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30. 10:14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어제 (2020. 11. 29) 드디어 제주에
제주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다.
금요일부터 기온이 내려가고
구름도 잔뜩 끼어서 곧 올 것 같았다.
정말로 이렇게 빨리 눈이 오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작년보다 10일 늦게 첫눈이 왔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슬슬 눈을 보러 갈 준비를
해야 하나?
올해 4월에 한라산 눈 소식에
아이와 아내와 함께 영실코스를 다녀왔었는데
그때는 눈이 금방 녹아서
내가 원하는 설경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87?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한라산 눈꽃을 보러 가기 위해
일주일 동안 세 번이나 한라산을
오르락내리락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멋진 설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
만약 처음가서 멋진 설경을 봤다면,
정말 대단히 운이 좋은 분이다.
어쨌든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눈꽃을 보기 위해서 제주 한라산 등반을 원한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
등반 가능한지,
한라산 등반 전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올해 4월에 아이들과 눈이 왔다고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강풍으로 입산이 통제되서 입구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강풍을 포함한 기상악화로
통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한라산 각 코스마다 입산 가능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에 늦지 않게 가야지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www.jeju.go.kr/hallasan/index.htm
그리고, 내년 2021년 1월 1일부터는
탐방예약제가 시작된다.
성판악과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
올라가고 싶으신 분은
2020년 12월 1일부터 탐방 예약이 가능하다.
탐방월 기준 전월 1일부터 탐방 예약이 가능하니
미리 잘 체크하셔야 한다.
물론 다른 코스는 예약 없이 탐방이 가능하니
다른 코스를 가신다면,
탐방 가능한지만 출발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내가 멋진 눈꽃 설경을 본 곳은
영실코스였다.
한라산 영실코스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탐방 코스는
영실->병풍바위->윗세오름->남벽분기점까지이다.
영실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서
산행하기가 수월하고,
등반시간도 짧지만,
설경이 너무 멋지기 때문이다.
내가 갔던 그 날은 많은 사람들이
눈을 보러 와서 주차장에 이미 만차였다.
그래서 주차장 1km 전에 차를 주차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그래서 3km의 눈 덮인 도로를
한 시간 남짓 걸어 올라
한라산 영실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한라산 영실코스는
남벽분기점까지 5.8km가 된다.
생각보다 늦게 시작된 본격적인 산행은
마음을 급하게 했다.
한라산에 눈이 많이 와도
워낙에 빨리 녹아버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미 눈길을 3km 올라와 힘이 들긴 했지만
서둘러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빨간 나무기둥의 적송들이 보였다.
하얀 눈에 서 있는 적송들은
더욱 붉게 보였고,
그 자태가 너무 아름다웠다.
적송 숲을 지나 생각보다 평탄한 길을
걷다가 오르막 길을 접하게 된다.
눈까지 덮인 가파른 길은
올라가기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쯤 오르니,
그래도 잘 정비된 계단길이 나온다.
계단길을 오르는 오른편으로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그리고 병풍바위의
멋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눈 덮인 세상이라니.
멀리 보이는 기암들 사이에 있는
나무들에 핀 눈꽃들
바로 앞에서 보는 듯
아주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으며,
눈 덮인 영실기암의 모습은
거대한 폭포가 연상이 되기도 했다.
오르는 내내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환호성을 지르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멋진 기암들에 놀라며,
한 시간 정도 힘든 코스를 오르니,
병풍바위 정상 부근에서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 올라온 곳을 바라보며 앉아있는데,
여태 관심 갖고 봐 왔던 기암의 반대편에는
눈 덮인 오름들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그 밑에 구름,
그리고 구름 그림자를 덮고 있는
부드러운 오름들.
이 풍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까지는 숲이 아니고 산등선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바람을 심하게 맞으며 왔는데,
병풍바위부터는 숲으로 들어가
비교적 따뜻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나니
숲을 빠져나와 확 트인 전경을 맞이하게 되는데...
세상에....
눈의 나라가 한라산 정상 부근에 있다니...
마치 캐나다의 겨울 풍경이
여기로 옮겨 놓은 듯 정말 이국적인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내가 다시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눈으로 뒤덮인 평원에
저 멀리 백록담이 웅장하게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어떤 말로도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었다.
윗세오름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웅장 해지는
백록담의 모습은
정말 최고의 절경을 선사해 주었다.
이렇게 감동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르겠구나 싶다.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해내며 올라올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한라산 상고대 여행이다.
다행히 한라산을 오르는 동안
바람은 불었지만,
꽤 멋진 하늘을 보며 올랐는데
윗세오름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며,
눈보라가 몰아친다.
잠시 준비해 간 간식을 먹고 있으니,
어느새 또 날씨가 맑아진다.
남벽분기점까지는 이날 통제되어
가지 못하고,
아쉽게 뒤돌아 서야 했지만,
다음의 설렘을 위해 아껴둔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아쉽지도 않은 것 같다.
내려오면서 웃세 오름에서의
세찬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구름이
또 나의 발길을 잡는다.
내려오는 내내 백록담과
멀어진다는 생각과
다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더욱 아쉽기만 했다.
한편으로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멋진 설경을 눈에 담아 올 수 있었고,
내가 이런 소중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나 혼자만 이런 놀아운 광경을 보고 와서
누군가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신이 허락한다면,
다음에는 욕심을 더 부려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눈 덮인 백록담과 한라산 상고대를
감상하기를 원하신다면,
영실 코스로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한라산 겨울 산행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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