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3. 19:33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숨기고 싶은 제주 맛집
오래전부터 동네 지인으로부터 맛집이라고 소개받았던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아귀탕이 얼큰하면서도 맛있다고 했었는데, 원래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터라 맛은 보고 싶었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에 받았던 제주 맛집은 각지불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동네 청년회에서 마을 길 예초를 하고서 식사를 하는데, 또다시 다른 친구로부터 각지불 아구탕이 그렇게 맛나다며 시간 될 때 함께 가보자고 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나길래 각지불 각지불 하나 궁금했습니다. 가뜩이나 최근 제주시로 교육받으러 왔다 갔다 하면서 각지불 근처를 지나쳐서 식당에 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 넘쳤습니다. 그리고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때문에 더 늦으면 이제 못 먹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아내에게 각지불로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각지불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각지불은 제주어로 등잔불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각지불 사장님께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식당 이름부터 뭔가 맛집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각지불은 저희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교래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각지불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1751(조천읍 교래리 217)
영업시간: 월, 수, 목, 금, 토, 일 11시 30분 ~ 20시 30분
전화번호 064-784-0809
교래리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맛집이 좀 있습니다. 성미가든과 교래곶자왈 손칼국수가 저희가 애정하는 곳입니다. 성미가든은 닭고기 샤브샤브 집인데, 백종원이 다녀 간 이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 가격이 좀 올라 요즘은 잘 안 가는 곳이긴 하지만, 정말 맛 좋은 곳입니다. 육지기준으로 생각하면 생각보다 양이 많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밑반찬도 맛있고, 닭고기 샤브샤브 한 다음 그 안에 라면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녹두가 들어간 죽을 줍니다. 역시 술 한잔 하며 먹기 너무 좋기도 하지만, 가족 단위로 가서 먹기에도 정말 좋습니다.
교래곶자왈 손칼국수 집은 닭칼국수로 유명한 집입니다. 저는 닭칼국수 한그릇도 다 못 먹고 나오는데,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이 정말 많습니다. 닭고기도 정말 많이 넣어주고, 국수도 양이 많습니다. 물론 제가 성인 남자치고 양이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저는 다 먹고 싶어도 다 못 먹고 나옵니다. 그래서 아내랑 가면 닭칼국수 하나랑, 녹두전 하나, 그리고 막걸리 한통이면 정말 행복한 식사를 하고 나올 수 있는 곳입니다. 전에는 노포였는데, 지금은 맞은편에 새로 건물을 짓고 이전했습니다. 양고기 구이 집도 하나 있는데, 맛은 괜찮긴 하나 가성비가 좀 아쉽습니다.
어쨌든 교래리 맛집 리스트에 아구탕 맛집, 각지불을 하나 더 하게 된 것입니다.
건강해지는 그 맛 들깨 가득한 아구탕
각지불에 도착해서 들어가니, 손님 두 그룹이 계셨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시각이 오후 2시 30분이었는데, 아직도 손님들이 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한쪽 그룹분들은 아귀찜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귀탕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동네 친구들이 추천해 준 아구찜과 한라산 순한 맛을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귀찜을 먹었었는데, 처음으로 아구탕을 맛 보게 되었습니다.
아구탕을 먹게 되면 인체에 미치는 많은 효능들이 있는데, 아구탕에 들어가는 아귀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입니다. 콜라겐이 풍부해서 피부 미용에 좋고, 혈압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타민 A가 풍부해서 눈건강과 아이들 면역력과 발육에도 효과가 좋고, DHA 성분이 풍부해 두뇌 발달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오히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많이 먹어야 하는 음식인가 싶기도 합니다.
