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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벙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제주 성산 AMIEX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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