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5. 17:43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사회초년생 때 소주 반 병이면 힘들어하던 내가
지난 3~4년은 술을 참 열심히 마신 것 같다.
제주에 가족들과 떨어져서 제주에 먼저 와 자리잡기 위해 벌렸던 사업이
순조롭게 잘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 때일수록 본인이 스스로 마음을 다 잡고 더 열심히 했어야 했지만,
내가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순간이었다.
그 당시 잠도 못 자고 식사도 못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아 하루에 한끼 맥주나 막걸리로 대충 때웠다.
그때부터였나, 술을 안 마시면 마음이 허했다.
이런 것이 알콜중독인가?
어쨌든 맥주를 너무 마셔서 그런지 무릎도 점점 안 좋아지기도 했다.
어느 날은, 제주시 오일장에 갔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매실 같지만 못생긴 것이 있어 물어보니 개다래라는 것이었다.
염증에 좋고 남자한테 좋고,
술 담가 하루에 한 번씩 마시면 그렇게 좋다고...
남자는 몸에 좋다면 뭐든 먹는다는 말이 나에겐 전적으로 해당된다.
난 그렇게 덥석 생전 처음 들은 개다래를 사다 개다래주를 담았고,
그날로부터 담금주를 담기 시작했다.
그 이후, 더덕주, 매실주, 백년초...
그리고, 지난 가을에는 오름에서 솔잎을 따다 솔잎주도 담갔다.
이렇게 몸에 좋다는 술들을 마신 나는 분명 슈퍼영웅은 아니더라도 건강해졌을 법도 한데...
몸에 안 좋다는 술을 마시면서 내가 담근 술들은 건강에는 좋을 거야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마신 탓일까,
아직도 무릎이 아픈 걸 보면,
효과가 있었는지는 글쎄...
hoxy 더 열심히 마셨어야 했나?
제주의 5월엔 산딸기를 지천에서 볼 수 있다.
언젠가 고사리를 따면서 산딸기 군락지를 발견해 꽃이 잔뜩 피어있는 것을 봤다.
조만간 이곳에 다시 와 산딸기를 따야지 하고 일주일 뒤에 그곳에 다시 가 봤지만,
아직 산딸기는 보이지않고 꽃만 잔뜩 있었다.
아쉬운 대로, 달콤한 산딸기 꽃향기만 잔뜩 담아왔다.
집에 오는 중 마을 근처에서 산딸기 땄던 곳이 생각나 아쉬운 마음에 들려보니,
예전보다 산딸기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산딸기가 많은 곳엔 뱀들이 많다고 해서 좀 무섭기도하다
빨리 애들한테 먹이고 싶다는 생각부터,
정말 산딸기가 남자한테 그리 좋을까,
술을 빨리 담그고 싶다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씨알이 굵은 아이들로만 열심히 따고 보니 어느새 한 바구니.
행복한 마음에 “빨리 몸에 좋은 산딸기 술을 담가야지” 하고 말하면
이쁜 와이프는 나에게 건강염려증이 있다고 타박하기도 한다.
실은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봐 그런 건데...
어쨌든 집에 오는 길에 바로 마트에 들려 과실주용 술을 사 와
잽싸게 신선한 산딸기를 씻어 말린 후 설탕과 함께 술을 담갔다.
2~3개월이 지나면 마실 수 있다는데,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진다.
산딸기와 함께한 5월의 하루를 이렇게 달콤하게 채웠다.
그 날도 뱀에 물리지 않고 무사히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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