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30. 22:50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지난해 우리 집 텃밭은 거의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큰맘 먹고 텃밭을 가꾸었는데, 봄에 심었던 작물이 대충 정리가 되어 한 달 전에 동절기를 위한 텃밭 작물들을 심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어떤 작물을 심었는지 살짝 공개하겠습니다.
동백충으로 1년간 방치되었던 텃밭
2년 전 초여름, 밭일을 하다 겨드랑이 쪽이 따끔했습니다. 모기가 물었나 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날부터 따끔했던 겨드랑이부터 해서 점점 붉게 두드러기가 번지면서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약국에 갔더니, 동백충에 물린 것 같다해서 약을 처방받았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5~6월에 동백충이 많이 생기는떼, 이때 동백충 털만 날려서 피부에 닿아도 심한 가려움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동백충에 물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물리고 나니까 힘들긴 했습니다. 저희 집 텃밭이 뒷집 어르신댁과 붙어 있는데, 그 집에 커다란 동백나무가 2그루 있는데, 아무래도 거기에 동백충이 있었나 봅니다. 주사 맞고, 약 바르면서 한 1주일 정도 고생하니까 괜찮아졌던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뜨거운 태양아래서 모기한테 헌혈까지 해가면서 밭일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 동백충까지 물리고 나니, 텃밭 관리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1년동안은 텃밭 관리 자체를 하지 안 하고 방치했었습니다. 그렇게 방치했던 텃밭은 금방 밀림 수준으로 잡초들이 우거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방치되었던 텃밭을 지난 봄에 큰맘 먹고 정리를 했습니다.
잡초로 방치된 텃밭 살리기
잡초로 방치되었던 텃밭을 살리고자 마음을 먹게된 것은 옆집 어르신께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였습니다. 저희 집 텃밭 옆으로 작은 돌담이 있고, 그 돌담 너머로 옆집이 바로 붙어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잡초들과 넝쿨들이 돌담을 타고 넘어가 옆집 어르신댁까지 어지럽히는 것을 보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어르신 댁은 돌담 하나 사이에 두고 너무도 깔끔했습니다. 물론 제초제를 뿌려서 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간에 저의 게으름으로 어르신 뒷마당을 너무 정신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정리를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유튜브를 보니까 누군가가 제초매트를 깔아 놓고 텃밭을 관리하는 것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초매트를 깔면 좀 괜찮겠다 싶어서 그렇게 텃밭을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잡초들을 대충 베어내고, 모종을 심을 곳에는 흙을 붓돋아 줍니다. 그리고 제초매트를 그 위에 덮어 주었습니다. 저는 제초매트를 조경일 하면서 조금 얻어서 덮어주었는데, 찾아보니, 제초매트 가격이 폭 2m에 길이 200미터짜리가 13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텃밭 들여다 보는 것이 힐링
그렇게 봄에 텃밭을 대충 정리하고, 상추랑, 깻잎, 방울토마토, 고추와 바질을 심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해졌습니다. 보통 상추가 잘 자라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상추가 잘 자라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뿐만 아니라 주변에 친구네 집도 상추는 이상하게 올해 잘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1월 말인 지금까지 고추하고 토마토는 잘 따먹고 있습니다. 바질도 너무 잘 자라줘서 아직도 텃밭을 지키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와 고추, 그리고 바질이 잘 자라준데는 아무래도 제초매트를 깔아줘서 인가 싶기도 합니다. 보통 고추도 노린재로 항상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모종 2개 심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은 고추를 계속 따먹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가지 사이로 자라는 순만 제거해 줬는데, 여름에 별로 달리지도 않아 올해도 방울토마토 농사 망했나 싶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인지 가을 들어서자 방울토마토가 먹기 좋게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가끔 따 놓으면 아이들도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무농약에 무비료인 저희 집 텃밭에서 잘 자라 준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바질도 잎을 많이 따서 바질 페스토도 해먹고 주변 지인도 나눠주고, 지금은 향신료로 쓰기 위해 바질잎을 말리고 있습니다. 아주 알차게 잘 먹고 있는 바질입니다.
