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2. 10:19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제주에는 멋진 곳들이 정말 많다.
물론 이렇게 멋진 공간들이
자꾸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축소되고 있어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제주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려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물론 비자림숲처럼
잘 보존되어 있는 곳도 있다.
비자림 숲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 부담없이 제주의 원시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에 일반입장객들은 입장료 3,0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민은 무료. ^^
비자림로는 A코스와 B코스로 되어 있는데,
A코스는 2.2Km로 임산부와 나이드신 분들도
편하게 걸으실 수 있도록 화산송이가 깔려있다.
45분 정도 소요된다고 예상하시면 된다.
B코스는 이보다 1.2km 정도 더 길고,
오솔길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거나, 울퉁불퉁한 돌밭은 아니고,
평지같은 오솔길이라 쉽게 걸으실 수 있다.
다만, 1Km 정도 더 걸어야 한다는 것이
걷다보면 은근히 부담이 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B코스는 1시간 10분 정도
예상하시면 될 것 같다.
500~800년된 비자나무가
자리잡고 있는 숲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니,
좋지 아니한가?
비자림 숲길의 바닥에는
화산송이들이 깔려 있어,
숲의 색감이 마음에 든다.
초록색 숲과 붉은 길.
비라도 온다면 이 색감들은
더욱 물기를 머금고 더욱
진하게 마음 속에 담긴다.
이 색감들 속을 걷게 된다면,
아무리 흥분된 마음이라도,
아주 예민한 상태라도,
차분히 진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붉은 길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다 보면,
길을 비켜서 자리잡고 있는,
비자나무, 후박나무, 그리고 단풍나무들의
멋진 모습들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나무들은 각자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십년에서 몇백년까지 스스로를
가꿔왔을 것이다.
비자림은 이 나무들의 멋진 무대가
되어준다.
누군가가 열심히 가꾸어 준다 한들
이렇게 멋진 수형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비자림은 언제가도
피톤치드향을 맡으며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지만,
특히 10월에 가면 특별한 향을
맡을 수 있다.
바로 비자나무에 열린 열매가 익어가는
향기가 온 숲에 퍼지기 때문이다.
비자열매는 전부터 구충제로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약재로도 쓰여,
눈을 맑게하고 양기를 돋우며,
콜레스테롤 제거해 고혈압에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비자열매는 공물로 바쳤다한다.
나에게 딱 필요한 약인 듯 싶다.
미리 알았으면 진작에 비자열매를 주우러
다녔을 텐데...
아마 내년 10월에는 어디선가
비자열매를 줍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자림에서 지나 칠 수 없는 곳이
새천년 비자나무다.
이 나무는 수령 800살로,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 시대를 기념해
지정된 노거수이다.
800년을 살아온 만큼
나무 둘레도 비자림에 있는
어떤 나무보다 굵다.
새천년 비자나무가 마치
비자림을 지켜주는 것 같이
신령하게 보인다.
비자나무 뿐 아니라,
오래 산 나무들은 다들
왜 이렇게 신령해 보이는지...
비자림은 아주 잘 정리된 숲이어서
다른 제주의 원시림과 달리
아주 편하게 숲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이 점점 심해지고,
겨울의 문턱에 있는 지금이지만,
숲에 들어가면,
숲의 나무들이 포근하게
맞이해 줄 것이다.
겨울 여행을 앞두고 계신다면,
이 곳 비자림에 잠시 들려
힐링하고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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