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수동 필름 카메라 Nikon FE2

2020. 12. 20. 20:07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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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사진을 잘 찍고 싶었다.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

 

'어떻게 해야 이 멋진 풍경을 보고 느낀 감동을

그대로 사진 속에 담아서 간직할 수 있을까...'

 

'이 순간들을 잘 담아서 간직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찍어도 그 감동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뭐 그렇다고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책 한두권 사서 대충 훑어본 정도...

 

어떻게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내 마음에 드는

얻어걸려주는 사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사진기에 관련해서 잊을 수 없는

정말 아쉬운 추억도 하나 있다.

예전에 무리해서 캐나다 여행을 갔었는데,

세계 3대 스키장 중 하나인 휘슬러블랙콤이라는

스키장에서 2박 3일 지냈던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정말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멋진 광경을 보고

그 광경을 오랫동안 두고 보기 위해 

사진도 열심히 찍었는데,

집으로 오면서 밴쿠버 공항에서 사진기를

분실했던 것이다. 

 

그 때 사진기보다,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한 곳에서 찍었던

필름만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밴쿠버 공항에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의도 해 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다. 

 

지금도 그때 그 일만 생각하면 

인생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를 잊은 것 같이

너무 아쉽다. 

 

그 이후에는 사진 찍는 것에 특별히 관심 두지 않았다.

사진은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나 찍는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도 있고, 

내가 사진 찍히는 것도 싫었던 이유도 있다.

 

사진을 찍으면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물론 본판 불변의 법칙이 맞긴 하지만,

난 정말 사진발 안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위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사진기만 가져다대면, 

그나마 별루인 얼굴이 바로 굳어버린다.

나란 사람은 참 어색한 사람이다. 

 

어쨌든 그러던 내가 마음먹고 처음

내 의지대로 장만했던 카메라가 

바로 DSLR이었는데, 캐논 350D였다.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밀린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사진기를 많이 들고 다니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진기만 들고 다녔더니, 

지금 보면 초점이 죄다 안 맞는 사진이 많다. 

 

그것도 참으로 아까운 일이었다.

좋은 추억들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으나,

DSLR 사용이 서툴다 보니, 

사진이 제대로 나온 것이다.

 

그냥 자동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찍을껄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생각하면, 여행 다닐 땐

간단하게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최고인 것 같다.

뭐 요즘은 워낙에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좋으니까...

 

어쨌든,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진을 

잘 찍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살고 있다.

 

제주에 와서는 그래도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았다.

제주 자연과 아이들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었는데, 

운 좋게 한 자동차 회사에서 그 사진들을 마음에 들어해서

내가 찍은 사진들이 그 회사 인스타그램 컨텐츠로 제공해

돈도 벌 기회도 가졌었다.

 

그러다, 아날로그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졌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길래

아이들용 자동 필름 카메라를 하나 사주려다가

카메라 쥔장이 찍은 사진을 보고,

필름 카메라가 주는 감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2년 전에 수동 카메라를 

처음 구매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아이가 Nikon FE2.

많은 사람들이 수동 카메라의 명기로

Nikon FM2를 많이 꼽는데, 

난 FM2(1982년부터 2001년까지 제조)와 동시대에 판매되었던 모델인

FE2(1983년부터 1987년까지 제조)를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나의 첫 필름카메라 Nikon FE2

 

솔직히 수동 필름 카메라에 대해서 

어떤 지식을 가지고 사러 간 것이 아니었고

단순히 자동이 아닌 수동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Nikon FE2를 보게 되는 순간,

클래식 사진기 다운 첫인상에 끌렸다.

 

그렇게 첫 만남에 집으로 오게 되었고,

천천히 사진기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Nikon FE2와 Nikon FM2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동으로 조리개 우선 모드(Av)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이다. 

 

Nikon FE2는 셔터스피드를 자동으로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고, 

Nikon FM2는 완전 수동 방식으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셔터 속도 다이얼에 A모드가 있는데,

이렇게 설정을 하면 자동으로 셔터 속도가 

설정되어 찍을 수 있다.

 

그 외 FM2와 FE2는 비슷한 외관과

조작방법도 큰 차이가 없다.

 

셔터속도 A모드로 설정하면 셔터스피드가 자동으로 설정된다

 

어떻게 보면 Nikon FE2는 완전 수동이 아니라

반자동모드가 가미된 카메라여서 

나 같은 필름 카메라 입문자들에게

FM2보다 더 알맞은 카메라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건 사실 카메라가 보여주는 결과물에 

대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찍은 결과물을 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느낌을 말씀드린다면...

 

우선 색감은 강조되어야 하는 색감이 

잘 표현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강조가 되는 만큼

불필요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알아서 약하게 표현된다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

그 결과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해야 하나?

 

요즘 DSLR 사진기들은 사진을 찍으면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는데,

필름 카메라로 찍었을 때는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색감 표현이 강조되어 표현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것을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후지카메라나, 라이카, 캐논 등 카메라 브랜드마다

사진 결과물에 대한 그들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화질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물론 전문가용은 틀리겠지만, 

비슷한 기준으로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한다면 

화질이 떨어진다.

 

사진으로 인화했을 때, 

화질이 거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거친 매력이 나는 더 좋다. 

 

어쩔 땐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사진이

더 완벽해 보인다고 하면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렇게 거친 사진 덕분에

어쩔 때는 수채화로 그린 그림 같이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고래와 쌍둥이

 

렌즈구름과 한라산

 

해무와 풍력발전기

 

등대를 도는 아이들

 

노을과 우도, 지미봉

 

유채꽃

 

용눈이오름, 말

 

카이트서핑

 

하얀 배

 

 필름의 브랜드에 따라

강조되는 색감에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겠다.

 

다만 나는 후지필름으로 찍고

현상 스캔을 노리츠로 했을 때 결과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멋진 사진으로

내게 돌아왔을 때는 정말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사진을 찍은 순간부터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림과 설렘 

모드로 들어간다.

 

한편으로는 빨리 필름 한롤을 채워서 

현상하고 싶지만,

필름은 한번 찍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한컷 한컷 신중하게 찍어서 

채워나갈 수밖에 없다. 

 

요즘 시대에는 설렘의 시간을 

길게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혼가 뒤쳐져서 천천히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확실한 건 이렇게 기다린 만큼

돌아오는 행복은 더 크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어쩌다 얻어걸린 필름카메라

Nikon FE2 덕분에 

제주살이에 행복을 더하게 된 것 같다.

 

코로나 19이다 보니, 

몸을 사리고 조심할 수밖에 없어

내가 아끼는 카메라를 소개하게 되었네요.

 

다들 코로나-19 조심하시고,

내일 건강하고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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