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평화공원 조경

2023. 3. 27. 21:16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어쩌다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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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3월에는 5일간 제주 4.3 평화공원 조경일에 참여했습니다. 
제주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4.3 평화공원을 부끄럽게도 일로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4.3 사건은 사실 저도 제주에 내려와 살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건이었는데, 6.25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던 사건이었으며, 이는 194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 도민들이 아무 이유 없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조만간 4.3 사건에 대해서 저도 공부하면서 자세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제주도민들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에서 조경 일을 했습니다. 

이번 조경 작업에서는 4.3 평화공원 내 전반적인 조경 미화 작업이었으며, 저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나무 의자에 오일스테인 칠하는 작업과 4.3 평화공원 내 꽃을 심는 작업을 했습니다. 

 

오일 스테인 칠하는 작업이 쉬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의자 구석구석 칠하기 위해서 계속 무릎을 꾸부리고 쪼그려서 작업해야 하다 보니, 무릎에 많은 부담이 되더라고요. 저처럼 무릎이 안 좋은 사람한테는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무릎뿐 아니라 허리도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이틀 동안 작업하니 허리하고 무릎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공원 내 오일스테인을 칠하고 나서 나중에 꽃을 심는 작업을 했었는데, 저는 주로 꽃을 담은 컨테이너들을 꽃 심는 삼촌들에게 날러다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화분에 모래를 담아서 곳곳에 배치하고, 삼촌들께서 꽃을 심고 나면 다시 물 청소 하는 일을 했어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조경회사에서 그런 자잘한 일을 하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아마 생각보다 많은 조경회사들이 이런 일들을 하면서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조경을 시작할 때는 뭔가 버려진 공간에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서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아름다운 기대를 하고 시작했는데, 지난 1년 넘는 기간 현실을 겪어 보니, 그 괴리감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경 일에 혹시라도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시고 접근하신다면 좀 더 적응하시기 쉽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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