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6. 14:54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어느 날 청년회장님이 6월에 마을에
예술제를 진행할 거라 알려줬다.
영화 지슬의 감독인 오멸감독님도
참여하신다고 하면서 말씀해 주시는데,
영화 지슬도 잘 모르고,
오멸감독이라는 사람도 첨 듣고...
어쨌든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을에서 뭔가 예술제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될 수 밖에...
사실 우리 마을 수산리는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때문에
불안함을 가득 안고 있는 마을이다.
동네 곳곳에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그런 마을...
나는 6년 전 서울에 있는 가족을 떠나와
제주 여기저기 돌아보며,
우리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마을을 찾았었다.
그러다 가장 조용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진
수산리가 좋아 이 곳으로 오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소식을 들었다.
제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사 와서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 끝에
어렵게 마음을 정하고 결국 이 곳 수산리로 오게되었고,
지금은 작은 힘이나마 마을을 위해 보태며,
마을분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103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128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그렇다고 마을이 아주 삭막하고 그런 건 아니다.
마을은 여전히 조용하고 아름답고,
동네 어르신들은 정말 따뜻하시고 친절하시다.
우리 가족들은 이렇게 좋은 마을 수산리 와서
살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고
큰행복이라고 늘 말하고 있다.
그런 마을이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인해
망가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쨌든, 이런 마을에 즐거운 이벤트(2020 우리들 이방인 예술제)가
열린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본격적인 이벤트가 열리기 전에 많은 예술인들이
2~3주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고 했다.
여러 예술인들을 만나 소통을 한다니,
행여 우리 가족도 그들과 만나 어떤 소통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우리 가족은 그런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사는 곳이
마을 중심에서 좀 벗어나서 그런가...?
그러다, 드디어 예술인들이 우리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한 1주일 뒤에 리사무소 모여서
바닷가에서 주어온 쓰레기로
작품을 함께 만들자는 연락이 왔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별로였다.
단순히 피티병에 색칠하는 정도였고,
아이들도 그다지 재밌어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 이방인 예술제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기대감이 많이 떨어져 가볼까 말까 하던 차에,
동네 친구에게 전화를 받은 아내가
재밌어했다며, 괜찮은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점심도 안 먹고 서둘러 나갔다.
우리 마을 대왕 주택 앞(학교 살리기를 위해 만든 빌라)
폭낭(팽나무)에
이미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여러 가지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들은 마을 곳곳에 있는
어르신들 집 마당, 귤 창고, 귤밭 등에서
소극장이자 무대가되어 진행되었다.
각 공연 스케줄에 맞춰 그 장소를 찾아가야 했다.
그 덕에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마을의 공간들과
어르신들의 집을 가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집의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좀 더 마을 구성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시 한번 마을 분들의 따뜻함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을에서 펼쳐진 이방인 예술제는
이틀간 진행되었고,
정말 다양한 공연들로 가득했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틀이나 진행된 예술제였지만,
모든 공연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공연 컨텐츠들이 많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아주 특별한 공연들이었는데,
그 공연들을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임, 광대들의 저글링, 마술 등에서부터,
자전적인 인형극 공연,
그리고 가야금 연주와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 공연,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 연극,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그 가족들만을 위한 공연을 해주는
즉흥극 수상한 속풀이 등....
그동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마을의 여러 공간들이 특별해졌고,
그 특별한 공간들은
아름답기도 하고,
마음을 저미게 하는,
그리고 즐겁게도 해주는,
여러 이야기들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 공연들을 통해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위로받는다는 기분도 들었다.
어쨌든 마을 곳곳에서 펼쳐진 공연들로
우리 가족들은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우리 마을 수산리가 더욱 좋아졌다.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마을 수산리가
계속해서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20 우리들 이방인 예술제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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