이번에 바질이 너무 잘 자라고 있어서 바질은 월동은 안 되는지, 그리고 다년생으로 키울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는 바질 모종을 사서 봄에 심고, 한해만 키우고 보냈었는데, 알아보니, 바질이 다년생으로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질을 다년생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꽃대가 나오면 잘라주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밖에 있는 바질 중 하나는 꽃대를 보이는 대로 다 꺾어주었습니다. 온도도 중요한데, 5도 이하가 되면 동사한다고 하는데, 제주도니까 그래도 밖에서 잘 버텨주겠거니 하고 기대해 봅니다. 내년 봄이 되면 저희 집 바질이 밖에서도 잘 버티고 있었는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심지 않았지만, 시간날 때마다 가끔 들여다 보고 열매가 열리거나 부쩍 자란 작물들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올해 같이 포기했던 방울토마토가 뒤늦게 열려주니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토종 옥수수 모종을 얻어와 심었는데, 아쉽게도 죽었습니다. 심어 놓기만 해도 잘 자란다고 해서 받아왔는데, 구석에 심어 놓고 잡초를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았더니, 그 등쌀에 죽은 것 같습니다.
가을 채소로 다시 심다. 무사히 겨울을 날까요?
이렇게 올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제초매트를 활용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밭농사를 지었습니다. 물론 제초매트를 한다고 해서 잡초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잡초매트를 덮어놓으면 그 아래 있던 잡초가 그냥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을에 잡초매트를 들춰보니, 아직도 살아있는 잡초들이 꽤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잡초는 잡초매트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잡초매트를 깐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잡초에 대한 관리는 필요합니다.
예전에 월동채소로 배추, 무, 봄동, 양배추 모종을 구해 심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른 채소는 다 죽고, 배추만 남았었는데, 배추도 속이 차지 않아 수확하지 않고 그냥 방치해서 봄에 노란 배추꽃 피는 것까지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게으름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꽃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희 집에 놀러오셨던 어머니가 배추꽃도 전으로 부쳐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속이 차지는 않았지만 배춧잎과 배추꽃을 꺾어서 전으로 부쳐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배추꽃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추꽃전도 배추전처럼 살짝 튀김옷을 잎혀 부쳐먹었는데, 달콤한 꽃향기와 배추맛이 함께 났던 것 같았습니다.
그 배추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월동용 채소를 심어봤는데, 이번엔 배추나 양배추 말고, 요즘 채소값이 너무 비싸기도해서 샐러드 해 먹을 수 있는 채소와 대파를 심어봤습니다. 샐러드용 채소로 상추와 봄동 그리고 버터헤드와 레브볼 버터헤드라는 것을 심어봤습니다. 모종을 사러 갔는데, 파시는 아저씨가 외국 상추라면서 한번 키워보라고 하셨습니다. 모양이 샐러드하기 딱 좋은 것 같아 버터헤드와 레드볼 버터헤드 두 종을 사 왔습니다. 맛이 버터처럼 고소하다고 해서 버터헤드라고 하는데, 맛이 너무 기대가 됩니다.
버터헤드상추 효능, 효과는?
처음 키워보기로 한 버터헤드가 궁금해져서 좀더 알아봤습니다. 버터헤드상추는 유럽 상추라고도 하고, 꽃송이 상추라고 합니다. 초록색의 그린볼 버터헤드 레터스와 붉은색이 가미된 레드볼 버터헤드 레터스 등이 있습니다. 제가 사 와서 심은 것이 그린볼 버터헤드 레터스와 레드볼 버터헤드 레터스입니다.
버터헤드 상추는 우리가 먹는 상추와 비교하면 더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 모습처럼, 버터헤드 상추는 일반적인 상추 맛보다 덜 쌉싸름하고 버터처럼 고소하다고 합니다. 주로 샐러드용으로 먹고, 토스트할 때 빵 사이에 끼워 먹거나 쌈 싸 먹는 용도로 먹어도 맛이 참 좋다고 합니다.
버터헤드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눈건강에 좋습니다.
- 상추처럼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불면증이 개선된다고 합니다.
- 식이섬유와 수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엽산과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 텃밭에 모종을 심은지 1달이 되었는데, 확실히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작물이 자라는 속도가 아주 더디긴 합니다. 어서 빨리 버터헤드의 맛을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 모든 모종이 죽지 않고 잘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요? 첫 수확을 하거나 또는 봄이 오면 다시 한번 우리집 텃밭 작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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