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185)
-
아이들과 함께 막걸리 만들기
나는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인데, 육지에서 광고 쪽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소주 반 병이 주량인데... 한병, 두병, 술이 점점 늘었다. 제주에 와서는 술을 안 마실 줄 알았는데, 제주의 맑은 공기 때문인지, 더 마시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술이 잘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일어날 때도 내가 왜 이렇게 멀쩡하지? 하며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3개월 지나니까, 전처럼 숙취에 힘들어지는지긴 했지만... 어쨌든 맑은 공기 덕분인지 몰라도, 육지에서 오는 친구들도 술이 덜 취한다고들 한다. 혼자 지낼 때는 소주보다는 든든한 맥주를 저녁 대신에 많이 마시기도 했는데, 그 덕분인지,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맥주 대신 막걸리를 주로 마시기 시작했고, 급기..
2020.10.26 -
아이들 덕분에 오른 성산일출봉
아이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언제부턴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성산일출봉이 보일 때마다 올라가자고 했다. 하지만, 올라가보고 싶긴 하지만, 아이들이 올라가다가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라도 할까봐 그래서, 아이들을 안고서, 업고서 올라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레 겁먹고 자꾸 미뤄뒀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와이프가 몸이 안 좋아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조금이라도 와이프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야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성산일출봉. 이렇게 일출봉에 오르게 되었다. 항상 성산일출봉 초입에서 놀거나, 계단 몇개 오르다 말고 내려오던 곳이었는데... 성산일출봉은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한다. 아이들은 신나서 쉽게 올라가는 것 같은데, 무릎이 안 ..
2020.10.25 -
제주 비밀의 문 _ 효명사
제주에는 사진 명소들이 참 많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는 그런 명소들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소 공개를 하지 않는 곳들이 꽤 많았다. 그런 곳 중에 하나가 이곳 비밀의 문이 있는 효명사이다. 이 곳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이끼로 뒤덮여 마치 예전 중세시대에 지어진 문으로 시간여행을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나 안개가 끼어 있는 날은 그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2~3년 전만 해도 이 곳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았던 곳인데... 나도 어렵게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냈고, 아이들과 신나게 사진을 찍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 효명사라고 검색해서 가면 되지만, 사실 그곳에 도착해서도 이 문을 찾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그..
2020.10.24 -
가을에 멋진 오름 _ 아끈다랑쉬 그리고, 다랑쉬
제주의 바다도 좋지만, 진정한 제주는 오름을 갔을 때,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각 오름이 주는 충격적이고, 아름답다. 처음 올라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의 오름들을 다 올라가겠노라 목표로 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내 주변 지인들도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360여 개나 되는 오름을 어느 세월에... 어느새 나의 목표들은 희망사항으로 바뀌고, 조용히 가까운 오름을 산책 삼아 가끔씩 가볼 뿐이다. 자주 가는 오름 중에 하나이며, 아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오름 중에 하나가 아끈다랑쉬오름이다. 다랑쉬와 아끈다랑쉬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오름인데, 느낌적으로 알 수 있듯이 다랑쉬는 엄마 오름같이 크고 높으며, 마주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작고, 앙증맞다. 처음 다랑쉬오..
2020.10.23 -
가을엔 따라비오름이 좋다
제주는 가을이 참 좋다. 곳곳에 억새들이 피어있고, 바람에 살랑살랑 거리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그래서 가을 오름은 정말 꼭 가보면 좋다. 제주에 와서 처음 오름에 올랐을 때,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곳을 왜 여태 몰랐을까 생각했고, 제주에 살면서는 오름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었다. 5~6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제주 하면 바다만 생각했고, 해안도로 위주로 여행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정한 제주를 즐기고 싶다면 바로 오름을 올라가봐야 한다. 오름에 오름!! 하지만 몇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은 오히려 오름들이 많이 망가지고 너무 안타깝다. 정상 부분 보수를 하거나 휴식년에 들어가는 오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어쨌든, 가을 오름의 명소 중 하나가 따라비 ..
2020.10.17 -
올레1코스를 걷다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2015년 3월에 입도해 처음으로 올레길 1코스를 걸었다. 그간 오름은 그래도 자주 갔다고 생각하는데, 올레길은 생각처럼 쉽게 걸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15~20km 정도 되는 올레길을 걷는다는 게, 시간을 좀 넉넉히 잡아야 하는데, 다둥이 아이들을 떼어 놓고 그렇게 다닌다는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만 5년 만에 첫 올레길을 나섰다. 올레길의 시작은 시흥초등학교. 집에서 불과 10분 정도 밖에 안 떨어진 곳인데, 여기를 그렇게 오기가 힘들었다니... 올레길을 걷자 마음 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올레길 여권을 구입했다. 올레1코스에 있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2만원. 굳이 살 필요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럴 필요 없다. 하지만 걸어 다니면서 시..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