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 17:59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용머리해안을
가기 위해 먼길을 떠났던 날이 있다.
사실 아이들과 한라산을 올라가려 시도했지만
강한 바람으로 입산 통제되어
무엇을 할까 하다가
용머리해안이 생각나 갔던 날이다.
하지만, 용머리 해안도 도착하고 보니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통제되었다고....
그리고 용머리해안은 날이 좋아도
만조시간 때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도
이 날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용머리해안을 가시고 싶으신 분들은
저처럼 실수하지 마시고,
물 때 시간(www.badatime.com/74.html)을 체크하시고
만조시간을 피하시던가,
확실하게
산방산관리사무소에 전화(064-760-6321) 해서
입장 가능시간을 확인하시고 가세요~
이렇게 먼길을 떠나왔는데,
가는 족족 실패를 하다니..
어쨌든 아이들은
장시간 자동차 여행과 차멀미로
이미 지치고 짜증이 가득난 상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고민하다,
대충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일단 한라산에 올라가서 먹으려고
준비했던 컵라면과 근처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서
함께 먹는 것으로 하고,
사계항 옆에 차를 세웠다.
아무 생각없이 세운 곳이었는데,
아니 이렇게 이쁜 곳이 었다니...
저 멀리 형제섬이 보였고,
가까운 곳에는 용머리해안에서 보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돌이 보이는 것이었다.
오른편으로는 바다 건너 송악산이 보인다.
일단 컵라면에 물부터 붓고,
먼저 차 밖으로 나와서
바닷가로 향했다.
정말 제주는 어디를 가나
너무 멋지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을
왜 제주도정과 정부는 외면하고
계속 개발만 하려 하는지 이해가 전혀 안 된다.
허기를 채운 아이들, 나와 아내는
여유 있게 이 곳에서 좀 더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러기에 충분히 이쁜 바닷가이기도 했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지형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이미 밥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바닷가 위에 큰 바위 위를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바닷가로 내려가 파도 피하기 하며
소리치며 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신기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이
바로 바닷가 암반 위에
구멍이 숭숭 나 있던 것이다.
아이들은 이 구멍에 숨어
엄마, 아빠 보고 찾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데, 아가들아, 다 보여...
근데, 정말 어떻게 이렇게 멋진 바위에
이렇게 이쁜 구멍들이 생겼는지 귀엽기도 하고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 이쁜 바위들은 하모리층이라는 것인데
하모리층은 제주도에서 가장 젊은 지층으로
수성 화산 분출로 쌓인 응회암층이
침식되어 공급된 퇴적물들이 쌓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 있는 구멍은 마린포트홀로,
파도의 침식 작용에 의해서 생긴 구멍이라고 한다.
파도가 이렇게 이쁜 구멍을 만들었다고?
정말 이 자연은 그 자체로 너무도 멋진
예술 작품이며, 대단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완전 허탕으로 번벅될 뻔한 하루를
어쩌다 얻어걸린 사계리 해안의
하모리층과 마린포트홀 덕분에
아이들도 너무 신나게 잘 뛰어놀 수 있었고,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집에 오면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정상 부근에 눈이 쌓여 있는 멋진 경치도
보면서 올 수 있었다.
이 날도 지금 돌이켜보니,
바람은 심하게 분 날이었지만,
아주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고마워, 제주도야~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살이 - 한달살이, 연세 - 집구하기 (16) | 2020.12.07 |
---|---|
보롬왓에서 가득 채운 하루 (12) | 2020.12.06 |
한라산의 손자라는 노을 명당 손지오름 (8) | 2020.12.05 |
아이들이 직접 그린 마을 벽화 (14) | 2020.12.04 |
에메랄드 빛 바다 김녕의 숨은 매력 (20) | 2020.12.02 |
전설이 깃든 수산진성으로 둘러싸인 수산초등학교 (12) | 2020.12.01 |
한라산 첫눈 _ 제주 한라산 상고대 미리 보기 (18) | 2020.11.30 |
제주의 속살을 담다 _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16) | 2020.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