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 09:25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제주에는 정말 좋은 숲길들이 많이 있다.
물론 한라산이라는 최고의 명산이 있기는 하지만,
한라산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숲길을 추천한다.
제주의 숲들은 곶자왈이라는 독특한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곶자왈이란 화산으로 용암이 굳어 생긴 바위틈에
다양한 나무와 덩쿨들이 자라는 생태 환경을 말한다.
물론 육지에서도 간혹 그렇게 바위에 자라는 나무 등을 볼 수 있겠지만,
제주에서는 정말 빈번하게,
그리고 많이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하다.
더욱이 세찬 바람 속에서도 간신히 바위를 움켜쥐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나무들이 너무나 대견하기도 하고 경이롭다.
곶자왈을 걷다 보면 고라니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고라니가 있는지 모르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고라니가 놀라 뛰어가면,
덩달아 그 모습에 내가 더 놀라기도 한다.
숲길이나 한적한 길을 걸을 때 놀라게 하는 단골손님이
고라니와 꿩이다.
제주를 걷노라면,
이들에게 당하지 않을 수 없다.
교래 곶자왈은 간단히 걸을 수 있는 생태관찰로와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는 오름 산책로가 있다.
짧은 코스는 40분 정도,
큰지그리오름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40분 정도 걷는 코스라도,
바위로 된 길과 오르내리는 길이 있으니,
반드시 편한 신발을 신고 가기를 권한다.
오름산책로든 생태관찰로로 가든 불과 몇 분만 걸어도
곶자왈의 원시림을 볼 수 있다.
숲길은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겨울과 봄엔 초록옷에 가끔 동백꽃이 보이고,
여름엔 정말 완벽한 초록색 잎들과 이끼들로 눈이 시원해진다.
가을엔 역시 숲이 색감을 더해 화려하게 치장을 한다.
곶자왈의 돌, 나무, 덩굴,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큰지그리오름에 다다른다.
초록초록한 숲과 달리 큰지그리오름에 도달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삼나무숲!
완만하게 난 삼나무숲길을 지나면,
경사가 다소 있는 코스가 나온다.
한 20여분 걸어올라 가면 큰지그리오름의 정상.
큰지그리오름 정상 바로 전에,
아주 멋진 포즈로 서 있는 나무를 만나게 된다.
볼 때마다 이 나무는 왠지 신령해 보이는 건 왜 일까?
신령하게 보이는 나무님께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지나면
바로 정상에서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다.
맑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왠지 쉽게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범접할 수 없는 곳 같이 멀게 느껴진다.
이미 한라산에 다녀온 그 고통을 알기 때문일까...
3시간 걸리는 코스이고,
꾸준히 오르막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계절따라,
또는 친구따라,
가끔 오는 교래자연휴양림이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자연휴양림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생태관찰로 정도는 가보시면 좋을 것 같다.
40분 정도만 투자하시고,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가져갈 수 있으니...
https://place.map.kakao.com/26625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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