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조용한 수산리 마을 여행

2020. 12. 18. 10:27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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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일 동안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불고,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해서

몹시 추웠다.

 

아내는 "코로나 덕분에 이제 자연이

제자리를 찾는가 봐"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는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따뜻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올 해는 동백충이나, 

초파리 같은 해충이 많았다.

 

동백충은 동백나무에 있는

송충이 비슷한 벌레로 바람에 날려온 털만 스쳐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지고, 몹시 가려운 병을 옮긴다.

제주 6년 차에 밭일하다 동백충에 걸려 1달 고생하고

그 핑계로 밭을 방치하기도 했다. 

솔직히 동백충에 물려서 밭 쪽에 가는 게 무섭기도 했다.

 

어쨌든 날씨가 추워져서 다행이다. 

 

날씨는 추운 덕분에 

한라산에 3일 동안 폭설이 내려,

지금 설경이 너무 멋질 텐데...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코로나 시국이나 참기로 결정했다.

정말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ㅜㅜ

한라산 설경이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이번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한라산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아쉽기만 하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문자가 왔다. 

 

제주에 지금 코로나 가짜 뉴스도 함께 돌았는데

유포자는 금일 저녁에 고발 조치했다는 긴급재난문자까지 왔다.

가짜 뉴스 내용인 즉, 장례식장에서 70명이 확진받았다는 것.

확실한 건 제주도내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앞으로 제주로 들어오는 도민이나, 

관광객에 대해 모두 코로나 검사를 실시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다고  

어제 오전(12월 16일)에 발표했다. 

 

그래서 오늘 12월 17일부터 제주도도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제주도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는 아직 실시하지는 않고 있고,

할는지는 모르겠다. 

 

왠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다.

 

어쨌든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어디 갈 곳도 없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끝나는 대로 바로 오고 해서

모처럼 함께 마을 여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물어보니,

다들 좋아하며 같이 가자고 했다.

 

최근 마을 구석구석을 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사는 마을 수산리로 이사 온 지 6년 만에 

새롭게 알게 된 멋진 곳들이 꽤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다녀보면 어떨까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 우리 아이들이 그린 벽화도 있었지만,

아티스트들이 그린 벽화도 다 찾아보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진작에 하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수산리 마을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출처: https://ifellas.tistory.com/137?category=967564 [어쩌다 얻어걸린 제주] 

 

아이들이 직접 그린 마을 벽화

어느 주말이었다. 오후에 청년회장님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예요?” “집이요~” “뭐해요?” “그냥 있어요~” “애들은요?” “같이 있죠” “그럼 애들 데리고 리사무소 근처에 와

ifellas.tistory.com

 

킥보드랑 자전거랑 타고 가자는 것을

저렇게 뛰쳐나갈까 봐 불안해서 

그냥 걸어가자고 달래서 그렇게 걷기로 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들은 신나게 

뛰기 시작한다.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 갑자기 차 올까 걱정돼... ㅜㅜ

 

우리 집 바로 옆에 귤밭이 있고,

귤밭 주위에 방풍림으로 동백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동백꽃과 대롱대롱 열린 귤이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겨울인데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윤기 나고 생기 있는 초록잎들이

너무 보기 좋기도 하고...

 

이런 풍경이 제주 시골의

대표적인 풍경이지 않을까 잠시 생각도 해 본다.

 

동백나무와 돌담에 자리잡고 있는 덩쿨식물 사이로 보이는 탐스러운 귤

 

조금 더 걸으면, 가장 최근에 생긴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고길천 작가님께서 난산리에 이어, 

우리 마을 수산리에서 두 번째 작업을 하셨는데,

제2공항을 반대하는 마음을 담아 

그라피티 아트를 해 주신 것이다. 

 

작품 속에 비행기가 보이는데, 전투기다. 

제2공항이 군사공항이라는 의혹을 작품 속에 담으셨다. 

