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얻어걸린 조경

2023. 2. 2. 22:29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어쩌다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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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서 너무 많은 시간들을 방황한 것 같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어렵게 따고도,

겨우 사무소를 개소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매번 스트레스를 받았다.

 

계약서를 체결하던, 

손님이 있던 없던,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노력에 비해 운을 기대하기도 해야 하고,

계약 체결을 위해 손님분들을 설득하는 것도 그렇고...

 

괜히 내가 고객분께 하는 말 한마디가

고객분의 정확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이 결정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이 사람이 평생 아끼고 모은 돈을 지켜주지는 못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내용만 고객분께 전달드리고,

집을 보여드리고, 더 이상 연락이 올 때까지 다시 연락드리지 않았다. 

 

더 좋은 물건이 나오는 것이 아니면, 

굳이 또 연락드려서 조급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나의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결과론적으로

피해를 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고민은 바뀌지 않았다.

 

이와 함께 내가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책방에 가서 

책을 보게 되었는데, 

THE KINFOLK GARDEN이었다.

 

정원과 정원디자이너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실린 책.

 

킨포크 가든

 

그 책을 보고 급 조경사에 대한 직업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아 이렇게 멋진 일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런 일이라면 내가 좀더 의미있는 

삶을 살 수는 있지 않을까?"

 

"내가 일한 만큼 보답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일할 수 있겠다."

 

등등 여러 생각들이 머리 속을 채웠다. 

 

그리고 바로 검색을 하니, 

마침 집 근처에 조경회사에서 

구인한다는 공고가 눈에 띄었다. 

 

바로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부탁드리고, 

며칠 후 면접을 봤다.

 

처음에는 파트타임으로 2~3달 해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직원으로 일 해 보시는 건 어떤가 하고, 

이야기 해 보기로 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있고해서

내게는 괜찮은 제안이었다. 

 

물론 책에서 봤던 멋진 조경사로서의 일은 아니고,

현장일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면접을 보고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첫출근 날짜를 잡고,

회사 쪽에 알렸다. 

 

과연 군대제대 이후 지금까지

강도높은 몸쓰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버텨낼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시작해 보는 것으로 ...

 

그러고 2달의 시간의 지났다. 

토요일은 빈번하게, 

그리고 아주 가끔은 일요일도 나가서 

일을 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장비 챙기고 현장으로 가서 

8시 전에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일은 오후 5시 정도에 마무리 된다.

당연히 옷, 신발, 양말은 흙투성이가 되서 

퇴근을 한다. 

 

2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 

농로정비, 가로수정비, 옥상조경, 하천정비 등의 

일들을 해 오고 있다. 

 

예초하고, 전정하고...

2달이 지났지만, 

내가 상상하고 있는 조경디자이너의 근처는 

가지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많이 습득하고자 한다. 

 

그래도 옥상조경을 했던 것이 

가장 조경일에 가까웠던 것 같다. 

 

조경구역 위치 잡고, 

경계석으로 틀을 짠 다음,

배수판 깔고, 인공토 깔고,

흙으로 덮고, 

그리고, 조경수 심는다. 

 

이 과정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는데, 

옥상으로 옮기는 작업들과 흙을 포대에 담아서 

옮기는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일을 하고 집에와서

졸아가면서 조경기능사 필기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뤘다. 

 

다행히 한번에 1차 필기 합격하고 

실기를 앞두고 있다.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빠른 시일안에 조경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고

1년 안에 나무의사 자격증까지 따고 싶어졌다.

 

새로운 나의 시작.

 

이 시점에서 뭔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렇게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를 칭찬하고 싶다. 

 

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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