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본향당과 하로산또 이야기

2020. 12. 10. 10:46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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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장님과 저녁을 같이하다가

선흘 쪽에 신당굿이 있어 낮에 잠시 다녀오셨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러시면서 수산리 신과 그쪽에 계신 신이 형제 관계이고,

제주본향당 가운데 가장 으뜸인 송당본향당의 신과는

부부 사이였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주의 신들은 너무 인간적이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랬다고 덧붙여 주셨는데,

무속신앙에 대해서 왠지 더 친근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마을의 신화나 

역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졌습니다.

 

우리 마을 수산리에는 

아주 큰 본향당이 있어요.

 

이 본향당은 2005년 4월 6일에 제주도 민속자료 제9-4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수산본향당 입구에 제주 문화자료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있어요

 

제주도의 대부분의 부락에는 본향당이 있는데요, 

민간 신앙인 무속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산리에는 '올뤠 모루 하로산당' 이라고 불리는 본향당이 있는데

이 곳에서 마을의 수호신인 당신 하로산또(‘하로산’은 한라산을 의미하며,

‘또’는 남성 신격을 의미하는 존칭접미사라고 하네요)을 모시고 있습니다.

 

수산리 본향당은 원래 수산리 서쪽에 있는

당도왓이라는 곳에 옮겨왔다가  

다시 당집목이라는 곳으로 옮겼으나, 

1901년 성교난(천주교의 교세 확장과 정부의 조세 수탈 등이

원인이 되었던 이재수의 난) 당시 난군들에 의해서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현 위치에 재건되었으며,

나무로 만든 목신도 이때 다시 모셔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본향당을 보면 

기대했던 모습과 달라 많이들 실망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살짝...

 

수산 본향당이 제주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지고,

그 옆에는 커다란 당목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겠지만,

아주 심플한 시멘트로 지어진 본향당이기 때문입니다.

 

귤밭 사이로 보이는 본향당의 모습

 

시멘트로 지어진 본향당은 처음이시죠?

 

 본향당에는 당에 소속된 무당(당심방)이 있고,

제사 지내는 날이 되면 

당심방이 주문과 기도를

마을 분들과 함께 이 곳에서 드리게 됩니다.

 

본향당의 제사일은 정월 초이일 신과세제, 정월 십오일 영등제,

이월 십삼일 영등송별제, 칠월 칠일 백중마부림제, 

십일월 십사일 시만곡대제가 있습니다.

 

이 때는 집안의 안녕과 자식들의 출세, 사업의 번창과

영농의 풍요를 위해, 수산1리, 수산2리 뿐만 아니라, 고성, 오조, 성산, 심지어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도 이 곳을 찾아 함께 기도한다고 해요.

 

그 전에는 난산, 신양, 시흥리까지 포함해서 8개 마을 

여성들이 모여 당제를 지냈고, 

그렇기에 제주에서 가장 큰 당제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앞서 여기 수산본향당에는 하로산또라는 신을 모신다고 했는데,

하로산또는 송당 계통의 신으로 전승되기도 하고

독자적인 한라산 계통의 신으로

한라산 서남 어깨에서 솟아난 설문대할망의 9형제 가운데 맏이가

이곳 수산리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도 전승되고 있어요. 

 

어느 이야기가 더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네 분들은 송당에서 모시는 신 다음으로

수산에서 모시는 신이 세다고 믿고 계세요.

 

본향당에는 목신이 두 분이 모셔져 있는데, 

시멘트로 된 2단 제단 뒤로 벽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고,

그 앞에 신상 2개를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나무 인형은 목이 없는데,

좌측에는 빨간색 남자 한복을 입힌 인형이,

우측에는 초록색 여자 한복을 입힌 인형이 있습니다.

 

본향당 목신의 모습 [제주당굿 기록](6)수산본향당 과세문안(http://www.ihalla.com/read.php3?aid=1363186800425572268) 기사 사진 인용

 

 신상의 목이 모두 잘려 머리 부분은 훼손된 상태인 이유는

1970년대 마을 청년이 장난으로 나무인형의 목을

부려뜨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너무 허무한 이야기예요. 

장난으로 신상의 머리를 부러뜨리다니요...

 

그리고, 이 젊은이는 급사했다고 해요.

좀 무섭기도 하지만, 

신을 모독했으니 당연히 천벌을 받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 동네 어르신들께

다시 한번 여쭤봐야겠네요.

 

정해진 제사일과 관계없이 수산리에서는 예전

한국전 때, 장정들이 군에 입대하여 참전하였으므로,

이들 출정 장병들의 무운장구와 무사건강을 위하여

공동으로 제물을 마련하여 기제를 올렸는데

이것이 관례가 되어

현재도 정월 초이틀 정제 후에

길일을 택해서 부락의 안녕과 자손의 건강,

출세, 진학 및 영농의 풍요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이 제사에 참여해 보지는 못 했어요.

 

사실 저는 미신을 믿지는 않고,

천주교인이에요.

 

그래도 예전부터 이어져온 마을의 관습이나

풍습들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마을의 행사이니 참석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사실 본향당은 저희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리거든요.

내년엔 참석해 볼 수 있겠죠?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주일 전부터

몸과 마음을 정갈이 해야 하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상갓집에도 다니지 않고, 죽은 동물의 모습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제에 참여한다고 해요. 

 

특히 여자분들은 흰옷을 입고 참석하는 것이 

엄격하게 지켜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어머님들은

오직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기도를 하셨을 거예요.

 

저도 참석하게 되면,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꼭 기도할 거예요.

 

이번에 수산 본향당에 대해 관심 있게 찾아보니,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보니,

많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도 제주 마을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접하면서

할머니한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점점 빠져들게 되네요. 

 

제가 알게 된 내용들을 아내에게 이야기해주니

아내도 신기해하면서 재밌다고 하네요.

 

정말 제대로 제주 마을 이야기를

가르쳐주는 곳이 있으면 배워보고 싶네요.

 

다음에 또 새로운 마을 이야기를 찾아서 공유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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