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4. 20:51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그동안 블로그 권태기를 느끼고
있었나 봐요.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머리가 복잡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기도 했구요~
이래저래 심란하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와서
다들 충분히 즐기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눈 덕분에 잘 쉬고,
눈 구경 너무 잘한 것 같아요.
제주에 와서 2016년 1월, 2018년 1월
큰 눈을 겪었던 적이 있어서,
사실 작년에도 큰 눈이 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1년 늦은 2021년 1월 이렇게 기다리던 눈이 왔어요.
서울은 보니까 눈 때문에
도시가 마비될 정도였던데,
고생 하시진 않았나 모르겠어요.
지난번에도 눈썰매 다녀온 글을
썼었는데, 벌써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
가서 타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좀 더 넓고 긴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어요.
원래는 제가 스노우보드를 좋아해서,
눈이 많이 오면 여기서 스노우보드를
타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뒀던 곳이 있었는데,
이번 폭설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침 대충 먹고,
아내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스노우보드를 타러 가려는데,
웬일로 이 날도 저의 사랑하는
쌍둥이들이 함께 가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안돌오름, 밧돌오름 갔을 때의
오름탐험대가 다시 나서게 되었어요.
이번엔 눈썰매 탐험대로~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46?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2년 전에 산 몸에 맞지 않는 스키복을
겨우 챙겨 입으면서,
만발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어요.
집에 나서자마자 엄청 쌓여있는 눈 위에
아이들은 주저 없이 뒹굴기 시작해요.
오늘도 천사 두 명이 저와 함께 해 주네요.
천사 놀이를 간단하게 마치고
차를 타고 모험을 떠났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오름인데,
오름 바로 앞에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지만,
눈이 많이 와서 괜히 가지고 올라갔다가
낭패를 당할까 봐
큰길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기로 했어요.
사실은 차를 몰고 올라가다가
아무도 가지 않아 다시 차를 돌려서
나왔어요. 무서워서...ㅜㅜ
오름까지는 2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였고, 오르막에 눈까지 쌓인
길을 천사 둘과 같이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뭐 가다가 안 되면 그냥 돌아오는 걸로 하고
아이들은 눈썰매를 하나씩,
저는 스노우보드 부츠를 신고,
스노우보드를 들고 출발을 했습니다.
한 10분 걸었나?
아이들이 벌써부터 지친 것
같았어요.
"아빠 얼마나 가야 해?"
"한 30분쯤"
조금 더 가서 또 물어보고,
또 또 물어봅니다.
조금 쉬고, 다시 또 걷고,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경사가 되면,
엉덩이에 깔고 한 번씩 앉아서 타보기도 하고...
그렇게 힘든 길을 아이들은 걸었어요~
아이들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처럼 재밌게 눈썰매를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맘 속으로는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40분 정도 그렇게 걸었나,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 가족이 와서 놀고 있더라구요.
4륜 구동 트럭을 타고,
우리가 걸오온 곳을 쉽게 온 것 같아요.
너무 부러웠어요.
그 가족들은 저희들의 등장에
약간 놀라는 것 같기도 했어요.
무식하게 걸어와서 그런가?
어쨌든 아이들도 다른 가족에
약간 당황했어요.
우리는 그 가족이 놀고 있는 언덕이 아닌
다른 언덕에서 타는 것으로 하고
다시 오름을 올랐어요.
아이들도 탈 곳까지 올라오자마자
주저 없이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어요.
눈썰매장이 긴 만큼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오르락내리락 재밌게 놀았습니다.
지나가던 올레꾼 부부도 너무
재밌게 보시길래,
썰매를 빌려드리고 타시라고 했더니,
정말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타셨어요.
저도 힘들게 들고 간 스노우보드를
한번 시도해 봤어요.
근데 생각보다 눈이 다져지지 않아서
억새에 걸려 보드가 넘어지더라구요.
한 두 번 타보고 안 되겠다 싶어
그만두고, 저도 아이들과 눈썰매를 탔어요.
그래도 평소 꿈꾸던 스노우보드를
오름에서 타 보긴 했네요.
다음에 폭설이 오면,
염두에 둔 다음 스팟으로
가봐야겠네요.
눈썰매로 지친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래고
저희는 오름 정상으로 올라갔어요.
아이들도 눈썰매를, 저는 보드를 들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역시 눈으로 덮인 또 다른 제주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어요.
이 와 중에 또 제주 제2공항이 생기면,
이 아름다운 풍경에
비행기가 오고 가고,
소음으로 가득할 것을 상상하게 되네요.
제발 제주도민들이 제주를 제주답게
지키는데 곧 있을 여론조사에
반대로서 힘을 보태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릴게요.
아름다운 정상뷰를 감상하고
각자 자신들의 장비를 타고
다시 눈썰매장으로 내려갔어요.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더니,
배가 너무 고프더라구요.
뭐라도 좀 사 올걸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이들은 배고픈 줄도 모르고
더 타고 싶어 했지만,
더 놀면 아이들도 저도 차 있는 곳까지
못 돌아갈까 힘이 좀 있을 때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쌍둥이들이
저의 보드를 타고 내려가기로~
내려갈 때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내리막이니까, 눈썰매를 타면서 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 다독였는데...
날이 푹해서 눈들이 무겁더라구요.
그래서 경사가 있어도 눈썰매가 잘 나가지
않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올라갈 때만 해도,
이 길들을 잘 타고 내려올 거라 기대했었는데...
어쨌든 힘든 길을 아이들이
무사히 잘 걸어서 내려와 주었어요.
제가 부츠를 갈아 신는 동안,
아이들은 힘이 남았는지,
차 위에 쌓인 눈까지 치워 줬답니다.
이날도 이렇게 눈썰매로 하루를
근사하게 잘 보냈네요.
그렇게 놀았던 것이 불과 4일 전인데,
저희 집 근처에 눈은 진작에 다 녹았네요.
다시 또 큰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너무 큰 욕심이겠죠?
다시 2년을 기다리면
또 큰 눈이 올 거라 기대해 봅니다.
다들 추운 겨울 뜨뜻하게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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