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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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이와 함께 즐겁게 떠난 쫄븐 갑마장길
요즘 가끔 집 주위 산책을 하면 함께 따라나서 주는 마루. 며칠 전 산책을 하며 마루가 더 많이 걷고 싶어 하길래, 그럼 아빠랑 10Km 정도 걸어볼래? 하고 물으니 기꺼이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다른 아가들에게 마루하고 아빠는 내일 10km 정도 산책할 거다 하니, 다른 아이들도 함께 따라나선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해서 온 가족이 출동을 하게 되었다. 이번 산책을 위해 나선 곳은 쫄븐갑마장길. 큰사슴이오름하고 따라비오름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코스로 10km가 좀 더 되는 그런 길이다. 오름과 잣성길, 그리고 삼나무길, 곶자왈 등 걷는 재미가 솔솔한 그런 길이다. 무엇보다 추석 즈음이면 억새가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데, 그 광경이 정말 장관이다. 원대한 목표를 안고서 먼저 점심 대신..
2020.10.10 -
우리 마을 수산리 예술제_20200621
어느 날 청년회장님이 6월에 마을에 예술제를 진행할 거라 알려줬다. 영화 지슬의 감독인 오멸감독님도 참여하신다고 하면서 말씀해 주시는데, 영화 지슬도 잘 모르고, 오멸감독이라는 사람도 첨 듣고... 어쨌든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을에서 뭔가 예술제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될 수 밖에... 사실 우리 마을 수산리는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때문에 불안함을 가득 안고 있는 마을이다. 동네 곳곳에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그런 마을... 나는 6년 전 서울에 있는 가족을 떠나와 제주 여기저기 돌아보며, 우리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마을을 찾았었다. 그러다 가장 조용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진 수산리가 좋아 이 곳으로 오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
2020.10.06 -
산딸기주가 몸에 그리 좋다면...20200506
사회초년생 때 소주 반 병이면 힘들어하던 내가 지난 3~4년은 술을 참 열심히 마신 것 같다. 제주에 가족들과 떨어져서 제주에 먼저 와 자리잡기 위해 벌렸던 사업이 순조롭게 잘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 때일수록 본인이 스스로 마음을 다 잡고 더 열심히 했어야 했지만, 내가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순간이었다. 그 당시 잠도 못 자고 식사도 못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아 하루에 한끼 맥주나 막걸리로 대충 때웠다. 그때부터였나, 술을 안 마시면 마음이 허했다. 이런 것이 알콜중독인가? 어쨌든 맥주를 너무 마셔서 그런지 무릎도 점점 안 좋아지기도 했다. 어느 날은, 제주시 오일장에 갔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매실 같지만 ..
2020.10.05 -
오름탐험대_ 안돌오름, 밧돌오름
1년 전만 해도 오름 가자 하면 좋다고 뛰어나가던 아이들이 언제부터인지 오름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요즘 들어선 디지털 컨텐츠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엄마, 아빠가 매일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여주니 그럴 수밖에... 매일 반성하지만 나 스스로 고치지 못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침을 먹던 중 오늘은 아라가 웬일로 오름에 가자고 한다. 그래도 아라는 할머니가 왔을 때도 함께 오름 가자하면 꼭 따라나서는 활발한 아이다. “우리 가족 중이 가장 오름 많이 간 사람?” 하면 모두들 “아라”라고 정답을 외친다. 아라가 오름에 가자하니 마루도 망설인다. 아라가 살살 꼬시자 같이 가기로 마음을 굳힌 마루. 그렇게 나와 쌍둥이들은 오름에 가기로 한다. “어느 오름 갈까? 오늘은 너희 안 가본 곳으로 가자...
2020.10.04 -
어쩌다 꽃놀이
매년 3~4월이면 제주시에 다녀오는 길에 벚꽃으로 뒤덮인 오름을 보게 된다. 볼 때마다 이쁘다, 그리고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 천성이 게을러 제주에 온 지 6년 만에 드디어 들른 그곳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제주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연들이 항상 그러하듯. 어쨌든, 옆으로 3분만 빠지면 볼 수 있었던 그곳을 만 5년이나 묵혀뒀다. 강한 바람과 바쁘게 지나치는 안개들은 오히려 화사한 벚꽃의 색감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맑은 날에 가족들 모두 같이 오면 좋겠다 싶다. 날씨도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치과치료를 받고 오느라 피곤한 둘째가 옆에 있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음에도 저기 꽃 핀 곳에 잠시 들렸다 가자는 아빠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준다. 옆길로 함께 새어준 아이 덕분에 난 오늘도 그동안 미뤘..
202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