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세계적인 보물을 숨기고 있는 광치기해변

2020. 12. 14. 10:02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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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역시 집 주변에 너무 멋진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10분 정도만 가고 멋진 바다와 오름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제주.

 

아이들은 아빠랑 오름 가자고 하면

이제는 점점 외면을 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바다에서 노는 건 좋아한다.

 

제주에 살면서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한 것 중 하나가

지인들이 많이들 연락하고 찾아오고

집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내가 제주에 와서 살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집에서 잠을 재워주는 것 뿐이라 생각하고

오는 지인들은 편하게 쉬다 가라고 하는 편이다.

 

성수기 때는 일주일에 몇 팀씩 오고 갈 때는

솔직히 부담도 되긴 한다.

 

그럴 때는 아내 눈치를 잘 살피고,

잘하는 수밖에...

 

사실 제주에 살기 때문에 

관광 정보나 맛집 정보는 많이 알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제주에 놀러 오는 친구들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편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 중에 하나가

집 근처에 있는 광치기 해변의 말 타는 것에 대한 정보였다.

 

광치기 해변에서 말을 탈 수가 있는데,

아이들이 태워달라고 해도

애들이 넷이나 되니, 비싸면 어떡하나 하고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었다.

 

근데 지인분이 한 명에 5,000원이라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태워주는 거리도 짧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곳에서는 경치도 그렇게 좋지도 않은

트랙을 도는 정도였는데, 10,000원 넘게 주고 

태웠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년 전이긴 하지만...

 

 그리고 날을 잡아 아이들과 함께 

광치기 해변으로 갔다.

 

광치기는 아내와 둘이서 날이 좋으면

근처에서 대충 먹을 만한 걸 사 가지고 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멋진 풍경을 보면서 점심 식사도 가끔 하는 고마운 곳이다.

 

확실히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은 언제나 아름답고,

올 때마다 기분이 너무 상쾌해진다. 

 

성산일출봉과 바다, 하늘의 시원한 뷰

 

해변에 도착한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바다에 와서 그런지 너무 신나 했다. 

 

우리는 망설일 필요 없이 

마침 아무도 대기하고 있지 않은 

말 타는 곳으로 갔다.

 

아저씨에게 내심

'다둥이 할인 안 돼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쿨하게 아이들을 지금 태울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말이 2마리이기에,

순서와 같이 탈 사람을 정하는 가위바위보를 한다.

 

짝이 정해지고 정해진 1조는 바로 말 위에 오른다. 

아이들이 타자마자 말을 모시는 아저씨는 

천천히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출발을 한다. 

 

한 200~300미터 정도 가셔서 돌아오시는데,

돌아오실 때는 말을 좀 빨리 몰아서 뛰게 한다.

 

아이들은 살짝 겁을 먹은 듯하면서도

즐기는 것 같다.

보는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웃기다.

 

1조 아이들. 즐기는 것 같나요? 무서워 하는 것 같나요?

 

바로 2조가 투입된다.

2조 아이들도 같은 코스로 천천히 출발했다

올 때는 뛰어 온다. 

 

2조 아이들이 말을 타고 뛰어올 때

이미 타고 내린 1조 아이들은 못내 아쉬웠는지,

달리는 말이 오자, 옆에서 같이 달린다.

 

물론 말과는 상대가 되진 않지만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내 눈에는 너무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말 탄 것이 아쉬웠는지 1조 아이들은 옆에서 말과 경주하려는 듯 달리기 시작한다

 

말을 다 탄 후에, 

말과의 기념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이제야 바다로 눈길을 돌린다.

 

마침 광치기 해변은 썰물 때여서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용암 지질이 드러나 있었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을 지나,

어떻게든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용암 지질 일대를 가로지른다. 

 

'조심해, 미끄러우니까'라고 외치려는 순간

발 빠른 막내는 이미 바다에 발이 미끄러져 빠져

바지까지 젖었다.

 

사고칠 땐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광치기 해변은 용암이 흘러와 바다와 만나 굳어진 용암 지질과

그 위를 덮고 있는 녹색 이끼들이 드러나게 되면,

너무 이국적인 풍경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용암이 굳은 바위 위에 있는 이끼 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용암이 굳어 형성된 이 지질은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이 멋진 풍경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간다.

만약 광치기 해변에 올 계획이 있다면 

물 때 표를 잘 살펴보고 이 광경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끔 광치기 해변을 갔는데, 하필 밀물 때 오셔서

이 멋진 광경을 못 보고 가시는 분들 보면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거기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든 바다에 가까이 가고픈 아이들

 

너무 평화로운 풍경이지 않나요?

 

실은 이렇게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은 

사실 굉장히 아픈 역사의 공간이다. 

 

광치기 해변에는 터진목 4.3 유적지가 있는데,

제주 4.3 사건 때 온평리, 난산리, 수산리, 고성리, 성산리뿐만 아니라

세화, 하도, 종달리 등 구좌면에서 잡혀온 주민들 수백 명이

 고문당하고, 이곳 터진목(광치기해변)에서 총살을 당했다. 

 

'터진목'이란 지명은 터진 길목이었다는 데서 유래하는데,

실제 194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성산리는

물때에 따라 육지길이 열리고 닫혔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도로 공사로 육지와 완전히 이어지긴 했지만...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제주에 내려와서 살기 전에는 잘 몰랐었다. 

 

와서야 제주 4.3 사전에 대해 이야기 들었고,

지금도 마을 분들께 가끔 4.3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까지 발생한 소요사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하는데,

4.3 사건에 대해서 기회가 되면 자세히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018년 1월에 내린 폭설로

보기 드물게 바닷가에도 눈이 쌓였었습니다.

 

그때 찍은 눈 쌓인 광치기를 공유하겠습니다.

폭설을 바라는 저의 바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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