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멋진 오름 _ 아끈다랑쉬 그리고, 다랑쉬

2020. 10. 23. 19:27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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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다도 좋지만, 

진정한 제주는 오름을 갔을 때,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각 오름이 주는 충격적이고, 

아름답다.

 

처음 올라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의 오름들을 다 올라가겠노라

목표로 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내 주변 지인들도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360여 개나 되는 오름을

어느 세월에...

 

어느새 나의 목표들은

희망사항으로 바뀌고,

조용히 가까운 오름을

산책 삼아 가끔씩 가볼 뿐이다.

 

자주 가는 오름 중에 하나이며,

아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오름 중에 하나가

아끈다랑쉬오름이다.

 

다랑쉬와 아끈다랑쉬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오름인데,

느낌적으로 알 수 있듯이

다랑쉬는 엄마 오름같이 크고 높으며,

마주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작고, 앙증맞다.

 

여름 날 아끈다랑쉬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파릇한 억새들로 청량함 가득한 아끈다랑쉬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앙증맞은 아끈다랑쉬오름

 

처음 다랑쉬오름을 갔을 때는

아끈다랑쉬를 외면했다. 

다랑쉬를 올라가면서

내려다본 아끈다랑쉬는

너무 작고 볼품없어 보였고,

다랑쉬오름이 오름 중에서는

힘든 편이어서,

굳이 힘든데 아끈다랑쉬를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간단하게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아끈다랑쉬만 올라갔었다.

 

아끈다랑쉬에 가는 길부터 억새로 가득하다

 

올라가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걸리지만,

꽤 경사가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신발은 편한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끈다랑쉬에 올랐을 때,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풍경에

소리를 지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그 때 누군가 있었으면,

미친 가족인가 했을지도...

 

그 오름 위에 있을 것이라

상상했던 억새보다 어마 무시하게

많은 억새가 우리를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마침 사람들이 없어서,

나와 아이들만이 그 오름을

독차지하는 행운까지...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억새들로 가득한 아끈다랑쉬 전경. 저멀리 다랑쉬오름이 보인다

 

아끈다랑쉬는 얕은 분화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억새들이 빽빽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의 지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과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지친 마음이

치유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억새길을 걷는 둥이 중 한명

 

아끈다랑쉬를 둘러보는 데는

20분 정도면 된다.

경사있는 길만 조금 감수한다면,

새로운 세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끈다랑쉬만 올라도

시원하게 저 멀리 동부 해안과

성산일출봉까지 조망할 수 있다.

 

아끈다랑쉬에서 푸른 억새 뒤로 보이는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을 잘 둘러보았다면, 

난이도를 높여 다랑쉬오름에 도전해보자.

 

다랑쉬오름은 근방 오름 중에

가장 높은 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의 초입은

삼나무 숲길 사이로 난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숲길로 다랑쉬오름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안 가면 S자형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을 향한다. 

일반 성인이라면 30분 남짓 걸릴 것 같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정말 몽글몽글 귀엽기만 하다. 

 

점점 작아지는 아끈다랑쉬를 보다 보면,

금세 정상에 오르게 된다.

 

다랑쉬에 처음 올랐을 때, 

밑에서 봤던 다랑쉬의 모습으로 예상했던

그런 정상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왜냐하면 정상부의 분화구가

엄청 깊고 크기 때문이었다.

물론 백록담과 같은 그런 모습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거대한 분화구의 모습은

매우 당당해 보인다.

 

이 모습은 마치 아끈다랑쉬를

품기 위해 남겨둔 엄마의 품 같다.

 

거대한 분화구는 아끈다랑쉬를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분화구 경사면의 나홀로 나무가 멋스럽다

 

다랑쉬 분화구 둘레길을 걸으면

제주 동부지역을 다 살펴볼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일출과 일몰을

여기에서 맞이해 보고 싶다.

 

동부지역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잠깐 그려만 봐도 너무 흥분된다.

 

다랑쉬 정상의 둘레길을 돌면 제주동부지역을 다 볼 수 있다

 

정상 둘레길을 돌다 보면,

꽤 멋스러운

숲터널을 경험할 수 있다.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탐방객들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공간이 된다. 

 

정상에서 지나게 되는 숲터널

 

다랑쉬를 즐기는 데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될 것 같다.

 

아끈다랑쉬와 다랑쉬오름은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듯해서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여기도 금방 망가질 거 같아

걱정이 앞선다.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사이에

걷기 괜찮은 길이 있었다.

 

 이 이쁜 길을 공사를 한다고

지금은 땅을 다 뒤집어엎어 놓았다. 

 

그리고, 다랑쉬오름 근처에는

무슨 외국 마을이 들어선다고 한다.

 

제주 도정은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원하는 것이 제주가 지금껏 개발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왔던 자연경관일 줄

잘 알고 있음에도

아주 부지런히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고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다.

 

또한, 무슨 외국 마을처럼

제주와 전혀 상관없는 

건축허가를 무분별하게 

내주고 있다. 

 

너무 안타까운 제주의 현실이다.

 

좋은 곳들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더욱 조심히 아껴주면서

제주를 즐기면 좋겠다.

 

우리라도 제주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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