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포도뮤지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을 감상하고

extremepapa 2024. 10. 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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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시간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포도뮤지엄에서 전시하고 있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포도뮤지엄은 어떤 공간인가?

포도뮤지엄은 2021년 4월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포도뮤지엄은 포도호텔과 함께 SK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포도뮤지엄은 미래의 가치라 할 수 있는 지구 생태환경과 인류의 공생을 생각하고, 사회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공간을 목표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뮤지엄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표방하고 운영되고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제주에 정말 많은 박물관 또는 전시관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주에서 가장 제대로 된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어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지, 또는 다음 전시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기대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이 처음 포도뮤지엄을 방문한 것은 2021년에 전시되었던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었습니다. 그 때는 아이들과 모두 함께 가서 뜻밖의 소중한 경험을 하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표도뮤지엄 입장료와 예매는?

포도뮤지엄 입장료는 성인은 10,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36개월 이상 18세 이하)은 6,000원입니다. 제주도민은 50%로 할인된 가격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으로서는 정말 훌륭한 전시를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나 저희 같은 다둥이 가족은 정말 비싼 입장료 때문에 전시회 같은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입장료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포도호텔에 투숙하시는 분들은 50% 할인 받으실 수 있다고 합니다. 

제주에 여행오는 지인들이 어디 가볼 만한 곳 없냐고 물어보면 저는 오름 하고, 포도뮤지엄을 주로 추천해 주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야외활동하기 힘드시다면 포도뮤지엄으로 가셔서 조용히 좋은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주여행 중에 비가 오는 날이라면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더욱 감성적인 무드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포도뮤지엄은 네이버 예약을 하시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현장발권도 가능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날이면 전시회 관람인원 제한이 있어서 애써 가셨다가 못 보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번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에 네이버 예매하기를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매가 되지 않아 직접 포도뮤지엄에 현장 발권 가능한 상황인지 확인하고 갔습니다.  


포도뮤지엄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30분이니 너무 늦지 않게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 남겨준 여운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전시를 보러가기 전에 전시회 이름을 듣고서 왠지 나이가 연로하신 노인들의 삶을 억지로 미화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럼 난 좀 별로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포도뮤지엄에 도착해서 전시장에 도착해 보니, 역시나 노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담은 전시가 맞았다. 

이번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오늘날, 노년의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온기를 더하고 세대 간의 공감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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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들어가서 처음 만났던 작품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밀실 1 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오래된 문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공간이 있었고 그 문틈 사이로 들여다본 안에는 낡은 침상과 협탁 있고 그 위로 의료도구 등이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싸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는 작가가 어린 시절 투병 중이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첫 작품부터 마음 한쪽이 아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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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눈에 들어온 작품이 알란 벨처의 바탕화면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벽에 여러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 파일들이 쭉 줄지어져 전시되어 있었고 그 이미지 파일 중간중간 하늘색으로 표시된 폴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미지 파일이 온전하지 않은 깨진 이미지 파일들이어서 이는 내가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할 수 없는 추억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알란 벨처는 이 작품을 통해서 '기억이 사라진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는지'라고 묻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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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총 10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단상들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두 작품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쉐릴 세인트 온지 작가의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녀 본래 사진작가인데 그의 엄마가 혈관성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엄마와 함께 지내며 엄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치매는 너무도 무서운 병이지만, 쉐릴 세인트 온지의 작품을 보면 치매에 걸린 엄마가 그 어떤 아이보다 순수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입니다. 치매에 걸려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더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 같은 두 모녀가 제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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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다른 작품은 <Forget Me Not>이라는 테마공간이었는데, 이 테마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 중앙에 배롱나무가 전시되어 있고 그 주위로 잔잔한 음악과 함께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는 것을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 배롱나무는 100년을 살다가 죽은 나무를 캐와 전시실로 옮겨와서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았습니다. 비록 죽은 베롱나무였지만, 그 주위로 4계절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생생히 펼쳐지는 생명활동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베롱나무의 생명활동과 함께 뒷 배경에는 가장 찬란했을 때 나의 추억들을 담은 듯한 사진들이 나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추억이나 기억이 사라지는 듯 그 사진들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이런 연출이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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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메인 전시관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서 아내와 함께 체험할 수 있었던 공간이 있었습니다. 천경우 작가의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퍼포먼스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참여를 원하는 관람객은 누구나 전시장 중앙의 작은 부스에 앉아 참여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을 눈을 감고 그립니다. 이렇게 그려진 초상화들로 벽면을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도 이 공간에서 눈을 감고 그려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초상화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아이들과도 함께 이 놀이를 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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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봤던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이후로 두 번째로 방문한 이번 전시도 역시 너무도 만족스럽고 많은 여운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나의 노년에 대한 마음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기도 했고, 옆에서 함께 해 주는 아내에 대한 감사한과 애틋함 또한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여행 중, 또는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신다면 포도뮤지엄을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번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2024년 3월 20일부터 전시가 시작되어 2025년 3월까지 전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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