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특별한 경험, 포도 뮤지엄

2021. 9. 14. 12:02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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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답답한 아이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나, 집 외에는

특별히 외부 활동을 자제하던 터라

너무 심심해 하던 차이기도 해서,

어디를 갈까 생각하던 차에

아내가 포도 뮤지엄이 괜찮다고 해서 

방문 하루 전날에 예약했는데,

다행이 예약이 되었다. 

 

주말이어서 예약이 완료 되었을 줄 알았는데, 

Lucky!!*

 

예약비용은 아이들은 만으로 12살 미만은 무료여서

도민 어른 2명값만 지불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대인은 5,000원인데, 도민은 3,000원.

 

https://map.naver.com/v5/search/%ED%8F%AC%EB%8F%84%EB%AE%A4%EC%A7%80%EC%97%84%20%EC%98%88%EC%95%BD/place/1515858677?c=14069221.6234388,3937758.3717021,13,0,0,0,dh&placePath=%3Fentry%253Dpll&area=pll 

 

네이버 지도

포도뮤지엄

map.naver.com

우리 집에서 정반대 쪽에 있는 뮤지엄으로

출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포도 뮤지엄.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여유있게 출발했던 덕에, 

입장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0분이나 일찍왔는데, 

입장 가능한지 여쭤보니 들어가도 된단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포도 뮤지엄 입장.

일요일이기도 하고 휴가철이라 제주에 관광객들이 많아서

당연히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아마도 시간단위로 입장객 수를 조절해서 

예약을 받아서 그런가 보다.

 

티켓팅을 하고 입장권 대신에 

손에 스티커를 하나씩 똭!

 

짜잔 입장권을 붙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뮤지엄에 입장을 했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 _ 제주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처음으로 우리가 접한 작품은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끊없이 깊은 터널 속에 있는

빨간 앵무새가 있는 작품이었다.

 

Us and Them

영국 밴드 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 앨범의 

수록곡 "Us and Them"을 테마로 전시는 시작됩니다.

이 곡의 가사는 대화와 노력대신 "우리"와 "그들"로 너와 나를 구분짓고

전쟁으로 이끄는 증오, 편견, 선동 등을 비판합니다. 이 공간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새빨간 앵무새는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말을 따라 하면서

소문을 옮기는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너 그 얘기, 들었어?"라고

시작하면서 말이죠.

 

끝없는 터널 속 앵무새들
나 또한 아무 생각없이 아무 말이나 옮기지는 않았나 모르겠네요...

 

나 스스로는 최대한 내가 확인하지 않은 사실에대해서

이야기 않는다고는 하지만, 

간혹 나 자신도 실수할 때마다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 다음에 보게 된 작품은

소문의 벽이었다. 

 

이 공간은 기다란 터널에 여러개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 안에는 거짓 뉴스들이 적혀 있었다.

 

이미 우리가 몇번씩은 접했던 익숙한

뉴스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함께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사람들이 속닥속닥 거리는 소리가 

중복되어 계속해서 들린다.

 

현대에는 정말 너무나 많은 거짓 뉴스들을 

거대 언론사들부터 앞장서서 생산해 내고 있고,

그를 포탈에서 AI에 의해서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고 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들을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이다. 

 

소문의 벽 전시

 

소문의 벽 안에 적혀 있는 거짓 뉴스

 

소문의 벽을 지나면

Broken Mirror가 전시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는 거울같은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갑자기 총알이 튀어 나온다. 

여기서 아이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이나 글은 생략한다. Surprise~!)

 

다음 공간은.

단순한 스케치 도구로

사람의 얼굴을 그린 '익명의 초상들'을 시작으로, 

'익명의 장면들', '스치는 익명의 사람들'을 주제로

붙여 놓았다. 

 

정말 간결하게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다.

 

벽면에 사람얼굴들로 가득 채워졌다
간단한 선으로만 그려졌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작품이었다

 

그 다음 작품은 비뚤어진 공감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은 거대한 바닥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여러 문장들로 

가득 채우고 있는 곳이었다. 

 

이 글들은 여러 국가의 혐오발언을 수집해서 

바닥 스크린에 비춘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이 글들이 채워진 바닥 스크린 앞에서면

사람들이 마주하는 벽면에  사람 모양으로 글들이 채워지고

대신에 바닥 스크린에는 사람 그림자만 투영된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신기한 듯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우리 가족은 신기한 것을 찾아냈다. 

아이와 내가 안고 있으면,

벽앞 스크린에 사람 모양의 글이  생기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안 아이들은 서로 껴안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벽앞에 투영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고있다

 

비뚤어진 공간 안에는 패닉부스도 있었다.

여기는 작은 극장 같은데, 

안에 들어가면 사방이 반사가 되도록 되어 있어

스크린 뿐만 아니라 

천장, 바닥, 벽 모든 곳에서 

영상들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대규모 학살, 전쟁 등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를 

담은 영상들이 보여지는데,

노약자와 임산부는 주의 하라는 문구도 있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패닉부스에서 보여진 눈오는 숲 속에 비치는 햇살의 모습

 

내가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쿠와쿠보 료타의

LOST #13, 2020 이라는 작품이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장면들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감동적인 여행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관객들은 같은 장면을 보게 되지만

각자 다른 여러가지 감정들과 추억이 연상되지 않을까 생각됐다.

 

우리가족 모두가 너무너무 멋지게 봤던 작품이었다. 

잠시 대기하는 시간이 있을 수 있지만, 

꼭 보기를 추천하는 작품이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직접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품 LOST#13, 2020

 

다음 공간에는 왠지 어둡고 씁쓸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과 매달린 사람들, 그리고 익명이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회색빛의 사람들이 

머리가 굴뚝으로 되어 있거나,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있다. 

 

왠지 산업화가 촉발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거나,

의미없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이 작품 바로 옆에는 벌레 먹은 숲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모든 작품에 벌레 먹은 듯한 구멍들이 뚫려있고,

작품 주변에는 파편들이 찍혀 있었다. 

 

이 공간들의 끝에는 기억의 서랍이라는

작품이 가로 막고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서랍장이 있고,

각각의 서랍에는 오래전에 찍은

빛바랜 사진들이 붙여 있었다. 

 

내 머리 속 공간 속에 추억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지난 순간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 아이들이 나와의 좋은 기억들을

가슴 속에 잘 간직해주면 좋겠다는 바램이 동시에 들었다.

 

아이들과의 모든 추억들을 다 끄집어서 볼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전시되던 작품들 속에서

블링블링한 작품이 있었다. 

 

바로 숙고의 방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에는 유관순, 마틴루터킹, 넬슨 만델라 등 

위인들의 책들로 가득채워 져 있었다. 

 

기득권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소신대로 옳음을 주장했던 

위인들은 당연히 빛이 날 수 밖에 없지만, 

그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1층 전시를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우리와 그들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 종교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표현한 손과

그 위에 그들 종교의 묵주나, 염주 등이 걸려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사실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없는 편이긴 한데,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2층에는 전 생애에 걸쳐 부조리와

불평등이 없는 미래를 위해 진솔한 활동을 했던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심있게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막내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 가족들 모두, 

너무너무 재밌게 본 전시회였다. 

 

제주에서 괜찮은 전시를 볼 기회가

육지처럼 많지 않지만, 

이렇게 괜찮은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비오는 제주에 가 볼 곳을 찾는다면,

포도 뮤지엄에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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