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 유민미술관을 다녀오고...

2024. 11. 1. 11:41어쩌다 얻어걸린 제주에서/제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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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근처에 살다 보니, 산책하기 좋은 곳 중에 하나가 섭지코지입니다. 특별히 입장료가 필요하거나 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이곳 섭지코지에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즉 유민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뒤늦게 유민미술관에 가 보았습니다. 유민미술관이 어떤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은 어떤 곳인가?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유민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건축물입니다. 섭지코지에 가게 되면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두 곳이 있는데, 방두포등대와 글라스하우스 입니다. 유민박물관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저게 뭐지? 하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유민박물관이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고, 그냥 기다란 벽이 세워져 있다는 느낌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유민박물관과 글라스하우스 이 두 곳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글라스하우스 야경 앞에선 저의 두 딸

 

처음 유민미술관은 지니어스로사이라고 불렸습니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Genius Loci는 라틴어로 '대지의 신' 또는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본래 2008년 지니어스 로사이가 완공되었을 때는 명상센터로 설계되었으나, 2017년에 유리공예품 컬렉션이 상설 전시되면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으로 재개관되었습니다. 


안도타다오의 건축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하면, 그의 작품들은 건축물과 자연을 조화롭게 연출함으로써 자연과의 교감 또는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또한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건축물의 시초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그의 미니멀리즘 한 건축 철학과 함께 그 공간에 스며드는 빛을 활용해 인상적인 공간으로 재창조시켜 빛의 건축가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박물관을 직접 방문한 느낌 역시 안도 타다오만의 건축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의 유래는?

유민과 아르누보는 어떤 의미인가? 유민박물관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확한 명칭은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르누보, Art Nouveau는 프랑스어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과 유럽에 유행했던 예술 사조라고 합니다. 


아르누보의 뜻은 본래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인데, 특별할 것이라 할 수 없는 꽃, 돌, 동물, 해조류, 특히 식물 덩굴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장식적인 곡선을 많이 사용해서 작품을 디자인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유겐트 양식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에서 유민은 전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호입니다. 유민(維民) 홍진기 회장은 1917년에 태어나서 1986년에 사망했는데, 홍진기 회장은 생전에 프랑스 아르누보의 예술 사조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낭시 지역의 유리공예 작품들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안에 그의 수집품들이 전시되면서 이와 같이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이라고 명명됩니다. 이곳에는 에밀 갈레와 돔, 르네 랄리크, 외젠 미셀 등의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대 법대 안에도 유민홀이 있는데, 역시나 홍진기 회장의 호를 따서 명명했다고 합니다. 유민홀은 몇년전 홍진기 회장의 역사적 문제로 폐쇄 촉구 등의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안도 타다오는 누구?

안도 타다오는 일본의 건축가로서 1941년 생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복싱을 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이후 본인이 복싱선수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건설현장에서도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의 작품을 보고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지금의 명성까지 얻게 된 건축가입니다. 르 꼬르뷔지에는 프랑스의 롱샹 성당(Ronchamp)으로 잘 알려져 있는 Chapelle Nortre-Dame-du-Haut를 건축한 건축가입니다. 

롱샹 성당은 20세기 최고의 건축물이라 여겨지고 있으며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기존 성당의 이미지를 깬, 모던하면서도 미니멀리즘 한 성당의 외관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성당 내부에서 보면 다양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향연으로 성당이 더욱 성스럽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건축과들과 여행자들이 이곳 롱샹 성당을 통해서 감동과 많은 영감을 얻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카톨릭신문에서 발췌한 사진 관련링크: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1704040187165



안도 타다오는 이런 건축물을 창조하는 르 꼬르뷔지에게 깊은 영감을 받고, 빛을 이용해서 멋진 건축물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길로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들도 빛의 건축이라 일컬어지게 된 듯 합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들도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미니멀리즘 한 건축물이 자연의 공간 안에 잘 스며들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그의 이렇게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아 건축계에서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까지 수상했습니다. 

놀랍게도 국내에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들이 꽤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건물축물을 소개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 성산일출봉 근처 섭지코지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와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그리고 본태박물관이 있으며, 서울에 엘지아트센터 마곡지구, 경기도 여주시에 마음의 교회, 그리고 강원도 원주시에 뮤지엄 산이 그의 건축물입니다. 
그 외에도 한화인재경영원, 페럼클럽 등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탐방기  

유민 아르누보 미술관을 마주하게 되면, 큰 장벽만이 있어 과연 안에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매표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연못 정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풀들이 현무암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모습 자체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연못은 한라산의 백록담을 모티브로 조성했다고 합니다.


그 정원을 왼편으로 두고 길을 따라 갑니다. 현무암 판석으로 깔아 놓은 길과 그 옆에 현무암 돌들이 흩트려져 있고, 저 멀리 현무암을 쌓은 벽과 그 가운데로 문이 보입니다.  돌 길 옆에는 다시 콘크리트 벽으로 만든 공간이 있고 그 안에서 억새가 자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길은 본래 제주에 많은 돌, 여인, 그리고 바람을 주제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바람과 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나, 여인은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오른편에 보이던 봉긋한 동산이 여인을 상징했나 혼자 여러 가지 상상도 해 봅니다.

유민미술관이 처음에는 명상 센터를 목적으로 만들었던 지니어스 로사이인 만큼 유민미술관의 정원 풍경은 나의 마음을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말없이 돌길을 따라 벽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V 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 구조였고, 그 V자 모양의 경사를 따라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벽천 폭포였습니다.  

유민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걸어오는 동안, 조용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그리고 조용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까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는 동안 점점 더 신비한 공간으로 내가 다가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잠시 듣고 그 공간을 지나오니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벽 사이로 긴 창 같이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서 밖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유채꽃 들과 푸른 바다, 그리고 더 멀리에 성산일출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길을 따라 오면서 과연 이 공간은 어떻게 꾸며져 있는데 더욱 궁금해도 졌습니다. 물의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돌아서 내려가는 공간도 미니멀리즘 하지만, 전혀 단조롭지 않은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유민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매표소부터 여기까지 걸어들어오면서 비 오는 날 유민미술관에 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 오는 날에 여기 정원만 다시 걸어보고 싶네요. 

입구의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니 전시실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아르누보 유리공예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 내부는 유민 아르누보 컬랙션, 영감의 방, 명작의 방,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 그리고 램프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유민미술관의 각 방의 자세한 내용과 작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래 이미지 클릭하시면 공식홈페이지로 가셔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미술에 대한 학식이 부족하다보니 실제로 내부 전시에 대해서 잘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유리공예품으로 정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구나, 그리고 이렇게 화려할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직접 작품을 감상하시고,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민미술관 이용 요금과 운영시간은?

유민 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6시까지 이며, 매표 마감은 오후 5시라고 합니다. 한 달에 한번 정기휴관인데, 매월 첫째 주 화요일이고 국경일, 명절 연휴에 정상 운영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용 관련해 문의를 원하시면 유민미술관으로 전화하셔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유민미술관 전화번호는 064-731-7791입니다. 

유민미술관 이용요금은 약간 부담되는 가격일 수 있는데, 성인 15,000원, 청소년, 어린이는 12,000원입니다. 여러 할인 혜택도 있으니 다음 표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힐링의 공간을 찾으신다면, 비 오는 날 특별한 공간에 가보고 싶으시다면, 이 곳 유민 미술관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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