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3. 15:59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제주 카페 공백이라는 곳에서
흥미로운 사진전이 있어
아내와 함께 다녀왔어요.
그 사진전은 바로
오! 라이카 2020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애프터 더 레인보우
(O! LEICA
LEICA OSKAR BARNACK AWARD
AFTER THE RAINBOW)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이하 LOBA)는
매년 라이카 카메라 글로벌에서 진행하는
국제적인 사진상이라고 해요.
카페 공백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데,
방탄소년단의 슈가 형이 운영하는
카페로도 잘 알려진 카페라고 해요.
입구에서 봤을 때는
별 특색 없는 일반 건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그 생각이
완전 틀렸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카페 공백엔 우선 주차장이 없고,
카페 공백 길 건너편에 공용주차장이 있으니,
저처럼 앞에서 헤매지 마시고,
공용주차장으로 가서 편하게 주차하세요.
저희는 가기 전에 사전 예약을
하고 갔는데, 현장 접수도 되었어요.
라이카코리아 홈페이지에서
금방 하실 수 있어요.
요즘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현장 접수로도
보시는 데는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능하시면
사전예약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www.leica-store.co.kr/exhibition/exhibition.asp
카페 공백에 들어서는 순간
확 트인 바다 뷰가 너무 시원했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멋진 구름들이
하늘을 장식하고는 있었지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너무 춥긴 했어요.
카페 들어가기 전에 바다 쪽으로 가서
뷰를 봤는데, 왼편에 창고 같은 건물이
보이더라구요.
과연 저 건물은 어떻게 활용되었을지
너무 궁금했답니다.
나중에 LOBA 전시를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저 창고 같은 건물에서도 사진 전시를 볼 수 있었어요.
전시관 B였답니다.
드디어 카페 공백 안으로
들어가서 사전 예약을 하고 왔다고 하니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전시관으로 가라고 알려주었어요.
하지만 배도 좀 고프고 해서
우선 커피랑 빵을 주문했어요.
근데, 가격이 가장 싼 아메리카노가 7,000원.
태어나서 가장 비싼 커피를 마신 것 같아요.
갤러리 공간에 대한 입장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 대신에
1인 1음료를 기본으로 하고,
그래서 가격이 좀 있나 했습니다.
참고하세요.
커피와 빵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헉! 근데 자리가....
그냥 저렇게 빨간 벤치만 있었어요.
벤치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보며
먹는 그런 컨셉이었어요.
좀 불편하긴 했지만,
바깥 풍경을 보면서 먹는 게
나쁘지는 않았답니다.
커피하고 빵 맛도 훌륭했어요.
저와 아내의 입맛에는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배를 든든히 하고 전시장으로
향했어요.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전시장으로 가는 길 안 쪽으로
스티파를 심어서
제주의 바람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 주더라구요.
아름다운 산책로를 돌아
전시장 입구로 들어갔어요.
전시장 입구에서 사전예약을
확인하고 나서 전시관을 둘러
볼 수 있었어요.
입장할 때,
핸디 크로퍼도 함께 줬어요.
전시장 안의 공간들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이 공간들에 LOBA에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이번 LOBA의 부제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무지개가 걷혔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현재 보기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를 바라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주에도,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많은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들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힘든 곳에서
힘들게 싸워온 분들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데...
너무 시대정신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돼요.
물론 저도 제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으면, 그렇게 앞에 나서서 싸우진 않겠지만...
어쩔 때는 그냥 누리기만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A 전시장 오른편에는 올해 뉴커머로 선정된
곤살로 폰세카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곤살로 폰세카는 리스본 출생이지만
포르투갈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뉴커머 상은 30세 이하의 젊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라고 해요.
곤살로 폰세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몰리는
리스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어요.
곤살로 폰세카 외에도
올해 뉴커머 파이널 리스트에 오른
다른 4 작가의 작품들도
영상으로 담겨 전시되고 있었어요.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들의
메시지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사진에서 느껴지는 고통들은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어요.
뉴커머의 작품들이 전시된 반대쪽에도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답니다.
제가 작품과 작가에 대해 일일이
설명드리는 것보다
가서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을 줄일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기도 하고,
사진이 전해 주는 이야기를
제가 말로 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잖아요. ^^;
전시장 A의 작품들을 다 감상하고
전시장 B로 향했어요.
전시장 B로 향하는 공간도
정말 색다르고 멋졌어요.
보라색 조명과
건물 안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
그리고, 이 공간들 안에도
멋진 작품들이 어우러져
전시가 되어 있었어요.
이 공간에는 라그나 악셀손의
북극의 영웅: 세계가 녹고 있다는 주제로
전시가 되고 있었어요.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고 있는 영웅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여기서 영웅들은 북극에서 살던 사람들과
썰매개들을 뜻한다고 해요.
이번 LOBA 2020에는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한
성남훈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성남훈 작가는 붉은 섬이라는
주제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담았어요.
성남훈 작가는 이 사진들을
독특한 방법을 통해서 구현을 했는데,
4X5 대형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은 뒤
현상이 되는 2~3분의 시간 동안
찍은 사진을 나무나 바위 밑에 두고 손상을 시킨 뒤
그 손상된 사진을 스캔해서 사진을 완성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성남훈 작가의 사진에서는
제주 4.3 사건으로 상처 받은 여러
이야기들이 온전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저는 성남훈 작가의 사진들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고
제일 좋은 작품이었어요.
성남훈 작가의 사진을 보고
바로 전시관 B에 입장을 했어요.
전시관 B에는 이번 LOBA 2020 본상 수상작인
루카 로카텔리의 미래 연구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루카 로카텔리는 주로 에너지 변환이나
식량 생산에 관한 것으로
주로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장소를 담고 있었어요.
로카텔리는 인류의 항구적 성장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지금, 미래에 대한 우리의 태도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며, 자연과 기술에 대한
냉정한 토론을 촉구하기 위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좋은 작품들을 보기는 쉽지 않았어요.
물론 SNS를 통해서 여러 작품들을
보고 감탄하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여러 작가들이 바라보는
현재의 고통들을 함께 나눈 것은 처음이네요.
또한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성남훈 작가처럼,
또 다른 창조적인 행위를 통해서
더욱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이쁜 작품을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은
약간은 실망하실 수 있지만,
카페 공백이 주는 공간의 감성과
사진들에 담긴 메시지들을
천천히 감상하신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곳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충분히 가볼만한 곳이네요.
전시는 2021년 1월 17일까지이니,
기간은 얼마 안 남았네요.
제주에서 LOBA 2020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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