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2. 23:57ㆍ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
코로나 19로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슬슬 글 쓰는 것도 컨텐츠가 동이 나고 있다.
이제 매일 쓰는 걸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예전 사진첩을 보다가
딸 아이와 단둘이 홍콩, 마카오 여행을
간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을 보니, 그때 생각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딸 아이의 10살을 기념한다는 핑계를 대고
합벅적으로 아내의 허락을 받고 여행을 갔던 것이다.
아내와 둘이 가라고 했던 것도 같은데,
여차 저차 해서 내가 갔다.
솔직히 내가 가고 싶기도 했고....
이왕이면 멀리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가면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좀 가까운 곳을 고르다 보니
홍콩으로 결정하게 됐다.
홍콩에는 디즈니랜드도 있고 해서 딸아이와
같이 가면 좋겠다 싶기도 했는데,
이유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디즈니랜드는 결국 포기하고
홍콩과 마카오를 5박 7일 동안 다녀왔다.
대충 일정을 짜고,
제주에서 홍콩으로 가는 직항이 있어
그 비행기로 가기로 했다.
이 때가 11월이었는데,
정말 가볍게 옷차림하고 옷도 단출하게
챙겨서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워낙에 아빠를 잘 따르던 아이여서
함께 어디 가는 것에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오름 가자고 해도 안 가고...ㅜㅜ
점점 딸과 거리감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네요.
그게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안 당연하고 싶어요.
제주에서 홍콩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정도 걸렸어요.
그동안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빌린 홍콩 여행책을 주고
가보고 싶은 곳 있으면 이야기해 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몇 군데 골라 주더라고요.
비행기에서 내려서 우선 제주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던 숙소로 갔어요.
숙소까지는 고속 기차와 전철을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제주에서 1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는데,
침사추이에 잡은 숙소에 도착하니,
날이 벌써 컴컴해졌더라고요.
침사추이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허걱! 홍콩 영화에서 복도도 좁은 칙칙한 빌딩에 있는
작은 호텔이었지 뭐예요.
아이와 함께 가는데,
가성비 생각해서 싼 곳 위주로 찾다 보니
너무 무서운 곳에 있는,
칙칙한 호텔을 아무 생각 없이 예약했던 겁니다.
이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아이는 이미 지치고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가서 밥도 먹고
좀 돌아다니다 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숙소에서 막 나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실 저도 집에 가고 싶긴 했어요.
저도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군대 다녀온 이후로는 집 밖에서 자면,
왠지 불안해지더라고요.
군대 가기 전엔 집에 들어오라고 해도
친구집 전전하며 밖에서 놀고 자고 했었는데...
그래도, 아이를 잘 달래고,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가고 싶다던,
헬로키티 딤섬집에 가자고 꼬셔서 나갔어요.
아이가 울 땐 정말 어쩌나 싶더라고요.
내일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아직 6일이나 남았는데...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갈 수 있을까...
별 걱정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ㅜㅜ
어찌어찌해서 홍콩 영화 속에 나오는
전형적인 시장거리를 지나
헬로키티 딤섬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이쁜 딤섬들을 시켜서 먹었어요~
맛은요?
정말 별로였지만,
아이가 그래도 좋아하고,
기분도 좀 풀어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거면 됐죠~
일단 배를 채우고,
침사추이에 왔으니, 안 볼 수 없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저녁 8시가 되면 성대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시작되면
바다 건너편 빅토리아 하버 쪽에 있는
46개의 고층 건물들에서 수많은 조명과 LED스크린,
그리고 레이저가 쏘아지면서 10분 동안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명 쇼이다.
이 쇼는 2004년에 홍콩관광진흥청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많은 건물주들을 잘 규합해서
이렇게 조화롭고 멋진 쇼를 펼치려고 생각을 해 냈는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행히 아이도, 이제 조금 여행에 대해서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첫째 날부터, 많은 걸음을 걷고
마음고생을 한 아이는 이미 너무 지쳐 보여
일찍 숙소로 들어가 쉬기로 했다.
아이와 이렇게 홍콩 여행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쓰면서 그때 추억을 다시 끄집어 내니,
절로 웃음 짓게 되네요.
오늘은 첫째 날 이야기로 급 마무리해야겠어요.
12시가 얼마 안 남은 관계로~
이렇게 오늘 마감도 겨우 마치게 되네요.
내일도 코로나 19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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