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5. 11:23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아이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언제부턴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성산일출봉이 보일 때마다 올라가자고 했다.
하지만, 올라가보고 싶긴 하지만,
아이들이 올라가다가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라도 할까봐
그래서, 아이들을 안고서,
업고서 올라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레 겁먹고 자꾸 미뤄뒀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와이프가 몸이 안 좋아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조금이라도 와이프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야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성산일출봉.
이렇게 일출봉에 오르게 되었다.
항상 성산일출봉 초입에서 놀거나,
계단 몇개 오르다 말고 내려오던 곳이었는데...
성산일출봉은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한다.
아이들은 신나서 쉽게 올라가는 것 같은데,
무릎이 안 좋은 나는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그런 아빠를 기다려 주지 않는
야속한 아가들.
그래도 아이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하던 성산일출봉을
신나서 뛰어올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 역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아이들끼리 놀고,
알아서 잘 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랜 세월의 풍화로 인해
기암괴석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에게 이 바위는 어떤 모습같아 물어보면,
자기 눈에 보이는 세계를 아빠에게 나누어준다.
아빠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잠시
아이들은 또 정상을 위해 내달린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아이들도 지치는 듯
속도가 늦춰지긴 한다.
이틈에 정상을 향해 당차게 올라가는 아가들을
나는 열심히 쫓아보지만,
역부족이다.
위에서 아이들이 신나서 아빠를 부른다.
벌써 다 올라갔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상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불어오는지 가늠도 안되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정상에서 일출봉의 분화구와 그 끝에 나란히 보이는 바다와 하늘을 잠시 감상해 본다.
정말 잠시...
아이들은 아빠가 쉴틈도 주지 않고, 아래로 향한다.
가파른 계단에 걱정하는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거침없이 내려간다.
무섭지도 않나...?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성산일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파도,
그 멀리에는 오름군들과 하얀 구름들.
지키고 보존되어야 할 제주의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혹시라도 예정대로 여기 제주제2공항이 건설되어 지고,
오름들이 깍이고,
눈앞 풍경에 비행기들이 오고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찔하고, 마음이 먹먹해 진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보니,
금새 일출봉을 내려왔다.
내려와서 일출봉을 보고 왼쪽 산책로를 마저 둘러본다.
이 쪽으로 가면 해녀의 집에서 해산물을 먹을 수도 있고,
보트도 타 볼 수 있다.
아직 배를 타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한번 타보고 일출봉을 바다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다고 하니,
언젠간 타볼까 한다.
이 산책로에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면,
꼭 귀여운 돌고래 머리 같다.
섭지코지 쪽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은
코뿔소 머리 같은데...
참 다양한 매력을 지닌 성산일출봉이다.
이렇게 돌고래까지 보고,
드디어 성산일출봉 정상에 다녀왔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꼬맹이들이 중간에 힘들다고 징징대지 않고,
끝까지 잘 내려와 준 것이
더 대견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오늘도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아가들, 항상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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