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8. 10:34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올레 1코스를 걸은 이후로,
근 7개월 만에 올레 2코스를
걸었다.
올레 1-1코스도 있는데
여기는 우도여서 배 타고 가야 하기도 하고 해서
먼저 2코스부터 가보는 것으로...
올레 2코스는 얼마전에 포스팅했던
오조리와 오조포구가 포함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75?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101?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올레 2코스는 1코스의 끝인
광치기에서 시작한다.
올레 2코스는 오조리를 한 바퀴 돌아서
나가게 되어 있는데,
만약 코스가 부담이 된다면,
오조리 한바퀴만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조리를 돌아보면 오름에서부터,
철새와 바다풍경, 그리고 억새까지
웬만한 풍경을 다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조리를 한 바퀴 도는데,
6.5km 정도이며 한시간 반 정도면
걸을 수 있다.
한바퀴만 돌아본다면,
성산 하수처리장이나,
오조리 사무소에 주차를 하시면
편하실 것이다.
오조리를 돌아보니, 벌써부터
철새들이 날아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새인지 모르겠지만,
새들이 잔뜩 모여
물 위를 둥둥 떠 다니는 모습이
평화롭게만 보인다.
곁은 지나는 내가
그 평화를 깨는 난폭자인 것 마냥
새들은 유난을 떨며 날아간다.
오조리 마을은 여전히 평화롭다.
차곡차곡 쌓인 돌담 사이에 놓여있는
빛바랜 뿔소라가 더욱 멋스럽다.
광치기에서 시작해
성산 하수처리장, 오조 마을, 식산봉,
그리고 오조감상소를 지나
다시 광치기로 나왔다.
물론 반시계방향으로 도셔도 괜찮으니,
편하신 대로 가시면 될 것 같다.
이제 오조리에서 벗어나 고성리 마을로 향한다.
이 길은 그냥 시내로 진입해서 가기 때문에
서둘러 지나갔다.
만약 올레길 여권을 가지고 계신다면,
고성리를 지나실 때,
중간 스탬프가 있는 간세를 지나치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홍마트 사거리에 있으니,
염두하시길...
https://place.map.kakao.com/105660355
고성리 마을을 빠져나와 이제 대수산봉을 향해 간다.
대수산봉까지는 그래도 자주 다니는 길이라
익숙하다.
대수산봉을 오르는 길은 길지는 않아도
경사가 좀 있어 힘이 든다.
올레 2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가게 되면,
앞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뒤로는 한라산과 오름들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금세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을 만큼 멋진 풍경이다.
갈길이 멀어, 땀만 식히고
바로 갈길을 재촉한다.
내려가는 길은 최근에 정비가 되었는지
폭신한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 편해 좋았다.
울창한 대수산봉의 숲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포근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대수산봉부터는 앞으로
걸어볼 수 없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이 강행이 된다면,
대수산봉이 절단되고,
여기서부터 걷는 길의 대다수는
공항이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제주 올레길 2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걷는 발걸음이 무겁고,
즐거웠던 마음도,
금세 우울해진다.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103?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밭 사이로, 때로는 억새 사이로,
그리고 귤밭 옆으로 난 비포장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나간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아스팔트 길과
혼인지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해가 지고 있고,
빨리 걷는다고 했지만,
예상시간보다 오래 걸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는데,
혼인지라는 이정표가 보이자,
마음이 한결 놓인다.
올레 2코스는 혼인지 안을 둘러서
나오게 되어 있다.
약간 늦은 시간이어서 인지,
혼인지에도 아무도 없다.
사실, 대수산봉에서 혼인지까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여성분 혼자서 걸을 때는
좀 무서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올레꾼들은 동반자랑 함께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혼인지는 제주의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혼례를 올렸다는
연못으로, 이를 계기로 제주민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제주의 시작을 담은 신화가 있는 이 곳이
유독 쓸쓸하게만 보인다.
사람이 없어서 인지,
마음이 씁쓸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혼인지를 나와
일주동로를 건너,
온평 마을로 들어갔다.
온평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농협 온평 감귤선과장이라 쓰여 있는
창고가 담쟁이넝쿨 옷을 입고 있다.
온평 마을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아기자기하고 동네도 깨끗하다.
바닷가 마을인데도,
왠지 바람도 덜 불고 이상하게
포근한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 이유를 진짜 모르겠지만...
마을 안에 들어오니,
종착지가 가까워서 일까,
아니면, 마을이 포근해서일까,
다그쳤던 발걸음이 매우 느긋해졌다
최대한 마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한 발 한 발 걷게 됐다.
그렇게 바닷가에 다다르니,
해가 거의 넘어간다.
넘어가는 해와 함께 나의 올레 2코스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해안도로에 노을과 함께 보이는 건물에
Land of Peace Jeju라고 쓰여 있다.
과연 제주가 평화의 섬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제주 곳곳이 개발로 인해,
오수와 쓰레기로 인해
제주 마을 사람들은
제주도정과 많은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번 올레 2코스는 즐겁기만 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올레 2코스를 걷는다면,
제주의 고통에 대해서도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로 남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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