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7. 14:04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원래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제주에 오고서 어느 순간 술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는 회식날이 되면 술 먹이는 분위기가 싫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이제는 안 마시면 서운하게 되었습니다. 과음하는 편은 아니고, 그냥 식사와 함께 적당히 먹기를 이제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러 갔는데, 전통주를 팔고 있어서 마셨는데, 아내랑 저는 너무 맛있셨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인터넷으로 몇 병을 주문해 마셨는데, 웬만한 음식들과 전통주라는 것이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주문했던 술 중에 진도 홍주가 남아 있어서 오늘은 진도 홍주에 대해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직접 담가 먹기 시작한 술
앞서 언급했지만, 저는 술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술 마시는 회식날이면 긴장부터 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아내가 처음 차려주는 저녁에 맥주를 함께 내주어 놀라며 "밥 먹는데, 술을 왜 줘?"라며 반문하던 제가 이제는 반주로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가끔 혼자 알콜중독은 아닌가 하며, 횟수를 줄여야겠다고 스스로 다짐도 하는 지금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왕에 술을 마신다면 좀더 건강한 술을 마셔보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건강한 술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마 밥 먹을 때 술 한잔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하는 말을 다들 한두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으실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무리 그런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술이라는 것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듣게 된 말들을 위안 삼아 저의 음주를 합리화하고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약간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적당한 핑계가 됩니다.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근거로 최근에는 막걸리에 들어가는 아스파탐 같은 합성감미료나, 시중에 파는 소주가 화학주여서 더 건강에 안 좋다는 기사들을 심심치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술을 즐겨마시는 저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건강에 대해서는 또 예민한 편입니다. 참으로 이치에 안 맞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그래서 제주에 처음와서는 직접 건강한 술을 만들어 먹겠다는 생각으로 막걸리도 직접 담가서 먹기도 하고, 솔순주, 솔잎주, 개다래주, 매실주 등을 직접 담가 먹기도 합니다. 제가 담근 막걸리는 나름 동네에서 인기 있는 품목입니다. 효소와 찹쌀로만 발효해서 만든 저의 막걸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전에 담가두었던 댕유자 청과 함께 발효시킨 막걸리가 제일 맛이 좋았습니다. 조만간 시간이 되면 막걸리 한번 더 담가볼까 합니다.
물론 실패한 술도 있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 만든 담금주 중 개다래주와 산딸기 주는 실패했습니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어서 인지 단 맛이 강해서 별로 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저희 집 매화나무에서 딴 매실로 담근 매실주와 2년 전 따온 솔순으로 담근 솔순주는 아직도 개봉 전입니다. 매실주는 이제 한두 달 정도면 맛볼 수 있을 것 같고, 솔순주는 아직 1년 남짓 더 숙성해야 마실 수 있습니다. 맛이 괜찮으면 동네 형님 동생들과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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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진도 홍주 시음기
사실 전통주를 주문했던 것이 거의 1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 때 저는 이강주와, 죽련고, 진도 홍주, 솔송주 이렇게 4 종류를 주문했었습니다. 이중 저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역시 이강주였습니다.
이강주는 배와 생강으로 만든 술인데, 저희가 좋아하는 술은 여기에 계피 맛이 은은하게 감돌아 깔끔하고 맛이 좋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26도 정도인데, 술 넘김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제 아내는 독한 술은 잘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강주는 잘 마십니다.
아직까지 진도 홍주가 남아있던 이유는 제가 주문한 진도 홍주의 알코올도수가 40도 였기 때문입니다. 저도 독한 술은 잘 안 좋아하고, 평소에 양주도 잘 못 마십니다. 양주를 마시면 마치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 중에 발렌타인 23년은 좋아합니다. 그 이상급은 마셔보지 못해 잘 모르겠는데, 발렌타인 23년을 처음 마셨을 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과 마시고 난 뒤에 초콜릿의 은은한 달콤함 같은 것이 입안에 감돌아 참으로 좋아합니다.
어쨌든 그 독한 것을 마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쟁여놓았던 마지막 전통주 개봉해 보았습니다. 박스를 오픈하니 독한 알콜도수와는 안 어울리게 맑고 짙은 분홍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뻐 보이기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공적인 무언가가 첨가되어 보이는 빛이 아닐까 살짝 의심도 들었습니다.
바로 뚜껑을 따고 술을 한잔 따랐습니다.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맛을 보았는데, 40도 같지 않게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따라서 아내에게도 건네니, 역시나 부드럽다고 하며 잘 마십니다. 색깔이 붉어 그런지 술맛에서 살짝 달콤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체감되는 알코올도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주 정도의 도수정도로 느껴집니다. 술을 마시고 1분 정도 지나니 속에서 뜨뜻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살짝 뒤늦게 뱃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홍주의 인상으로 남습니다. 진도 홍주의 빛과 맛, 그리고 몸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때문인지 홍주에 대한 저의 첫인상은 포근함입니다.
