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5일 제2공항 도민이 결정한다 도민대회에서 발언하다

2023. 6. 6. 12:01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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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에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와 주민투표 실시 촉구를 위한 도민대회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때 영광스럽게도 제게 성산읍민으로써, 제주제2공항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 부담되는 자리이긴 했지만, 제가 수산리에 자리 잡고 아이들과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흔쾌히 발표하겠다고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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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3년 4월 15일에 참석하여 아래와 같은 발표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고 있는 네아이의 아빠입니다. 처음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 나와서 발표를 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이 소중한 시간에 무슨 말씀을 어떻게 드리는 것이 좋을까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들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저는 제주도민이 된 지 9년이 되었습니다. 제주 오기 전 서울에서 매일 바쁘게 일만 하다가 그 와중에 아이는 넷까지 낳았습니다. 밤낮으로 정말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문득 우리 가족과 제가 잘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이 제주도였습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만 해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자리 잡은 마을은 성산읍 수산리입니다. 아름다운 수산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락은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상상해 오던 고향같이 포근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아침부터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가면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가 있어 언제든지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주분들은 육지것들에게 텃세를 부린다고 해서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귤이며, 감자며, 어떨 때는 말고기까지 누군가 말없이 문 앞에 놓고 가셔서 당황스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통도 크십니다. 최소 컨테이너 한 상자에 가득 담아 놓고 가세요. 내가 놓고 간다라는 메모나 문자라도 남겨주시지, 누가 주셨는지 알아내느라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어찌 됐든 지금은 정말 마을 어르신들과 형님동생들이 가족 같이 너무 의지되고 든든합니다. 이 공동체 안에 저희 가족이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고 제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지 않는다면 저도 제 아이들도 이 행복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겠죠. 하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환경부가 한통속이 되어 기어이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할 수 밖에 없는 제주 제2공항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제주 제2공항이 생긴다면 저희 집 머리 위로 포악하게 지나다니는 비행기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겠지요. 


저를 포근히 안아준 수산리가 제주 제2공항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만 하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제주 제2공항이 마구잡이로 추진되는 이 현실이 저도 이렇게 당황스럽고 힘이 드는데, 마을어르신들은 그 상실감과 분노가 얼마나 크실까 걱정도 됩니다. 

제주제2공항 건설이 저희 성산읍내 있는 일부 마을에만 닥칠 재앙이 아니라는 사실은 여기 계신 대부분의 분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름, 숨골, 용암 동굴 등 제주만이 가지고 있고,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조류 충돌 위험 등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 안전상의 문제, 그리고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 군사공항 가능성까지 너무도 많은 우려 속에서도 제주제2공항이 강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2015년 제주제2공항 발표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확인은 커녕 축소 은폐하고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인데, 성산지역은 제주도 내에서도 대표적인 물부족 지역인데, 여기에 공항이 생기면 하루 3,000톤이나 되는 물을 공항 운영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삼다수가 하루 4,500톤 정도의 물을 취수해 생수를 생한하고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도 제주 식수난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겨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만약 제주 제2공항이 생기고, 배후도시까지 조성된다면 여기서 소비되는 물의 양은 4,500만 톤 이상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 물들은 당연히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지하수가 줄게 되면 지하수가 있던 자리에 해수가 유입되어 식수로서의 사용 가능한 지하수의 양이 더 줄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제제지역내에서도 많은 용암동굴과 숨골이 분포되어 있는 제주 제2공항 후보지가 시멘트로 메꿔지게 된다면 비가 와도 빗물이 땅 속에 스며들어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 가 성산지역의 지하수의 고갈은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결국 제주 도민들은 더 심각한 식수난에 허덕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제주제2공항 건설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생존권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들어도 심각하게 걱정되는데, 왜 국토부와 환경부는 이런 문제들을 그냥 가볍게 넘어가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제주도를 망치고 제주도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주제2공항건설에 대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점 재검토와 백지화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아름다운 지금의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근하게 안아준 아름다운 마을 수산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오늘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굳이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제주제2공항으로부터 우리의 제주를 지키고 싶으신 나름의 이유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9년 동안 정말 많이들 애써오셨습니다. 많이 지치고 짜증도 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간다면 반듯이 제주 제2공항 백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말씀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저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는 발표하고 단상을 내려왔습니다. 발표하는 동안에 저에게 박수쳐주시며, 웃어주신 분들이 있어 힘이 나고 즐거웠으며,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제주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는 모든 분뜰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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