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9. 12:30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처음에 제주 와서 살 때,
동네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어떻게 30분도 넘게 걸리는 곳을 그렇게 잘 왔다 갔다 해?
힘들지 않아?
처음에는 이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리고, 1년 후에 바로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제주도라는 큰 섬에 살지만,
그 큰 섬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의 생활권은
여기 성산읍 정도이다.
그래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제주시만 해도
너무 멀다고 하시는 것이다.
나도 제주에서 좀 살다 보니,
30분 정도 가는 거리는 너무 멀게 느껴지고,
왔다 갔다 할 생각 하면,
벌써 피곤하다.
육지에서는 빨라야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닐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동쪽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 아마 함덕해수욕장일 것이다.
여름에 여길 가면 제주 동부에서는 보기 힘든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전에는 여기서 뮤직 페스티벌 같은 것도 했었는데...
우리도 가끔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한 번씩
함덕해수욕장으로 가 즐기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 가족들은 1시간이나 걸리는 함덕해수욕장을 가끔 간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함덕해수욕장의 가장 큰 장점은
해수욕장과 오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오름이 그렇지만,
서우봉도 금방 올라갈 수 있다.
여름에는 더울 수 있겠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기대어 조금만 올라가면
활짝 핀 해바라기들이 환하게 맞이해 준다.
사실 여기만 보고 돌아설 수도 있겠지만,
해안선을 따라 북촌으로 넘어가는 올레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더 좋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늘진 한적한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으니,
10분 정도만 더 걸어가 보면,
또 다른 느낌의 함덕 서우봉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우봉에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여기서 체험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일기에 따라 가능하지만,
제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는 두 곳 중 하나가
여기 서우봉이다.
1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한번 경험해 봤던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함덕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역시 애메랄드 빛 바다 때문이다.
그 바다를 보기 위해 오지만,
사실 여름엔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애메랄드 빛 바다를 오롯이 즐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함덕해수욕장의 이쁜 바다를 원한다면,
여름을 피해서 가기를 추천한다.
지금 이맘때면,
아주 멋진 바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도 한 여름에
해수욕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야간 개장을 해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야간 해수욕을 하기에는 좋다.
물론 지금 시국에서는 힘들겠지만...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의 좋은 점들을 참 많이도 이야기했지만,
마지막으로 노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함덕에서는 바다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동부 지역에서 바다로 넘어가는 해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함덕에 가면 볼 수 있다.
서우봉에 올라서면,
오늘의 해를 잘 배웅해 줄 수 있다.
https://place.map.kakao.com/25280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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