또한 물론 어른들에게도 아주 좋은 효능이 아귀에 있습니다. 아귀에는 타우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중성지방을 제거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돕고, 간건강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장국으로 먹으면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과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이 있는 분들에게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비타민 D도 다량 포함되어 있어 뼈와 치아 건강에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주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습니다. 반찬이 몇 가지 나왔으나 간이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아귀탕 소자(2인분)를 주문했는데, 양이 푸짐해 보입니다. 저랑 아내랑 먹기에는 좀 많아 보이는 듯한 양인데, 양이 많으신 남자분 2분이면 중자는 드셔야 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구탕/ 아구찜 _ 소 45,000원 , 중 50,000원, 대 55,000원
거의 조리가 되어 나와서 테이블에서 팔팔 끓으면 바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아내꺼 한 접시 떠 드리고 저도 떠서 한입 베어 물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주문할 때 맵기를 물어보셔서 그냥 보통 맛으로 달라고 하긴 했는데, 아내는 뒤끝에 얼큰한 맛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저는 얼큰한지 모르겠더라고요. 혹시 얼큰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면 좀 맵게 해달라고 하시면 더 맛나게 드실 수 있을 듯합니다.
맛은 우선 간이 세지 않아 좋습니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재료들 고유의 맛들이 잔잔하게 어우러진 그런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탕이라고 했지만, 들깨가 아낌없이 들어간 아구탕이다 보니까 약간 걸쭉한 느낌입니다. 아귀도 살이 토실토실 잘 올라온 아이들이라 먹을 것이 많았습니다. 아주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구탕보다는 아구찜을 드시는 것이 더 좋을 것도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아구찜은 맛을 보지 못해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어쨌든 아귀탕의 걸쭉한 국물을 마시면, 함께 마시는 소주가 기분 좋게 바로 해독되는 느낌과 함께 조금 과장하면 더 건강하게 해 주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술이 부담 없이 쭉쭉 들어가게 해 줍니다. 이 날따라 창 밖에는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어 창밖에 내리는 비도 술맛을 더 좋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맛나게 아귀탕과 소주를 맛나먹다 보니, 아구탕 국물이 거의 다 비워졌습니다. 각지불 사장님께서 열심히 먹는 저를 보시더니, 육수 더 달라고 하지 그랬냐고 하십니다. '이런, 달라면 더 주는 줄 모르고 나름 아껴 먹고 있었는데....' 더 주시는 지 모르고 괜히 아껴 먹었습니다. 만약 이 글을 보시고 각지불에 가셔서 아구탕 드신다면 저처럼 아구탕 국물 아껴드시지 마시고, 각지불 사장님께 더 달라고 말씀하시고 충분히 드시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역시 이렇게 제가 가서 먹고 싶은 식당에 가면 아내의 눈치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아내도 맛있고 담백하다고 좋아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각지불 아귀탕이냐, 동막골 동태들깨탕이냐?
각지불 아귀탕을 처음 한입 떠서 먹었을 때, 아주 생소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제주에 일 보러 가끔 나가면 들리는 곳 중에 하나가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동막골이라는 식당입니다. 그 식당에 가면 꼭 동태들깨탕을 먹고 오는데, 동태나 아귀탕이라는 식재료 차이만 빼고는 탕의 베이스는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는 동태들깨탕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아내와 어디가 더 괜찮은 것 같아 하고 물어보니, 아내는 각지불이 좀 더 건강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듣고 보니, 아라동 동태들깨탕은 좀더 조미료가 가미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감칠맛이 좀더 강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감안하시고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막골 동태들깨탕은 2인분부터인데 20,000원이고, 각지불 아귀탕은 2인기준 소자가 45,000원이니, 가성비로 따지면 동막골 동태들깨탕이 좋고, 좀 더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의 맛을 원하신다면 각지불 아구탕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주시 근처에 계시고 제주시까지 가기 힘드신 분들은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동막골 가셔서 동태들깨탕을 드셔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교래 근처에 있는 교래곶자왈, 에코랜드, 절물휴양림, 물영아리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사려니숲, 산굼부리에 여행 오셨다가 출출하신 분들이나, 에코랜드CC, 부영CC, 더클래식CC, 해비치CC 등에서 라운딩 후에 근처 맛집을 찾으신다면 한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날 각지불에서 특별한 아귀탕 덕분에 아주 근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교래 각지불 근처 가면 좋은 곳들을 몇 군데 소개 해 드리니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서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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