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5. 10:55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제주에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육지에 있을 때는
12시 넘어서 들어가고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았다.
그나마 쉴 때는 피곤해서
나는 지쳐 쓰러져 있고,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애 넷을
돌보느라 힘든데도,
내 눈치 보면서 도와달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주를 선택해서 왔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시간을 같이 해서
문제 아닌 문제인 듯...
경제활동을 잘해야 하는데...
뭐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 좋긴 하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 중
하나가 바로 목공 수업이었다.
이번 목공 수업은 제주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원하는 도란도란 모꼬지를 통해서
진행했다.
이 도란도란 모꼬지는 수산리 주민이고,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그중에 한 프로그램이 바로
이번 목공수업이었다.
목공수업에서 만들 것은 바로
좌식 테이블.
-1일차-
첫날 갔을 때,
이미 좌식 테이블을 만들 수 있도록
상판과 다리 부분의 나무들을
재단해 놓으신 상태였다.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주어진 시간 안에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듯...
테이블을 조립하기 전에
몸풀기로 톱질과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톱을 접할 기회가 없던 아이들도
직접 톱집까지 해 봤다.
위험할 거라 생각했는데,
주의사항을 듣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더니,
아이들도 잘 따라 했다.
계속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연습용 목재가 남아나질 않았을 정도로
즐거워했다.
여러 공구의 사용법을 듣고,
안전 교육을 받은 후 바로 조립 시작!
먼저 다리를 조립하는데,
나사로 결속을 시켜 준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모든 접속 부분에는 목공 본드를 바른 후에,
나사로 결속시켜준다는 점인데,
나무는 아무래도 변형이 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더 견고하게 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도 나사를 직접
박아보기도 했다.
나사를 박은 뒤 구멍은
목심을 박아,
깨끗하게 마무리해주고,
사포로 열심히 부드럽게 해 준다.
-2일차-
다리를 만든 다음,
상판을 받쳐줄 프레임을 조립했다.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테이블 상판을 지지해줄 프레임과
다리를 연결하고 나서
상판과 연결하기 전에,
바니쉬로 채색을 해 줬다.
미리 채색을 해 줘야 빈틈없이
잘 칠해 줄 수 있어서
조립 전에 해 주는데,
여기서 더 중요한 작업이
바로 사포질!
열심히 사포질 한 만큼
색도 잘 칠해지고,
촉감도 좋아지고...
특히 상판은 더 부드럽게
잘 다듬어 줘야 한다.
그만큼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작업이 끝나고 각자 원하는 색으로
바니쉬를 칠해주고,
드라이기로 말려준 다음,
다시 살짝 거친 곳을
사포질 해 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니쉬 칠을 한 번 더 해 줬다.
바니쉬를 처음 칠했을 때는
색이 너무 진한 듯했으나
마르고 난 뒤에는 살짝 연해져
보기 더 좋아졌다.
-3일차-
이제 마지막 날이다.
이 날은 상판 아래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을 만들었는데,
선반을 구성하는 목재 살 사이 간격을
일정하게 해 주는 것이 관건이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테이블 몸통과
상판을 연결해주고,
드디어 좌식 테이블 완성.
이번 작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들은
그냥 대신하거나 못하게 했는데,
아이들에게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먼저 잘 가르쳐주고,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왜 위험한지 말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고,
더 많은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해 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부끄럽기도 하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지만,
다시 예전의 부모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모험 놀이터라는 것이 생기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스스로 생각해서 뭔가 놀 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여러 모험을 통해서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길
오늘도 기도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목공 교실을
마친 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했는데,
바로 벤치를 만들어 수산리 노인회관과
수산초등학교에 기증했는데,
저희 활동이 얼마 전
한라일보에 나기도 했네요.
www.ihalla.com/read.php3?aid=160432920069548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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