아름다운 전통주 진도 홍주의 유래
진도 홍주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띄는지 궁금했습니다. 진도홍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도의 세 가지 보물과 세 가지 즐거움인 삼보삼락 중 삼락에 들어간다 합니다. 참고로 진도의 삼보는 진돗개, 구기자, 미역(곽)이고, 삼락은 홍주, 민요, 서화라고 합니다. 게다가 홍주는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되었던 진상품 중에서도 손꼽혔다고 하니, 이미 전통주로서는 최고의 명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금님에게 진상되는 이 때에는 홍주의 붉은빛의 이유가 지초 뿌리에서 우러나오는 색소 때문이라 합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 홍주라 불리지 않고 지초주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진도 홍주는 쌀에 누룩을 썩어 담아 발효한 후 이를 증류해서 원주를 만들고, 이 원주를 지초에 통과해 색과 풍미를 가미하는 형식으로 주조하였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귀한 술이 진도에서 나게 된 유명한 이야기는 조선 성종 때 우의정 허종이 연산군의 어머니 윤 씨를 폐비시키기 위한 어전 회의의 부름을 받았었는데, 이를 걱정한 허종의 부인 한 씨가 술 한 사발을 전했으며, 결국 허종은 이 술을 마시고 말에서 낙마해 어전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연유로 후일 연산군이 즉위한 이후 있었던 갑자사화로부터 가문을 지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 허종을 취하게 해서 낙마하게 만든 술이 바로 이 홍주였다고 합니다. 물론 허종이 어전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실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지만, 그가 낙마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전되어 올 뿐입니다. 어쨌든 후에 그의 가문은 진도로 낙향하게 되었고, 가문을 지켜준 술, 홍주를 대대로 빚어 와 지금에까지 명맥이 이어졌고,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진도 홍주의 주재료 지초가 지란지교의 지입니다
이렇게 홍주의 특별함은 지초때문인데, 지초는 자초, 자근이라고도 불리며, 10년 먹은 야생 지초의 뿌리는 산삼과 같은 약효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 지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지초에는 항암, 항산화, 항균, 항염증에 효과 있는 사코닌과 당뇨 및 비만, 콜레스테롤 저하에 좋은 플락토올리고당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지초는 해독, 청혈, 황달, 강장, 건위, 해열 등에 뛰어난 효과를 주는 약재라 합니다.
지초는 또한 천연 염료로도 사용되었는데, 이 자색이 삼국시대 때에는 최상위의 색이어서 왕족이나 군인, 승려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입는 복식을 염색하는 염료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고사성어 지란지교(芝蘭之交)에서 지가 바로 홍주의 재료인 지초를 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초에서도 난꽃 못지않은 꽃향기가 나는데, 이 때문에 지란지교란 지초와 난초와 같이 향기롭고 맑은 친구 간의 사귐을 가지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두터운 친구 간의 사귐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한자성어로는 수어지교(水魚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 관포지교(管鮑之交), 죽마지우(竹馬之友) 등이 있습니다.
진도 홍주 맛있게 마시는 법
저는 도수에 비해 부드러워 그냥 스트레이트로 진도 홍주 본연의 맛을 느끼며 마셨지만, 진도 홍주는 색이 아름다워 칵테일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진도 홍주는 색이 아름답지만 알코올 도수 때문에 온 더 락으로 많이 드신다고 합니다. 유리 잔에 각얼음을 채우고 홍주를 따라 놓고 잠시 후에 마시면 얼음과 함께 희석되어 좀 더 순하게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분위기 잡을 타이밍이라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이렇게 마신다면 그 설렘이 배가 될 듯합니다.
홍주를 맥주와 함께 폭탄주로도 만들어 드시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유리잔에 맥주를 반정도 채운 뒤, 그 잔을 비스듬히 해 그 위에 홍주를 조심스럽게 따르면 홍주가 붉게 맥주 위에 자리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은 주당들 사이에서는 일명 일출주라 한다고 합니다. 양은 본인 취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맥주: 홍주가 10~15 : 1 정도 비율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홍주가 부드러워도 알콜도수가 40도 정도 되니 조심해서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싼 홍주를 맥주와 폭탄주로 섞어 마신다는 것이 왠지 돈 아까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쁘다고 하니 한번 시도는 해 보고 싶습니다.
주류 인터넷 구매 가능한가?
예전에는 맥주가 너무 좋아서 인터넷 쇼핑몰 통해서 주문하려고 했었는데, 주문이 안 되었습니다. 그럼 전통주는 주문이 가능할까요? 전통주는 주문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제가 주문한 진도 홍주는 병당 20,000원이었습니다.
주류는 일반적으로 직접 대면을 통해서 성인 여부를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1998년부터 우리나라 전통주에 한해 통신 판매를 인정해 줬습니다. 통신판매이기는 하지만 모든 곳에서 가능했던 것은 아니고 우체국 통신판매만 인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그 범위가 확대되어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전통주는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당연히 전통주의 판매 활성화를 통해 전통주의 명맥을 이어가는 영세한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확대되었습니다. 반면, 아직까지 소주나 맥주의 경우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구매는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도 홍주에 대해 잠시 살펴봤습니다. 가끔 좋은 전통주를 소개하는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만든 담금주들도 마시게 된다면 함께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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