만약 군사공항이 포함된다면,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사공항이 아니라 민간공항이 들어설 것이고,

이로 인해 제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제주2공항에 대해 찬성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기꾼들은 제외하고...

 

아이들과 함께 그래피티 아트와 함께 

잠시 퍼포먼스 시간을 갖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제2공항 out!

 

돌창고에 고길천 작가님이 그려주신 그래피티 아트와 퐁낭이 웬지 잘 어울린다

 

아이들이 다니는 수산초등학교를 지나

수산리 노인회관 쪽으로 가다 보면

벽화들이 몇 개 더 있는데, 

아이들이 협조를 안 하는 관계로 그냥 한 컷만 찍었다. 

사실 기대도 안 했지만...

 

아까 그래피티아트와 함께 사진

찍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나팔꽃과 창고 벽에 자라는 덩굴 식물이 

창고 벽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덩굴 식물에 잎들이 붉게 단풍이 들어

분위기가 더 난다.

 

시멘트 벽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벽화와 덩쿨식물

 

나팔꽃 벽화를 지나면 곧 노인회관과 

수산1리 리사무소가 나온다. 

 

이 곳부터는 아이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선택해서 걷기로 했다. 

 

이 쪽 동네는 웃동네라고들 하시는데,

지형도 약간 높아서 길이 얕은 오르막 길이었다.

 

아이들도 새로운 길을 걸어서 그런가,

더 신나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중간에 커다란 도베르만이 집안에서

우리를 노려보며 짖는 바람에 

아이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사는 쪽보다 가구수도 많아 보이고

집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어 

같은 마을이라도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집으로 향하는 올레도 몇 군데 있었는데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골스럽고 편안한 느낌,

정감 있는 길을 여기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올레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이라는 뜻인 건 다들 아시죠?

 

실례인 줄 알지만, 

아이들과 살짝 올레도 걸어봤다.

아이들도 올레를 보고 한 목소리로

이쁜 길이라고 말한다.

 

걷다가 허름한 돌창고앞에서 잠시 쉬다가...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올레. 정말 정감있어 보이지 않나요?

 

올레도 잠깐 걸어도 보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걷다가

우리는 모두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동백꽃들.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나의 동백꽃들이 우리 마을에도 이렇게 있었다니.

 

그것도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있는 곳이었다.

자연 군락을 이룬 곳은 아니고,

동네 어르신이 심어 놓으신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여있으니, 안 이쁠 수가 없었다. 

 

동백나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오늘 만난 동백은 애기동백인 것 같다.

우리 가족 마을 여행에 맞춰 한창 피어있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동백꽃잎들이 이미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진 덕분에

더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동백나무 사이로 들어가

여기저기 걷는 동안,

내게 동백꽃 향기가 조용히 다녀간다. 

 

애기동백꽃 만나서 반가워~

 

동백숲을 거니는 아이들~

 

우리들에게 선물이 되어 준 동백이들과 

인사를 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걷다가 보니, 하늘에 까치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닌다.

까마귀가 아니고 까치?

사실 제주에 와서 까마귀는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까치가 무리지어 있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오늘 참 새로운 경험을 이래저래 많이 하는 것 같다.

 

전깃줄에 앉아 있는 까치들... 저 멀리 날아다니는 아이들은 훨씬 많았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1시간 반 정도의

마을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마을에 살면서 진작에 돌아다녔어야 했는데,

이 마을로 온 지 6년 만에 수산리라는 마을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것이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새롭게 알게 된 마을의 핫플레이스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각 계절별로 우리 마을 핫플레이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엔 시원한 퐁낭,

가을엔 억새 핀 들, 겨울엔 동백꽃...

 

봄이 되면 수산리 벚꽃 여행을 떠나는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별것 아닌 여행이었지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박한 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가들 추운데,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지난 주에 문인들이 시를 썼던 귤창고를 지나 집으로~ 마을 여행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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