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북유럽 숲이 되었던 독자봉

2020. 12. 11. 10:29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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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처음 와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던 곳이 신산리라는 곳이었다.

 

바닷가 마을이어서 숙소에서

창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는 시원한 곳이었다.

 

다만 겨울엔 너무 추워서 

집안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자고 

생활했던 기억이 있네요.

 

어쨌든 이 때 제가 혼자 산책 가던 오름이

망오름(독자봉, 오음사지악, 독산이라고도 불립니다)이었어요.

 

집에서 한 30분 걸어올라가면 있던 오름인데,

망오름과 통오름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습니다. 

 

독자봉은 호로 떨어져 외롭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한편으로는 이 근방 마을에 독자가 많아

독자봉이라고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혼자 자주 갔나봐요... 외롭게....

 

독자봉을 검색하고 도착하면

정리가 아주 잘된 주차장이 있어요.

 

주차하고 바로 독자봉으로 오르는 길이 오른편에 보이고

왼편에는 평지의 길이 숲 사이로 쭉 뻗어 있습니다.

 

이 길들이 독자봉 산책로의 시작과 끝이에요.

어느 쪽으로 걸으셔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힘있는 초반에 오르막 길을 택해서 

걸으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길고 힘든 오름은 아니지만요~

 

 

독자봉 입구에 오름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네요

 

 

독자봉은 그렇게 어려운 오름은 아니랍니다.

독자봉은 벌어진 말굽형 지형이어서

올라갈 때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고,

내려올 때도 완만한 경사로 편하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름 산책로가 대부분 나무가 우거져있어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독자봉에는 곰솔, 삼나무, 편백, 찔레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해요. 

 

산책하시면, 피톤치드가 온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꺼에요~

 

 

잘 정돈된 산책로와 숲길이 시원해 보이지 않나요?

 

 

독자봉 산정상부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봉수터 흔적이 돌담으로 둘러져 남아 있어요.

이곳 봉수는 조선시대 때 북동쪽의 수산봉수와

서쪽의 남산 봉수와 교신했다고 해요.

 

수산봉수는 올레 2코스에서 잠시 언급했던

대수산봉 정상 부근에 있어요. 

하지만 서쪽의 남산 봉수는 제가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네요.

 

나중에 봉수만 한번 찾아서 연결도 해 봐야겠어요.

 

아 그리고 독자봉 봉수 근처에 

고사리가 그렇게 많이 있더라고요.

어머니랑 한번 열심히 끊어간 적이 있네요~ ^^

 

ifellas.tistory.com/112?category=967564

어쩌면 다시 못 걷게될 올레 2코스

올레 1코스를 걸은 이후로, 근 7개월 만에 올레 2코스를 걸었다. 올레 1-1코스도 있는데 여기는 우도여서 배 타고 가야 하기도 하고 해서 먼저 2코스부터 가보는 것으로... 올레 2코스는 얼마전에

ifellas.tistory.com

 

독자봉은 올레길 3코스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산 정상 부근의 봉수대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다 보면,

3코스와 독자봉 순환 산책로가 갈라지게 됩니다.

 

오른쪽 길로 가면 3코스를 계속 걷게 되고,

왼쪽으로 가면 돌아서 주차장 쪽으로 가게 됩니다.

 

아직 2코스까지만 걸어서, 

나중에 3코스 걷게 되면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독자봉 순환산책로와 올레길 3코스가 갈라지는 곳

 

 

사실 갑자기 제가 독자봉에 대해서 글을 쓴 이유는

겨울이기 때문이에요.

 

눈이 그리운 요즘,

독자봉에서 제가 아이들과 함께한

아주 멋진 추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도 

독자봉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었답니다.

 

제주에서 아쉬운 몇 가지 중 하나가

눈을 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눈이 와도 오자마자 거의 녹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저희 마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 

눈이 올까 말까 하는데,

눈이 와도 그때 바로 나가서 눈님을 맞이하지 않으면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지신답니다. 

 

근데, 다행히도 

제주에 2~3년에 한 번 폭설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제주에 온 이후로,

2016년 1월과 2018년 1월에도 폭설이 왔었어요.

 

그래서 차들 고립되고,

운행도 잘 못하고 그랬었거든요.

 

보통 이게 한라산 쪽에만 주로 있는 일인데,

폭설이 올 때는 바닷가 마을까지도 엄청 눈이 쌓인답니다.

 

아마 주기상으로는 올 겨울에도 폭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긴 한데...

작년 겨울은 너무 따뜻해서, 이번 겨울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겨울 날씨로 봐서는

올해도 눈 구경하기 힘들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어쨌든,

맘 속으로 많은 눈이 오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어쨌든 2018년에도 그렇게 눈이 많이 와서

제주의 온 동네가 눈에 파 묻혀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아이들과 이때 아니면

눈썰매 못 탄다고 생각하고 

눈썰매 타고 싶다고 지원한 아이 둘을 데리고

눈을 뚫고 독자봉으로 향했습니다.

 

독자봉은 사실 혼자 산책하면서

이 정도 경사에 눈이 쏟아지면 

눈썰매 타기 너무 좋겠다고 혼자 

찜해두었던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주저 없이 

독자봉으로 향할 수 있었어요.

 

어쨌든, 이때 눈이 너무 쏟아져서 

운전하고 다니는 차가 제 차 밖에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솔직히 가자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무서웠답니다. 

 

여차 저차 해서 도착했던 독자봉에 주차를 하고 보니,

정말 너무 눈이 멋지게 쌓여 있던 것이었어요.

 

이 눈을 뚫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도착하자마자 들더라고요.

 

바로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워서 

끌고 눈썰매 타기 좋은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숲길은 마치 북유럽의 어느 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 사진이 제가 사랑하는 사진이랍니다

 

 

 

북유럽 같지 않아요? 아무 곳에나 주저 앉아서 눈놀이를 하는 아가들이에요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썰매를 끌고 열심히 언덕을 뛰어올라가

눈썰매를 타고 오르락내리락거렸습니다.

 

물론 저도 열심히 함께 놀았어요.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습설이라

썰매가 생각처럼 빨리 나가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답니다.  

 

천연스키장에서 썰매타는 아이들

 

이 날 아이들은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눈 속에서 엄청 재밌게 놀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놀다 보니, 

그렇게 많이 오던 눈이 그치고

해가 비치더라고요

 

그 비치는 햇살에 나무 위에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면

금가루가 반짝거리며 하늘에 날리는 것 같이 

정말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떨어지는 눈가루가 금빛 같았는데, 잘 안 보이시죠... ㅜㅜ

 

 

정말 올 겨울에도 아이들과 멋진 추억을 쌓고 싶은데,

하느님이 도와주실지 모르겠네요.

 

 올 겨울에 이 같은 멋진 날을 기대하며,

모든 분들도 기대하는 멋진 날들로

하루하루가 채워지시길 빌게요.

 

미리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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